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DMZ랠리] "끌바를 해서라도 간다"…71.35km 민통선을 달린 사람들 작성일 05-19 21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1_20260519080012570.png" alt="" /></span></div><br><br>[스포티비뉴스=화천, 배정호 기자] <strong>"와…여기 진짜 끝이 안 보인다."</strong><br><br>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헬멧 안으로는 땀이 쏟아졌고 페달은 이미 무거워진 지 오래였다.<br><br>하지만 참가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았고, 누군가는 자전거를 끌며 한 걸음씩 정상으로 향했다.<br><br>17일 막을 내린 화천DMZ랠리는 단순한 자전거 대회가 아니었다.<br><br>민간인 통제구역(MDL) 인근을 달리는 특별함, 해산령과 한묵령을 넘어야 하는 극한의 업힐, 그리고 60년 넘게 보존된 자연경관까지. 참가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이 길 위에 올랐다.<br><br>생생한 현장을 전달하기 위해 기자도 직접 대회에 참가했다.<br><br>총 71.35km 아스팔트 코스로 구성된 이번 대회는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핵심은 해산령과 한묵령, 두 개의 거대한 업힐이었다.<br><br>하지만 화천DMZ랠리의 분위기는 경쟁보다 축제에 가까웠다.<br><br>기록을 측정하는 계측 구간과 안전을 위해 속도를 제한하는 미계측 구간이 나뉘어 있었고 참가자들은 기록과 풍경 사이를 오가며 각자의 라이딩을 즐겼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2_20260519080012773.png" alt="" /></span></div><br><br>출발은 화천공설운동장이었다. 화천군청소년수련관 앞까지 이어지는 퍼레이드 구간은 몸을 푸는 워밍업 코스였다. 참가자들은 서로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으며 긴장을 풀었다.<br><br>첫 번째 계측 구간은 초반 9km 평지로 시작됐다.<br><br>하지만 처녀고개를 지나 해산휴게소 방향으로 접어들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약 6km에 달하는 경사 구간이 참가자들의 체력을 조금씩 갉아먹었다.<br><br>이어 7.14km 해산령 업힐이 시작됐다.<br><br>곳곳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어떤 이는 허리를 숙인 채 페달을 밟았고, 어떤 이는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끌바'를 선택했다. 하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3_20260519080012903.jpeg" alt="" /></span></div><br><br>1차 기록계측 구간에서는 남원에서 올라온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br><br><strong>"원래 네 명이 같이 왔어요. 한 명은 선수 출신이라 먼저 올라갔는데 끝까지 다 같이 완주하고 싶어요."</strong><br><br>이미 지친 표정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완주하겠다는 의지에는 웃음이 묻어났다.<br><br>약 2km 길이의 해산터널 끝이 보이자 참가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1차 계측 구간이 끝난 순간이었다. 현장에는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br><br>초코파이와 물,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화이팅"이라는 응원 한마디에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꽃이 피었다.<br><br>화천에서 군 생활을 오래했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4_20260519080012976.png" alt="" /></span></div><br><br><strong>"행군은 정말 많이 해봤죠. 그런데 이 높은 고개를 자전거로 올라온다는 건 진짜 대단한 거예요. 그래도 화천이 자전거 도시로 알려지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strong><br><br>잠시 후 시작된 1차 미계측 구간은 말 그대로 '보상'이었다.<br><br>해산터널부터 평화의댐까지 이어지는 긴 다운힐 구간에서 참가자들은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냈다. 기자의 속도계에는 최고 시속 60km가 찍혔다.<br><br>눈앞에는 60년 넘게 보존된 화천의 자연이 펼쳐졌다. 숲과 강, 그리고 평화의댐 풍경이 이어졌고 곳곳에서는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br><br>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이 구간은 제한 시간 1시간을 초과하면 실격 처리되는 구간이었다.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참가자들은 다시 페달을 서둘러야 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5_20260519080013091.png" alt="" /></span></div><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6_20260519080013562.png" alt="" /></span></div><br><br>화천DMZ랠리에는 기록 경쟁보다 '함께 달리는 기억'을 만들기 위해 참가한 가족들도 많았다. 평화의댐 인근에서는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참가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br><br><strong>"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자전거 대회잖아요. 아들이랑 같이 추억 만들려고 왔어요. 이렇게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네요."</strong><br><br>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2차 계측 구간. 참가자들이 가장 긴장하는 '마의 한묵령'이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7_20260519080013707.jpeg" alt="" /></span></div><br><br>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통일의 선봉장! 백두산에 태극기를!"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br><br>그 순간 참가자들의 표정도 달라졌다. 정말 민통선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br><br>우측으로는 지뢰지대가 펼쳐졌다. 철조망이 길게 이어진 풍경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긴장감을 안겨줬다.<br><br>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는 노루와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도 종종 출몰한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8_20260519080013924.jpeg" alt="" /></span></div><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09_20260519080014158.jpeg" alt="" /></span></div><br><br>한묵령 업힐은 최대 경사 14도에 달했다. 해산령보다 고도는 낮았지만 체감 난도는 훨씬 강렬했다. 시야 끝까지 이어지는 오르막은 참가자들을 심리적으로 더욱 압박했다.<br><br>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은 완주를 향해 묵묵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br><br><strong>"2021년에 한국에 와서 자전거를 샀어요. 친구 소개로 두 번째 참가인데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더 힘들어요. 그래도 꼭 완주하고 싶어요. 정말 아름다운 대회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소개하고 있어요."</strong><br><br>그는 결국 정신력으로 한묵령 정상까지 올라갔다.<br><br><strong>집념의 참가자들도 많았다.</strong><br><br>한 참가자는 로드용 자전거를 잘못 가져왔다며 씁쓸하게 웃었다.<br><br>기어 변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업힐 대부분을 걸어서 올라와야 했다. 한묵령을 '끌바'로 올라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굴은 지쳐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누구보다 밝았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10_20260519080014305.png" alt="" /></span></div><br><br>한묵령 다운힐은 올해 새롭게 안전 중심으로 운영됐다.<br><br>최근 의료 공백 이슈와 내리막 공사 상황 등을 고려해 미계측 구간으로 변경됐다. 블라인드 코너 곳곳에는 안전요원들이 배치됐고 참가자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다운힐을 즐길 수 있었다.<br><br>마지막 3차 계측 구간은 약 15km 피니시 코스였다. 완만한 다운힐과 평지가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북한강을 바라보며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br><br>긴 업힐을 넘은 참가자들은 마지막 힘을 짜내며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그리고 골인 직후 대부분의 참가자 얼굴에는 기록보다 더 큰 만족감이 남아 있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5/19/0000609256_011_20260519080014805.jpeg" alt="" /></span></div><br><br>직접 경험한 화천DMZ랠리는 단순히 힘든 업힐을 견디는 대회가 아니었다. 통제된 쾌적한 도로, 민통선 내부를 달리는 특별한 경험,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함께 숨 쉬는 축제였다.<br><br>누군가는 친구와의 추억을 위해, 누군가는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또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페달을 밟았다.<br><br>그리고 그 길 끝에서 참가자들은 기록보다 더 값진 풍경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동호인이라면 꼭 한번 추천한다. <br><br> 관련자료 이전 ‘싸고 양 많은’ 이란 공격 위력... “안보 전략, ‘회복력 강화’로 전환 필요” 05-19 다음 북중미 향한 첫걸음…태극전사들 3주간 '고지전' 훈련 출국 05-1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