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4] 바둑에서 왜 '강수(强手)'라고 말할까 작성일 06-25 37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5/2026/06/25/202606250609020965005e8e941087118222121234_20260625061010453.png" alt="" /></span> "지금 백이 강수를 던졌습니다."<br><br>"흑의 강수에 백이 곤란해졌습니다."<br><br>바둑 중계를 보다 보면 해설자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을 자주 본다. 초보자들은 종종 의문을 품는다. 좋은 수라면 그냥 '좋은 수'라고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강수'라고 부를까하고 말이다. ‘강수(强手)’는 한자로 '강할 강(强)', '손 수(手)'를 쓴다. 직역하면 '강한 손', 즉 '힘 있는 착수'라는 뜻이다. 여기서 ‘수(手)’는 단순히 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바둑에서는 돌을 놓는 행위 자체를 뜻하며, 장기·체스 등에서도 한 번의 움직임을 '한 수'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강수는 '힘이 느껴지는 한 수'를 의미한다.<br><br>강수라는 말은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조선시대 문헌에서 자주 보이는 바둑 용어는 수(手), 기세(棋勢), 승부, 국면 등 정도이다. 현재 바둑 용어 상당수는 일본 근대 바둑계를 거쳐 정착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일본은 체계적인 기보 연구와 해설 문화를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강수(強手), ‘묘수(妙手)’, ‘악수(惡手)’, ‘완착(緩着)’ 같은 표현이 정교하게 구분되기 시작했다. (본 코너 1821회 ‘왜 바둑에서 ‘묘수(妙手)’라고 말할까‘, 1823회 ’바둑에서 왜 ‘악수(惡手)’라고 할까‘ 참조)<br><br>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강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8년 9월25일자 ‘유태인(猶太人)의과거(過去)와현재(現在) (일(一))’ 기사는 ‘다시말하면 정조(貞操)라는 것은 상대자(相對者)를 위(爲)한전성(全城)을 복설(復設)하엿다 서력칠십년(西曆七十年)에 분로(奮路)□□국(國)의 강수(强手)에게 예루살레□ 함락(陷落)되엇고 전(全)『팔네스타인』□ 말못되게 황무지(荒無地)로변(變)하고 말은 것이다’라고 전했다. 당시 기사에서의 강수(强手)는 바둑 용어가 아니라 '강한 상대', '강적', '실력자'라는 일반 한자어 의미로 사용된 사례이다.<br><br>바둑 기사들이 강수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승부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프로 기사들의 대국을 보면 형세가 불리할 때 단순히 안전하게 두어서는 역전이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강수다. 해설자들이 "강수를 던졌다"고 말할 때는 단순한 기술적 평가만이 아니라 승부사의 결단까지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br><br>오늘날 강수라는 단어는 이미 바둑판을 벗어났다. 정치권에서는 예상 밖의 정책 발표를 두고 강수라고 말한다. 기업이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설 때도 강수라고 표현한다. 스포츠 감독이 공격적인 전술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br><br>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더 이상 바둑을 두지 않아도 강수라는 단어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이 단어는 한국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는 바둑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고방식과 언어까지 형성해 온 문화였음을 보여준다. 강수라는 말 안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동아시아 바둑 문화와 승부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관련자료 이전 "AI가 내 글 가져가면 1000만원"…네이버 메이트, 한달만에 3.5억회 06-25 다음 ◇오늘의 경기(25일) 06-2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