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38] 바둑에서 왜 ‘급소(急所)’라는 말을 쓸까 작성일 07-09 18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5/2026/07/09/202607090656580526405e8e941087118222121234_20260709070107781.png" alt="" /></span> ‘급소(急所)’는 한자어로 사물의 가장 주요한 부분을 의미한다. 태권도 등 무술에서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유효한 타격 부위를 말한다. (본 코너 584회 ‘태권도에서 왜 ‘급소(急所)’라는 말을 쓸까‘ 참조)<br><br>바둑에서는 승부를 좌우하는 핵심자리를 급소라고 한다. 분야는 달라도 적은 힘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는 지점을 가리킨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는 동아시아 문화권이 공유해 온 전략적 사고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br><br>급소는 ‘급할 급(急)’과 ‘바 소(所)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글자이다. 급소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나오는 말일 정도로 오래전부터 한자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했다. 영어로는 ’vital point’라고 쓴다.<br> 한자구성 원리에 따르면 ’급(急)‘자는 '급하다’나 ‘재촉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급(急)자는 ‘마음 심(心)’자와 ‘꼴 추(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추(刍)자는 ‘‘미칠 급(及)’자가 변형된 것이기 때문에 급(急)자는 마음 심(心)과 급(及)자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급(及)자는 사람을 뒤에서 붙잡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람을 붙잡는 모습에 심(心)자를 더해 떠나는 사람을 붙잡고 싶은 ‘초조한 마음’을 뜻한다고 한다.<br> 소(所)자는 ‘곳’이나 ‘지역’, ‘지위’, ‘위치’, ‘얼마’와 같이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소(所)자는 ‘지게 호(戶)’자와 ‘도끼 근(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소(所)자는 본래 도끼로 나무를 찍는 소리를 뜻했던 글자였다. B.C 470년경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는 ‘벌목소소(伐木所所’)‘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여기서 소소(所所)란 ‘나무를 찍는 소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소(所)자는 본래 나무를 찍는 소리를 뜻하기 위해 호(戶)자는 발음요소로, 근(斤)자는 의미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후에 ‘장소’나 ‘자리’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었다.<br><br>급소라는 말은 오래전 중국의 병법과 의학에서 함께 쓰였다. 병법에서는 적의 병력이 가장 많은 곳보다 지휘와 보급의 핵심을 장악하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었다. 의학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경혈과 장부를 중시했다. 서로 다른 분야였지만 '핵심을 겨냥한다'는 사고는 같았다.<br><br>바둑 고전에도 비슷한 가르침이 자주 등장한다. "좋은 수는 많지만 급한 수는 하나뿐이다" 표현은 넓은 바둑판에서 가장 먼저 두어야 할 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실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옛 기사들은 수를 많이 읽는 능력보다 급소를 보는 안목을 더 높이 평가했다.<br>바둑판에는 모두 361개의 교차점이 있다. 그러나 그 가치가 모두 같지는 않다. 어떤 곳은 지금 두지 않아도 되지만, 어떤 곳은 단 한 수 늦는 순간 모든 계산이 무너진다. 초보자는 바둑판 전체를 보느라 급소를 놓치고, 고수는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도 가장 시급한 한 점을 먼저 발견한다. 실력의 차이는 돌을 많이 잡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지금 가장 중요한가를 가려내는 데 있다.<br><br>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삶도 바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은 늘 넘쳐나지만 모든 일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정작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직도, 정치도, 경제도 마찬가지다. 많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사람이 결국 성과를 낸다.<br><br>급소라는 말이 수백 년 동안 바둑 용어로 살아남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좋은 자리를 뜻하는 기술 용어가 아니라,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본질을 먼저 알아보라는 지혜를 담은 말이다. 바둑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수읽기만이 아니다. 무엇이 급한지, 어디가 핵심인지, 그리고 언제 결단해야 하는지를 보는 눈이다. 어쩌면 바둑의 진정한 급소는 바둑판 위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방식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관련자료 이전 카카오 '사상 첫 파업' 이후 한달...첩첩산중 노사갈등[1일IT템] 07-09 다음 임성재, 10월 아시안투어 마카오 오픈 출전 07-0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