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라켓보다 빨랐던 매크로, 테니스장 예약창을 먼저 차지했다 작성일 06-30 34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매크로 의심 접속 1년간 261만 건 차단<br>* 테니스 열풍 속 공공 코트 부족, '광클릭'도 허사<br>* 선착순만으로는 한계…추첨제·이용 제한·노쇼 관리 등 보완 필요</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30/0000013620_001_20260630133711278.png" alt="" /><em class="img_desc">서울시 공공 테니스장 예약 경쟁과 매크로 문제를 형상화한 AI 생성 이미지.</em></span></div><br><br>"분명히 예약창이 뜨자마자 눌렀는데 또 실패했습니다."<br><br>서울에서 공공 테니스장을 예약해 본 동호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말입니다. 한때 테니스의 첫 관문은 라켓을 사고, 레슨을 받고, 코트에 서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코트에 서기도 전에 예약창을 통과하는 일이 먼저 치열한 승부처가 됐습니다. 더 씁쓸한 건 그 경쟁 상대가 옆 동네 동호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보다 빠른 '매크로'가 있었습니다.<br><br>서울시가 최근 1년간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에서 잡아낸 매크로 의심 부정 접속은 261만 건에 이르렀습니다. 하루 평균 약 7000건꼴입니다. 서울시와 자치구,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체육시설과 강좌, 체험 프로그램 등 1만3000여 개 서비스를 모아 놓은 공공 플랫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매크로 사용이 가장 많은 분야는 테니스장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테니스 인구는 늘었고, 공공 코트는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 인기 시간대 예약은 어느새 유명 공연 티켓팅 못지않은 '클릭 전쟁'이 됐습니다.<br><br>테니스 열풍 자체는 반가운 일입니다. 중장년층 중심이던 동호인 문화에 2030 세대가 들어왔고, 직장인 레슨과 실내 테니스장, 테니스 패션 시장까지 함께 커졌습니다. 라켓 하나로 세대가 섞이고, 퇴근 후 땀 흘릴 공간이 생기는 건 생활체육의 건강한 변화입니다. 문체부 조사에서도 국민 생활체육 참여율은 계속 오르는 흐름입니다. 문제는 수요가 늘어난 속도를 공공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br><br>공공 테니스장은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닙니다. 시민 세금과 행정으로 운영되는 생활체육의 기반입니다. 그래서 더 싸고, 더 가까우며, 더 공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약 능력, 클릭 속도, 디지털 숙련도, 심지어 자동화 프로그램 사용 여부에 따라 이용 기회가 갈린다면 공공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70·80대 이용자나 온라인 예약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은 출발선부터 밀립니다. 라켓 실력보다 손가락 속도가 중요하고, 손가락보다 매크로가 더 빠른 구조라면 생활체육의 문턱은 낮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높아진 셈입니다.<br><br>서울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예약 시작 후 7초 이내에 완료된 매크로 의심 예약은 직권 취소하고, 색상 버튼을 누르게 하는 방식으로 자동 프로그램을 교란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로그인부터 예약 완료까지의 과정을 분석해 비정상 접속을 차단하는 기술도 도입했습니다. 실제로 매크로 관련 민원과 직권 취소 건수가 줄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기술은 방패일 뿐입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또 다른 방식의 우회 시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br><br>이제는 예약 시스템만 손볼 게 아니라 배분 방식 전체를 봐야 합니다. 인기 시간대는 추첨제를 확대하고, 같은 이용자의 반복 예약을 제한하며, 지역 주민 우선 배정과 노쇼 페널티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된 동호회의 장기 점유 관행도 점검해야 합니다. 반대로 신규 이용자와 고령층, 청소년이 접근할 수 있는 별도 시간대도 고민할 만합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빠른 클릭을 요구하는 방식이 반드시 공정한 것은 아닙니다.<br><br>테니스가 다시 사랑받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코트가 부족한 도시에서 인기는 곧 갈등이 됩니다. 예약창을 먼저 차지한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이 땀 흘릴 기회를 얻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합니다. 생활체육의 품격은 멋진 라켓이나 빠른 서브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공공 코트 한 면을 나누는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br><br>김종석 채널A 부국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경륜 황제’ 정종진, 막을 자 없다…왕중왕전 제패로 상반기 대상경주 싹쓸이, 독주체제 완성 06-30 다음 KAIST, '초전도' 나타나기 전 숨은 전자 질서 확인 06-3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