배구 여제 김연경 빈자리, 일본 지도자·선수가 메운다 작성일 05-02 2 목록 <div class="ab_sub_heading" id=""><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정영재의 스포츠 인사이드] 여자 프로배구 ‘재팬 열풍’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5/02/0000055296_001_20260502004012437.jpg" alt="" /><em class="img_desc">흥국생명에 부임한 첫 해인 2025~26시즌에 '토털 배구'를 앞세워 팀을 봄배구에 올려놓은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 [사진 KOVO]</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여자 프로배구 코트에 일본 바람이 불고 있다. 요시하라·마나베·시마무라·오사나이 같은 일본 이름이 이젠 낯설지 않다. 국제 대회에서 일본을 이겨본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일본이 세계 정상을 다툴 때 한국 여자배구는 한때 국제 경기 30연패를 기록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선진 배구’가 현해탄을 건너와 대한민국 배구판을 점령한 것인가. 그 이면에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 <br> <br> 일본의 진입은 ‘김연경의 퇴장’과 묘하게 겹친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김연경은 소속팀 흥국생명의 2024~25 여자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은퇴했다. <br> <br> ‘절대지존’ 김연경이 떠난 흥국생명은 꼴찌 추락을 염려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 일본인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이 등장했다. 그는 김연경이 홀로 끌고 가던 흥국생명에 ‘팀 배구’를 접목시켰다. 끈끈한 조직력과 선수 전원이 함께 뛰는 플레이로 꼴찌 후보라는 오명을 단숨에 벗어던졌다. 흥국생명은 봄배구(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br> <br> 국가대표팀과 프로팀을 오래 지휘했던 이정철 해설위원은 “배구는 득점의 게임이면서 실점의 게임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배구는 실책 하나가 실점 하나로 바로 연결된다. 특히 공격하다 실수하면 1점을 얻어야 할 타이밍에 1점을 주니 2점 손해를 보는 셈이다. 따라서 실책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요시하라 부임 후 흥국생명이 가장 크게 달라진 게 바로 실책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라고 분석했다. <br> <br> <b>‘몰빵 배구’ 논란, 국내 감독들 입지 좁아져</b> <br> 요시하라 감독은 선수 한 명의 개인 능력에 크게 의존하던 팀을 조직력의 팀으로 바꿨다. ‘배구 마니아’로 자처하는 김정효 서울대 연구교수(체육철학)는 “김연경이 떠난 자리에서는 이야기의 밑그림이 바뀌어야 한다. 이전의 서사가 영웅 중심의 판타지였다면 새로운 서사는 집단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김연경이 떠난 팀에 일본인 감독이 들어온 건 패러다임의 전환에 딱 들어맞는 퍼즐의 조합이다”라고 분석했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5/02/0000055296_002_20260502004012487.jpg" alt="" /><em class="img_desc">IBK기업은행에 부임한 마나베 감독. [사진 IBK기업은행]</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2025~26 시즌이 끝난 뒤 또 한 명의 일본 감독이 한국팀에 부임했다. 봄배구 진출에 실패한 IBK기업은행이 일본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마나베 마사요시를 영입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과 2024 VNL(발리볼 네이션스리그) 준우승을 이끈 마나베는 데이터 배구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5/02/0000055296_003_20260502004012538.jpg" alt="" /><em class="img_desc">마나베 감독이 데려온 오사나이. [사진 IBK기업은행]</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마나베는 부임과 동시에 지난 시즌 일본 여자배구 국내선수 공격 1위 오사나이 미와코를 데리고 왔다. 오사나이는 공격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40%가 넘는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도 탁월하다. 국내에서 찾기 힘든 ‘수비가 되는 공격수’를 영입한 것이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5/02/0000055296_004_20260502004012604.jpg" alt="" /><em class="img_desc">시마무라(페퍼저축은행). [사진 KOVO]</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일본 선수들은 확실히 기본기가 탄탄하다.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중앙을 책임졌던 시마무라 하루요는 속공 2위, 이동공격 2위, 블로킹 11위를 기록할 정도로 공수 양면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일본인 어머니와 자메이카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배구를 배운 자스티스(현대건설→흥국생명)도 뛰어난 공격력과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데다 서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br> <br>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한국도로공사도 최근 아시아쿼터로 우치세토 마미를 영입했다. 우치세토는 9년간 일본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했고, 세계 정상급 수비 능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쿼터는 태국·인도네시아와 중앙아시아 선수들이 주로 뛰었지만 자유계약제도로 바뀐 뒤 일본 선수의 영입이 부쩍 늘어났다. <br> <br> 프로배구 외국인 선수·지도자를 다수 관리하고 있는 김성우 팀큐브 에이전시 대표는 “한국 구단이 일본 지도자를 선호하는 건 국제 경쟁력의 차이, 곧 국제 대회에서 벌어진 일본과 한국의 격차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지도자를 구분 짓는 것은 경험의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본 지도자들은 다양한 나라에 가서 선수들을 이끌며 배구 경기뿐만 아니라 문화·시스템·철학 등을 배우고 온다. 그래서 더 다양한 상황에서 알맞은 코칭을 할 수 있다. 국내 지도자들은 그 부분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배구 후발주자 국가에서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가르치고, 투지와 의욕을 끌어내는 데는 한국 지도자가 탁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팀이나 선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는 좀 약하다”고 부연했다. <br> <br> 일본 지도자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지도자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배구 팬 다수가 ‘한국 지도자들은 과거의 관행에 익숙하고, 분석과 연구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기 중 작전타임 때 외국인 감독이 세세하게 작전을 설명하는데 반해 국내 감독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열 받아서 말도 안 하거나 간단한 지시만 한다는 거다. <br> <br> 이에 대해 이정철 위원은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다. 외국인 감독들은 통역을 써야 하니까 짧은 시간에 빨리 많이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기본적인 내용이다. 반면 국내 감독들은 워낙 선수들을 오래 봐 왔고 함께 훈련한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눈빛만 봐도 알 정도다. 그렇지만 이제는 매 경기 중계가 되기 때문에 국내 감독들이 팬 서비스 차원에서도 좀 더 디테일하게 작전지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r> <br> 또 하나 국내 감독들이 욕을 먹는 건 이른바 ‘몰빵 배구’를 한다는 거다. ‘용병 한 명 잘 뽑으면 농사 성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지난달 막을 내린 V리그에서도 ‘쿠바 특급’ 지젤 실바가 GS 칼텍스를 ‘멱살 캐리’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br> <br> 이정철 위원은 “매 세트 25점을 먼저 따야 이기는 경기에서 20점대에서 시소를 벌일 때 득점 확률이 가장 높은 외국인 선수를 제쳐 놓고 국내 선수에게 볼을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걸 ‘몰빵’이라고 해야 할지 ‘선택’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특정 선수의 공격 점유율을 너무 높게 가져가는 건 문제가 좀 있다”고 했다. <br> <br> <b>“한국 배구 살려면 선수들 해외진출 풀어야”</b> <br> 김성우 대표도 “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건 억울할 수 있다. GS 칼텍스의 경우도 미들 블로커와 아웃사이드 히터가 강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실바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반대로 봄배구에서는 국내 선수들이 자신의 몫 이상을 했기 때문에 실바의 공격력이 빛났다. 이런 과정을 만들어 낸 것도 이영택 감독의 역량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br> <br> 요시하라의 토털 배구에 이어 마나베의 데이터 배구가 상륙했다. 한국식 스타 중심 배구에 쓰나미급 충격이 몰려오고 있다. 그 동안 한국 배구가 외면해 온 ‘기본과 시스템’이 역수입 되는 과정이다. <br> <br> 그렇다면 한국 배구의 자존심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워낙 유소년 저변이 얕은 상태에서 김연경급 선수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선수와 지도자들이 해외로 나가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서 들어와야 한다. 해외 진출을 하고 싶어도 ‘구단 허락 없이는 입단 후 5년 내에는 나갈 수 없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선수와 지도자들이 여자배구의 인기에 취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지 않게 하려면 과감하게 풀어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br> <br> 마침 KOVO(한국배구연맹)를 이끌 새 총재에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그는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수퍼 루키’ 김연경을 해외로 보내줘 오늘날의 월드 스타로 성장시킨 바 있다. 당시 6시즌을 뛰어야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릴 수 있었지만 흥국생명은 ‘전력의 50%’인 김연경을 네 시즌이 끝난 뒤 일본 JT마블러스로 보내줬다. 이호진 회장은 당시 “김연경이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경험을 쌓는 게 본인과 한국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연경을 보내줄 때의 ‘통 큰 결단’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6/05/02/0000055296_005_20260502004012667.jpg" alt="" /></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정영재 칼럼니스트. 중앙일보·중앙SUNDAY 스포츠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2013년 스포츠 기자의 최고 영예인 ‘이길용체육기자상’을 받았다. 현재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스포츠 다큐: 죽은 철인의 사회』 등 저서가 있다. <br><br> 관련자료 이전 [공식 발표] "귀국 때마다 밀회 즐겨" 불륜 논란 '日 최고 테니스' 스타… 끝내 코트 떠난다 "이번 시즌 끝으로 은퇴, 정말 행복했다" 05-02 다음 10년 만에 돌아온 여전사 05-0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