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장애의 상징 아닌 '새로운 발'…카미지 유이, 윔블던서 골든슬램 마침표 작성일 07-13 15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윔블던 결승에서 숙적 더 흐로트에 6-0, 6-0 완승<br>선천성 이분척추증으로 보행 어려워졌지만 휠체어에서 자유 발견<br>부산·대구·서울 누빈 '코리안 시리즈 단골'의 위대한 도전</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3/0000013729_001_20260713064310013.jpg" alt="" /><em class="img_desc">카미지 유이가 윔블던 휠체어테니스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카미지는 4대 메이저 대회와 패럴림픽에서 모두 정상에 섰습니다. 카미지 유이 SNS</em></span></div><br><br>"오늘 느낀 모든 감정을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면에서 제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하루였습니다."<br><br> 일본 휠체어테니스의 간판 카미지 유이(32)는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해시태그에는 '윔블던'과 함께 '커리어 골든슬램'을 적었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마지막 한 칸이 마침내 채워진 날이었습니다.<br><br> 카미지는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2026 윔블던 휠체어 여자 단식 결승에서 디더 더 흐로트(네덜란드)를 2-0(6-0, 6-0)으로 완파했습니다. 여자 휠체어테니스의 두 거물이 만난 결승이었지만 카미지는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습니다.<br><br> 이번 우승으로 카미지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US오픈에 이어 윔블던까지 제패하며 4대 메이저 단식 우승을 완성했습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까지 더해 커리어 골든슬램에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여자 휠체어테니스에서는 더 흐로트에 이어 두 번째이며, 남녀와 쿼드를 통틀어서는 더 흐로트와 딜런 앨콧, 구니에다 신고에 이은 네 번째 대기록입니다.<br><br> 특히 윔블던은 좀처럼 열리지 않던 문이었습니다. 복식에서는 일찌감치 여러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단식에서는 2022년과 2025년 결승에서 패했습니다. 2022년에는 더 흐로트에게 0-2(4-6, 2-6)로 졌고, 지난해에는 왕쯔잉(중국)에게 0-2(3-6, 3-6)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올해 결승의 '더블 베이글'은 오랜 라이벌과 잔디코트라는 두 개의 벽을 한꺼번에 허문 결과였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3/0000013729_002_20260713064310088.jpg" alt="" /><em class="img_desc">카미지가 역동적인 왼손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테니스코리아</em></span></div><br><br>카미지는 사고로 장애를 입은 선수가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척추가 완전히 닫히지 않는 선천성 잠재성 이분척추증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다리 보조기를 착용하고 걸을 수 있었지만 성장하면서 다리 기능이 약해지고 보행의 어려움이 커졌습니다.<br><br> 그러나 휠체어는 카미지에게 움직임을 빼앗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걷는 데 쏟아야 했던 힘을 줄이고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간 '새로운 발'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휠체어농구와 육상 등을 경험했고, 테니스와의 인연은 정구를 하던 언니에게서 시작됐습니다.<br><br> 언니를 따라 코트를 찾은 카미지는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공을 치는 선수를 보았습니다. 휠체어를 타면 자신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10세에 휠체어테니스를 시작해 11세에 첫 공식 경기를 치렀습니다.<br><br> 처음부터 세계 정상을 꿈꾼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언니와 공을 주고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체구에도 빠른 휠체어 조작과 날카로운 왼손 스트로크, 넓은 코트 시야가 돋보였습니다. 14세에 일본 정상에 올랐고 고교 3학년이던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단식과 복식 모두 8강에 진출했습니다. 2014년 프랑스오픈에서 첫 메이저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같은 해 세계 1위가 됐습니다.<br><br> 패럴림픽 정상까지는 더 긴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단식 동메달과 2021년에 열린 도쿄 대회 은메달을 거쳐 2024 파리 대회에서 마침내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다나카 마나미와 함께한 복식에서도 우승해 2관왕이 됐습니다. 결승에서는 더 흐로트에게 1세트를 내준 뒤 2-1(4-6, 6-3, 6-4)로 역전승했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3/0000013729_003_20260713064310150.jpg" alt="" /><em class="img_desc">카미지가 올해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서울코리아오픈 우승 뒤 양종수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부회장에게 상을 받고 있다. 테니스코리아</em></span></div><br><br>한국 코트도 카미지의 세계 정상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대입니다. 부산과 대구, 서울로 이어지는 국제휠체어테니스 코리아 시리즈는 그에게 익숙한 봄철 원정 일정입니다. 2023년 서울코리아오픈 정상에 올랐고, 2024년에는 대구오픈에서 우승했습니다. 올해 4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코리아오픈에서는 단식과 복식을 석권했습니다. 채널A는 인터넷을 통해 주요 경기를 생중계했습니다. 테니스코리아도 카미지의 출전과 경기 과정을 여러 차례 보도했습니다.<br><br> 일본 여자 선수 최초의 윔블던 휠체어 단식 우승이자 역사적인 골든슬램 달성. 일본 열도는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은 호쾌한 승리에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선 카미지가 남긴 마지막 문장은 정복의 기쁨보다 또 다른 출발에 가까웠습니다.<br><br> "내일도 다시 모든 것을 쏟겠습니다. 코트에서 다시 만나요."<br><br> 걷기 힘들던 소녀는 휠체어를 타면서 더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언니를 따라 잡은 라켓은 그를 서울과 파리, 런던으로 데려갔습니다. 카미지에게 휠체어는 장애의 상징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아가게 해준 가장 빠른 두 개의 바퀴였습니다.<br><br>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6시간 혈투' BMW 웃었다…페라리 추격 뿌리치고 시즌 첫 우승, 제네시스 또 희망 쐈다→4대회 연속 완주+고속구간 2위 저력 07-13 다음 해킹 대응, 사후 수습 넘어 사전관리 강화…기업 보안책임↑ 07-1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