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한국형 아마추어 테니스 클럽은? 작성일 04-21 22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폐쇄가 아니라 순환, 경쟁이 아니라 공존을 설계해야 한다</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4/21/0000013066_001_20260421092019365.png" alt="" /></span></div><br><br>한국의 아마추어 테니스 문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테니스 클럽이 외국의 일반적인 테니스 클럽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해외의 테니스 클럽은 특정 테니스 코트와 시설을 중심으로 회원을 등록 받고, 그 회원들이 클럽 프로그램과 경기, 교류를 함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클럽의 중심은 사람보다 시설이며, 시설을 기반으로 사람과 프로그램이 연결된다. 그러나 한국은 대체로 그 반대의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시설이 먼저 존재하고 회원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뜻이 맞는 동호인들이 먼저 모이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코트와 시간을 확보하면서 클럽이 만들어진다.<br><br>이러한 한국형 구조는 단순한 문화적 특성이라기보다, 무엇보다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테니스 코트 환경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국내의 많은 테니스 코트는 공공시설이거나, 아파트 단지 내 시설이거나, 혹은 회사 내부의 부속 시설이다. 따라서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코트가 많지 않다. 민간이 운영하는 사설 코트 역시 숫자가 충분하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일반인의 예약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 테니스를 꾸준히 취미로 이어가려면, 일정한 코트와 일정한 시간대를 확보하고 있는 동호회나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되어 버렸다. 친구 몇 명과 마음 편히 테니스를 즐기고 싶어도, 코트를 확보하는 순간부터 이미 높은 진입장벽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br><br>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아마추어 테니스 클럽은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선다. 클럽은 테니스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생존 기반이자, 생활체육의 최소 단위이며, 나아가 한국 테니스의 저변을 떠받치는 실질적인 세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테니스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아마추어 클럽의 운영 원리와 구조를 논의하지 않는 것은, 토양을 외면한 채 열매만 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br><br>문제는 한국의 많은 테니스 동호회가 대체로 비슷한 흥망성쇠의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테니스를 좋아하고, 실력이 엇비슷하며, 지역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클럽이 태동한다. 이 시기의 클럽은 활력이 있다. 함께 실력이 늘고, 함께 대회에 나가고, 함께 교류하는 즐거움이 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클럽은 서서히 폐쇄적으로 변해 간다. 회원들의 실력이 향상될수록 신규 회원을 받는 기준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초보자나 중급 이하의 신규 유입은 줄어든다. 표면적으로는 클럽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클럽의 생명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구조가 되기 쉽다.<br><br>왜냐하면 테니스는 러닝커브가 매우 완만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원하는 수준의 선수를 새롭게 유입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젊고 실력이 좋은 신규 회원을 꾸준히 영입하고 싶어도, 그런 자원은 많지 않으며 이미 다른 클럽이나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강한 실력을 중심으로 클럽을 운영하면 할수록, 당장은 만족도가 높을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새로운 피의 수혈이 끊기며, 결국은 자연스럽게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br><br>서울 강서지역에서 과거 왕성하게 활동했던 사랑채 클럽의 사례는 이러한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한때는 지역의 고수들이 즐비했고, 심지어 자신들의 이름을 건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존재감이 컸던 클럽이었지만, 젊은 세대의 유입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체의 길을 걸었다는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강한 클럽이 반드시 오래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실력만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는 의외로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4/21/0000013066_002_20260421092019467.jpg" alt="" /><em class="img_desc">필자가 보기에 이상적인 한국형 클럽문화를 만든 '황금내 클럽'</em></span></div><br><br><strong>바람직한 테니스 동호회의 사례, '황금내 클럽'</strong><br>그렇다면 한국의 테니스 클럽은 어떤 방향으로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하는가? 필자는 그 해답이 '실력 중심의 폐쇄성'이 아니라 '세대와 수준이 공존하는 순환 구조'에 있다고 본다. 이상적인 클럽은 고수들만 모여 있는 클럽이 아니다. 초보자에게는 배울 수 있는 사다리가 있고, 중급자에게는 성장의 동기가 있으며, 상급자에게는 실력과 경험을 공동체 안에서 다시 환원할 수 있는 역할이 부여되는 클럽이 더 오래가고, 건강하다. 다시 말해 좋은 클럽은 회원 선발을 잘하는 클럽이 아니라, 다양한 회원이 함께 존재할 수 있도록 질서를 만드는 클럽이다.<br><br>그런 점에서 서울 강서지역의 황금내클럽은 매우 흥미롭다. 테니스코리아 2025년 3월호에도 소개된 이 클럽은 구에서 관리하는 한 면의 공공코트라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시간대별로 선호하는 활동 방식과 연령, 그리고 실력 차이를 세심하게 고려해 운영하는 집행부의 노력이 돋보이는 동호회다. 원종석 회장을 중심으로 한 운영 방식은 단순히 코트를 나누어 쓰는 행정적 조정에 머무르지 않는다. 서로 다른 연령층과 경기 수준이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공동체로 묶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br><br>더욱 주목할 부분은 회원 구성이다. 약 70명 규모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30대부터 8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층이 고르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테니스 클럽에서 보기드문 일이다. 보통 특정 연령대나 특정 수준의 회원 층으로 쏠리기 쉬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클럽은 연령의 다양성뿐 아니라 남녀 비율에서도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실력 차이를 이유로 공동체의 문을 닫아걸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br><br>황금내클럽의 가장 큰 장점은 상급자와 하급자가 공존할 수 있는 문화에 있다.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고수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회원들에 대한 배려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클럽에서 흔히 벌어지는 '잘 치는 사람 중심의 분위기', 혹은 고수들의 무언의 우월감이 이곳에서는 비교적 억제되어 있다. 오히려 고수들이 하수들에게 시간을 들여 가르치고, 함께 공을 치며, 공동체 전체의 수준을 조금씩 끌어올리려는 태도가 살아 있다.<br><br>이것은 단순한 친절의 문제가 아니다. 클럽의 지속 가능성을 이해하는 공동체적 지혜의 문제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이 클럽이 나이 많은 회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권위주의적 태도, 이른바 '꼰대 문화'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테니스 동호회는 세대가 섞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불필요한 지적, 간섭, 잔소리가 분위기를 해치기 쉽다. 실력보다 문화가 먼저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금내클럽은 바로 이 지점을 경계하고 있으며, 나이든 회원들 스스로도 그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좋은 클럽은 예절을 강요하는 클럽이 아니라, 배려가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클럽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황금내클럽은 실력의 위계보다 관계의 품격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4/21/0000013066_003_20260421092019540.jpg" alt="" /></span></div><br><br><strong>한국형 테니스 동호회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strong><br>한국형 아마추어 테니스 클럽의 이상적인 모델은 분명하다. 첫째, 코트가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되, 제한된 자원을 공정하고 세밀하게 배분할 수 있는 운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클럽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신규 유입을 막기보다, 다양한 수준의 회원이 공존할 수 있는 단계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상급자는 경쟁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넷째, 연령이 높은 회원일수록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분위기를 지키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다섯째, 클럽의 수준은 내부의 몇몇 고수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초보자와 중급자가 얼마나 오래 머물며 성장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br><br>한국의 테니스 클럽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한 공동체였다. 코트는 부족하고, 예약은 어렵고, 비용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동호인들이 이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지역 기반의 클럽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클럽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떤 클럽이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떠받칠 수 있는가.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실력이 좋은 사람만 남는 클럽이 아니라,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 남을 수 있는 클럽이어야 한다. 폐쇄가 아니라 순환, 선별이 아니라 성장, 권위가 아니라 배려를 중심에 놓는 클럽. '황금내클럽'과 같은 사례는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 준다.<br><br>한국의 아마추어 테니스 문화가 앞으로 더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클럽이 이러한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좋은 선수보다 좋은 공동체가 먼저다. 그리고 좋은 공동체가 많아질 때, 한국 테니스의 미래 역시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춘천스포츠클럽 회장배 테니스 4개 부문 석권 쾌거 04-21 다음 트럼프 환각제 기반 치료제 개발 행정명령과 격투기 거물 로건, 맥그리거 04-2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