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에서 트럼프까지, 스포츠는 왜 권력의 무대가 되었나[송석록의 생각 한편] 작성일 05-12 28 목록 스포츠가 다시 정치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상황에 놓인 이란의 월드컵 참가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대안으로 이탈리아가 참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다.<br><br>이란은 국제 정세 속에서 참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하고 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발언의 적절성 여부가 아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둘러싸고 특정 국가 권력자가 직접 개입하는 모습 자체가 스포츠의 정치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스포츠는 여전히 권력과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5/12/0001114771_001_20260512060216532.jpg" alt="" /><em class="img_desc">송석록 교수</em></span><br><br>■ 스포츠는 오래전부터 국가권력의 정치적 도구였다<br><br>스포츠와 정치의 결합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br><br>대표적인 사례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다. 히틀러는 올림픽을 통해 나치 독일의 국력과 아리아 인종(게르만 민족) 우월주의를 세계에 과시하려 했다. 올림픽은 체제 선전의 무대가 되었고, 경기장은 정치 이데올로기의 상징 공간으로 변했다. 그러나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의 압도적 활약은 인종주의 선전에 균열을 냈다.<br><br>냉전 시기 스포츠는 국제 정치의 무대가 됐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이에 항의하는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한국 등 60여 개국이 대회를 보이콧했다. 이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소련과 동독 등 동구권 국가들이 맞대응 차원에서 불참했다. 스포츠는 평화의 장이 아니라 외교적 압박과 체제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됐다.<br><br>최근에는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인권 문제와 노동 착취 논란 속에서도 막대한 자본 투자로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묵인 아래 스포츠 이벤트가 국가 브랜드를 세탁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된 대표 사례다. 국내에서도 정치와 스포츠의 경계는 흔들려 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강조했다는 평가와 함께, 선수 선발과 준비 과정의 공정성이 정치적 목적에 밀렸다는 비판도 받았다.<br><br>■ 정치화된 스포츠는 왜 위험한가<br><br>스포츠의 정치화가 위험한 이유는 스포츠 본연의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br><br>첫째, 공정성과 평화의 가치가 무너진다. 스포츠는 국가·인종·이념을 넘어선 공정 경쟁과 연대의 상징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 권력이 개입하는 순간 경기는 경쟁이 아니라 선전의 도구로 변질된다.<br><br>둘째,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와 팬이다. 정치적 보이콧과 외교 갈등 속에서 선수들은 평생 준비한 무대를 잃기도 한다. 관중 역시 스포츠 자체보다 정치적 갈등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br><br>셋째, 국제 갈등을 증폭시킨다. 스포츠가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면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스포츠는 평화적 교류의 장이 아니라 정치 대립의 연장선이 된다.<br><br>넷째, 인권 문제를 가리는 ‘스포츠워싱’이 가능해진다.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노동 착취와 표현의 자유, 억압 같은 본질적 문제는 화려한 이벤트 뒤로 가려진다.<br><br>■ 스포츠 권력 역시 자유롭지 않다<br><br>스포츠 정치화는 국가 권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스포츠 기구 역시 정치 권력과 긴밀히 연결돼 왔다.<br><br>IOC와 FIFA를 비롯한 국제 스포츠 조직은 대회의 성공과 수익,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국가 권력과 협력해왔다. 제3대 IOC위원장 앙리 드 바예라투르를 비롯해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자크 로게, 잔니 인판티노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포츠 권력자들은 정치 권력과 공존하거나 이를 활용해 영향력을 유지했다.<br><br>국가 권력은 체제 선전과 국가 이미지 개선을 원하고, 스포츠 권력은 막대한 자본과 정치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스포츠가 세계인의 감정과 애국심을 가장 강력하게 움직이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스포츠는 반복적으로 정치화돼 왔다.<br><br>■ 스포츠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br><br>스포츠는 단순한 오락 산업이 아니다. 인류가 공유하는 공정·평화·연대의 가치가 집약된 국제 공공재에 가깝다. 그렇기에 스포츠의 정치화는 단순한 논란을 넘어 국제사회가 경계해야 할 문제다. 국제 스포츠 기구들은 보다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특정 국가의 참가 여부가 정치 지도자의 발언이나 외교적 압박에 흔들려서는 안된다.<br><br>참가 자격과 제재 기준은 국제기구 규정과 보편적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또한 IOC와 FIFA는 개최국과 강대국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권·전쟁·정치적 압박과 관련한 사안에서는 일관된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공개해야 하며, 선수 보호 원칙 역시 우선돼야 한다.<br><br>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국가 최고 권력자가 직접 개입하는 모습은 스포츠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는 히틀러가 올림픽을 체제 선전의 무대로 삼았던 과거와 다르지 않다. 오늘날에도 스포츠는 권력의 무대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는 국가의 체면 경쟁이나 권력 과시의 수단이 아니라, 갈등을 넘어 인간을 연결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스포츠가 권력의 무대가 되는 순간, 우리는 경기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잃게 된다.<br><br><송석록 경동대 교수 (독일 루르대 스포츠학 박사)> 관련자료 이전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올 데이터 총괄 기본법 제정… AI 기반 통계 혁신 이끌겠다” [세계초대석] 05-12 다음 "운 없어서 못 사귀어" 33세 모태솔로에…서장훈 "혼자 착각" 일침 (물어보살)[전일야화] 05-1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