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돔구장 건설' 공약… 말대로라면 MLB보다 많다 작성일 05-25 16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5/25/0000058560_001_20260525040006817.gif" alt="" /><em class="img_desc">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photo 뉴시스</em></span></div><br><br>1989년 영화 '꿈의 구장'에서 주인공 케빈 코스트너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청을 듣는다. "야구장을 지어라, 그러면 그들이 올 것이다." 어쩌면 지금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들 귓가에도 비슷한 목소리가 속삭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돔구장을 짓겠다고 말해라, 그러면 표가 올 것이다"라는 유혹의 목소리가. 여기도 돔, 저기도 돔, 전국이 온통 돔돔돔 타령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장 후보들이 앞다퉈 돔구장과 초대형 아레나 건설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인구나 재정 규모가 충분한 대도시와 광역단체는 물론, 여력이 한참 부족한 기초단체에서도 너나없이 돔구장을 외친다.<br><br>부산에선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북항 재개발 용지에 야구·공연·전시·쇼핑 복합 돔구장을 짓겠다고 공약했고,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도 북항 돔구장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도 3만석 규모 돔구장을 약속했으니 부산시장 후보 셋이 일제히 돔구장 공약을 내세운 셈이다. 충청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는 KTX천안아산역 인근에 5만석 돔 아레나를, 민주당 박수현 후보는 천안 성환읍 종축장 부지 인근에 K컬처 아레나를 각각 내걸었다. 충북에선 국민의힘 김영환 지사 후보가 오송 5만석 돔구장 건립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고, 민주당 신용한 후보도 K팝 아레나와 스포츠콤플렉스 병행 추진을 약속했다. 전북에선 민주당 이원택 지사 후보가 프로야구 11구단 창단과 복합 돔구장 건설을 함께 들고나왔고, 대구에선 민주당 김부겸 시장 후보가 복합 아레나 공모를, 세종에선 민주당 조상호 시장 후보가 국제회의·공연·스포츠 복합 아레나 조성을 내세웠다.<br><br>기초단체도 예외가 없다. 성남에선 민주당 김병욱 후보가 6500억원 규모 돔구장과 프로야구단 창단을, 수원에선 민주당 이재준 후보가 차세대 돔구장과 K팝 아레나를 약속했다. 아산의 민주당 오세현 후보가 5만석 K팝 돔 공연장 유치를 내걸었고, 화성·고양·구리·광명·청주에서도 경쟁적으로 복합 돔구장 공약이 쏟아진다.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와 정광열 춘천시장 후보는 춘천에 프로야구 11번째 구단 창단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민주당 육동한 춘천시장 후보는 "투 브라더스의 블랙코미디"라고 비판하는 등 야구단 유치가 춘천시장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만약 이 공약들을 내세운 후보들이 전부 당선되고 -놀랍게도- 모두가 공약을 이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지역 중복을 걸러내도 전국에 최소 13~14개의 돔구장이 새로 생긴다. 기존 고척 스카이돔과 건설 중인 청라돔(2028년 개장 목표)·잠실돔(2032년 목표)을 합치면 16곳 이상이 탄생한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 돔구장을 쓰는 팀이 8곳이고, NFL 32개 팀 중 돔 형태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10곳이다. 공약대로 다 지으면 한국에 MLB와 NFL 전체를 합한 것만큼 많은 돔구장이 생기는 셈이다. 이 공약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비현실적인지 알 만하다.<br><br>야구단 창단 공약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허구연 KBO 총재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프로구단 유치를 요청해 오고 있다면서 "11·12구단 창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실제 KBO의 구상은 3년 내 울산 웨일즈 같은 퓨처스(2군) 구단을 서너 곳 추가 창단하는 것이고, 1군 구단 추가는 계획에 없다. 그런데도 KBO와는 아무 논의도 없이 '11구단을 창단하겠다' '프로야구를 연간 30경기 이상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줄줄이 나온다. 과거 한 시즌 6경기 수준이던 제2 홈경기도 3경기 이하로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인데 30경기 유치는 어불성설이다. 홈구단 없는 돔구장으로 수익을 내려면 일 년 내내 공연이나 행사로 채워야 하는데, 그만한 수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5/25/0000058560_002_20260525040006995.png" alt="" /><em class="img_desc">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의 돔구장건설 공약 홍보물. photo 전재수·김태흠 페이스북</em></span></div><br><br><strong>초현실적 돔구장 공약</strong><br><br>그렇다면 왜 비현실적이다 못해 초현실적인 돔구장 공약이 선거를 앞두고 범람하는 것일까.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선 출마자들 입장에선 유권자들 눈을 확 사로잡을 공약이 필요한데,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야구장 같은 대형 랜드마크 건설 프로젝트다. 프로야구가 지난해 1200만 관중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절정이고, K팝도 전 세계적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으니 돔구장을 지으면 두 가지를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체육이나 문화, 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는 없으면서 상상력마저 빈곤하니 너도나도 똑같은 돔구장 공약만 쏟아진다. 현직 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처럼 임기가 끝난 뒤에도 '내가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오세훈 시장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감사의정원을 지은 것도 그런 의도다. 돔구장을 건립하거나 야구단을 유치하면 두고두고 꺼낼 수 있는 치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시성 프로젝트에도 유행이 있다. 오래전엔 테마파크였고, 그다음엔 시민 축구단, 나중엔 K팝 공연장이었다. 이제는 야구와 K팝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돔구장으로 유행이 옮겨간 것이다.<br><br>한 후보가 공약하면 다른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따라서 비슷한 공약을 내놓는 효과도 무시 못 한다. 실제 부산에서 전재수가 북항 돔을 공약하자 박형준도 맞불을 놨고, 충남에서 김태흠이 선점하자 박수현도 아레나를 들고나왔다. 야당 관계자는 "저기서 하면 우리는 안 하냐는 경쟁 심리가 작동한다. 또 도지사 후보가 한다고 하면 기초단체장 후보, 국회의원 후보까지 따라서 안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국민의힘 신상진 성남시장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의 돔구장 공약을 맹비난하며 "잠실돔은 16년, 청라돔도 8년여 세월이 걸렸다. 기초적인 행정 절차 기간도 빼놓고 임기 내에 돔구장을 짓겠다는 것은 무지 아니면 명백한 사기"라고 언뜻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지적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신상진 후보 역시 성남에 야구전용구장과 프로야구단 유치 공약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야당 관계자는 "대형 건설 공약 경쟁에는 여야가 없고 좌우도 따로 없다"고 했다.<br><br>물론 지역에 따라 대형 공연·스포츠 시설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 있을 수 있다. 가령 사직야구장 노후 문제가 심각하고, 서울 다음가는 대도시로 충분한 조건을 갖춘 부산 같은 곳은 돔구장 건립을 논의해볼 만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경제성이나 향후 운영계획 등 치밀한 검토 없이 공약부터 내놓는다. 돔구장은 건설비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이 드는 대형 사업이다. 개장 이후 유지·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수요와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재정 부담이 고스란히 지자체로 넘어온다. <br><br>민간투자(BTO) 방식으로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후보들도 있지만, 이 역시 안전판이 아니다. 수익은 민간이 가져가되 사업이 실패하면 손실 보전은 결국 지자체, 즉 시민 몫으로 돌아간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성공했을 때의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는다. 실패했을 때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설명은 매번 빠져 있다. 전국에 우후죽순 지어졌다가 대부분 흉물이 된 케이블카와 출렁다리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2024년 감사원이 그해 문화·관광 분야 사업 감사에서 위법·부당 사업을 대거 적발하고 책임자를 징계하면서 "문화·관광 사업은 지자체장의 임기 내 치적 사업으로 활용되기 쉬운 특성이 있다"고 꼬집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br><br><strong>제한적 돔구장 효과</strong><br><br>사실 돔구장과 야구단 공약은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지역민의 실제 삶에 기여하는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KBO리그 연간 관중 1200만명 시대라고 해도, 같은 팬이 여러 번 찾는 N차 방문을 감안하면 실제로 야구장을 찾는 인구 비율은 그만큼 높지 않다. 단순 계산으로도 5100만 인구 중 4.3명에 1명꼴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나도 야구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야구에 관심 없는 지역민들이 '왜 내 세금이 야구장 건설에 쓰여야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면서 "야구단은 세금 투입이 명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 사회 밀착과 공헌에 신경 써야 하고, 지자체도 단순히 거대한 야구장 건설만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생활 체육시설이나 복지시설, 공공성을 갖춘 시설에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생활 밀착형 공약은 좀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짓고 나서도 업적으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후보들이 눈에 띄고 화려하고 상징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돔구장 공약에 매달리는 이유다.<br><br>이 분야에서 NC 다이노스와 창원NC파크만큼 강력한 반면교사도 없다. KBO는 마산·창원·진해 통합으로 100만 인구에 가까워진 창원시를 아홉 번째 연고지로 결정하고 2011년 NC를 창단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야구 관계자는 "창원시에서 여러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고, 통합으로 인구 수도 100만에 가까워지면서 창단이 가능했다. 지역균형발전의 가치와 통합창원시를 야구단으로 하나로 묶는다는 상징성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br><br>그러나 창단 이후 약속은 하나씩 무너졌다. 신구장 부지 선정 갈등, 구장 명칭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유치 당시 약속했던 사용료 면제도 번복됐다. 열악한 접근성 문제도 창단 때부터 15년째 제자리를 맴돌면서 NC는 줄곧 관중 동원 하위권을 맴돌았다. 쌓이고 쌓인 불신은 지난해 3월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관중 사망 사고로 마침내 임계점을 넘었다. 이진만 NC 대표이사가 연고지 이전 검토를 공식화하는 폭탄선언을 했고, 이후 창원시가 NC의 21가지 요구사항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시장 공백 상황에 지방선거까지 다가오면서 실질적인 이행은 멈춘 상태다.<br><br>어쩌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NC의 거취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강기윤 창원시장 후보는 창원시를 마산·창원·진해로 다시 분리하는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아이러니하게도 통합 창원시를 "지역경쟁력을 높일 유일한 길"이라며 밀어붙였던 사람이 박완수 후보 본인이다. 분리가 현실화되면 마산에 자리한 NC의 연고지 인구는 40만명대로 쪼그라든다. 프로야구단 연고지 기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NC로선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br><br> 관련자료 이전 [6·3 선택, 후보에게 묻다] 정명근 화성시장 후보, 4개 구청·30분 이동시대로 생활행정 전환 05-25 다음 "100m만 더 가까웠다면 엄마와 여동생 잃었을 수도"...우크라이나 테니스 스타, 프랑스오픈 승리 후 눈물 펑펑 → '러시아 미사일 공포 고백' 05-2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