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33] 왜 바둑에서는 '한 수 배우다'라고 말할까 작성일 07-04 40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5/2026/07/04/202607040627220883505e8e941087118222121234_20260704062811743.png" alt="" /></span> 스포츠에서 '한 수 배우다'라는 표현은 반드시 패배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긴 경기에서도 상대에게서 새로운 기술이나 전략을 배웠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승리는 했지만 상대의 압박 전술에서는 한 수 배웠다" "후배 선수에게 오히려 한 수 배웠다" 처럼 겸손과 존중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쓰인다.<br><br> 일상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었을 때 "오늘 한 수 배웠습니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사회생활 대화 속에서도 이 말은 상대를 인정하고 자신의 성장을 표현하는 겸손한 인사처럼 쓰인다.<br><br>원래 이 말은 바둑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어사전에서도 '한 수 배우다'를 바둑에서 유래한 관용 표현으로 풀이하며, '상대의 뛰어난 방법이나 지혜를 배워 자신의 식견을 넓히다'라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 표현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정확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지만, 바둑계의 오래된 예법과 관습에서 자연스럽게 일반어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br><br>바둑에서 '수(手)'는 단순히 돌 하나를 놓는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한 수에는 형세를 읽는 눈이 담기고, 상대의 의도를 헤아리는 사고가 담기며, 이후 수십 수를 내다보는 전략이 담긴다. 그래서 바둑의 한 수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사고의 결과물이다. (본 코너 1828회 ‘바둑에서 왜 '수싸움'이라 말할까’ 참조)<br><br>초보자는 바둑을 돌을 많이 따내는 게임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력이 쌓일수록 중요한 것은 돌을 잡는 기술보다 '좋은 한 수'를 찾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같은 자리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평범한 착점이지만, 고수에게는 판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수가 된다. 결국 실력의 차이는 돌의 개수가 아니라 한 수의 깊이에서 드러난다.<br><br>그래서 바둑에는 흥미로운 문화가 생겼다. 대국에서 패한 사람이 승자에게 "한 수 지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알려 달라는 뜻이 아니다. "당신의 생각을 배우고 싶습니다"라는 존중의 표현이다. 상대가 둔 결정적인 한 수를 이해하는 순간, 승패보다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br><br>'한 수 배우다'라는 표현에는 바둑이 가진 철학도 담겨 있다. 바둑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도 늘 새로운 수를 배운다. 상대가 약자라고 해서 배울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한 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정한 고수일수록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br><br> 삶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는 후배에게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아이에게서는 순수한 시선을 배우며, 경쟁자에게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한다. 나이와 지위가 배움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다는 자세가 사람을 성장시킨다.<br><br>생각해 보면 인생은 바둑과 닮아 있다. 매 순간 한 수씩 선택하며 살아간다. 어떤 수는 성공이 되고, 어떤 수는 실수가 된다. 그러나 실수마저도 다음 한 수를 위한 공부가 된다. 그래서 패배는 끝이 아니라 배움의 시작이 된다.<br><br>'한 수 배우다'라는 말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짧은 표현에는 상대를 인정하는 겸손, 스스로 성장하려는 자세, 그리고 한 번의 깨달음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 담겨 있다. 관련자료 이전 [AI세계속으로]AI 인프라 공급 과잉?…증시 흔든 메타發 쇼크 07-04 다음 [김종석의 그라운드] 야구 소년이 잡은 골프채, 한국·대만·일본을 다 품었다. 07-0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