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제주 '그날'의 이름을 찾고 싶습니다 작성일 04-13 12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영화 '내 이름은' 시사회 후기</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2xEfV8vmTG"> <p contents-hash="8b4f651f9d48372604e40e73ac6deaf9abf681648457e9cc284c428e92e09747" dmcf-pid="VMD4f6TsyY" dmcf-ptype="general">[양희원 기자]</p> <p contents-hash="524ef7ac8697a09a60bf32c0abd70602e39e1d5164d28268893ecfc2a6f8991b" dmcf-pid="fRw84PyOSW" dmcf-ptype="general"><span>(*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span></p> <p contents-hash="ecdd2e6c29c1495459ba198885bf94d3ce0d100d3f1fbd1665a670d96f622e0e" dmcf-pid="4er68QWIWy" dmcf-ptype="general">지난 10일 영화 '내 이름은' 시사회를 다녀왔다. 4·3항쟁을 다룬 첫 번째 상업영화인데 그 감독이 또 정지영 감독이라는 이야기에 기다려졌던 영화였다. 기대했던 만큼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왜 인지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으레 우리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을 볼 때면 눈물이 났던지라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몇몇 장면에서 코끝이 찡해졌던 것 말고는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생각이 많아져서였는지, 화가 나서였는지 잘 모르겠다.</p> <p contents-hash="c254e00d419f103dbe94452ce5c87095d33ba0072cb3d319c951f5761e6c33ac" dmcf-pid="81fYWHiPST" dmcf-ptype="general">그간 여러 차례 제주도로 역사 기행을 다녀오며 4·3항쟁에 대한 강연과 답사 해설을 해왔던 경험 덕분에 영화를 보며 이런저런 해석과 생각을 정리했다.</p> <p contents-hash="1de851846c1b8d409fc85ce4889b5fe3447213942d2a5d93c191e9ee85df4191" dmcf-pid="6t4GYXnQlv" dmcf-ptype="general">고등학생 때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를 봤다. 사회의 부조리, 야만의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남영동 1985'의 경우 끔찍한 고문 과정을 담아낸 장면을 보며 영화를 보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p> <p contents-hash="40e0269dc651759e1333e02daa13122bc2db0d465870a5e68ef90c4676604d3d" dmcf-pid="PF8HGZLxTS" dmcf-ptype="general">하지만 '내 이름은'은 다르다. 영화 말미에 주인공 정순(염혜란)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보리밭에서의 학살 장면이 나오는데, 그간 정지영 감독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연출을 돌아볼 때 상당히 절제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에 개봉했던 4·3을 다룬 독립영화 '지슬'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영화가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4·3을 알리기 위한 '상업영화'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p> <p contents-hash="ba2a7bc26ff7822ddbfb3f64a32025ffdca19c93eebb2cb24da28cac01329130" dmcf-pid="Q36XH5oMTl" dmcf-ptype="general">현대사 속 학살을 영화에서 어느 정도 수위로 재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적나라한 재연이 누군가에게는 다시금 상처를 후벼파는 일이 될 수도 있고, 과도한 절제는 마주해야만 하는 진실에 대한 외면과 회피가 될 수 있기에. 하여 '적절한 선'을 잘 찾아야 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문제의식에 좀 더 무게를 싣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기억이라는 것이 조금만 회피하는 순간 쉽사리 망각으로 이어지더라는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결론이다.</p> <div contents-hash="42cb26d18528277d6d627ac939aab0eee913c972ba8a352c7338c255e82a190e" dmcf-pid="x0PZX1gRCh" dmcf-ptype="general"> <strong>48년 제주 담은 교실</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5ea6d18a775fa9fa5a8d2980b6601b7a6c93514410a771d0abf534fff2fe8dd" dmcf-pid="yNviJLFYSC"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4/13/ohmynews/20260413135258875rzkq.jpg" data-org-width="893" dmcf-mid="9EFDEr9Uv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3/ohmynews/20260413135258875rzk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내 이름은'의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0fbf675bab8fc805ba453f2ff38509cff4f73fa161c3f53112a91eb3a74ea060" dmcf-pid="WjTnio3GyI" dmcf-ptype="general"> 영화는 세 개의 시간대를 넘나든다. 중심은 어머니 '정순'이 아들에게 '영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 배경을 찾아가는 1998년. 나머지 두 개의 시간대는 정순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1948년과 중년에 접어든 아들 영옥이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는 오늘. </div> <p contents-hash="fa6926be53b28d4727c2a09022818f45c4a4618dbba3d71560d86be40796a94e" dmcf-pid="YAyLng0HWO" dmcf-ptype="general">1998년 시점에서 고등학생인 아들 영옥의 학급에 새로운 전학생이 찾아온다. 전학생 '경태'는 순식간에 학급을 휘어잡고 있던 일진의 무릎을 꿇리고는 학급의 새로운 실세로 거듭난다. 하지만 경태는 눈에 띄는 반장을 맡고 싶지는 않다. 영옥의 친구인 성실하고 원칙적인 모범생 '민수'보다는 넉살 좋고 순진한 영옥을 앞세워 교실을 주무르고 싶었던 경태는 반장 선거에 영옥을 출마시켜 당선시킨다. 아직 때가 덜 묻은 영옥을 온전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었던 경태는 나이키 에어 조던을 선물하고 말보로 담배를 권하며 영옥을 점점 자신에게 물들도록 만든다.</p> <p contents-hash="52bc2df82507fec562c8b2df78bb2f81961ffdf2c0e67d9c5917d8a59d906cb5" dmcf-pid="GcWoLapXls" dmcf-ptype="general">혼자만의 힘으로 학급 친구들 모두를 휘두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경태는 교실에 '뺨치기'라는 질서를 도입한다. 교실에서 다툼이 생기면 서로의 뺨을 치도록 하고, 끝내 격한 싸움으로 몰아가 패자가 승자에게 굴종하는 것이 뺨치기의 핵심이다.</p> <p contents-hash="9181dea612e00ccd6750090439a60a024ac29b162f82592cd7350f67f749bee5" dmcf-pid="HkYgoNUZlm" dmcf-ptype="general">교실은 광복 이후의 제주도, 학급의 구성원들은 당대 제주 민중이다. 전학생 경태의 등장은 한때 제주 민중을 핍박하던 일제의 패망과 함께 제주도에 진출한 미군정을 상징한다. 미군정의 한심한 미곡정책으로 제주도를 비롯한 한반도 38선 이남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46년 10월 항쟁으로 민심이 폭발하는 지경에 이르자 미군정이 처방전이랍시고 내놓은 것이 바로 양과자 배급이다. '개화와 함께 들어온 눈깔사탕을 먹다 나라가 망해버린 기억을 잊지 말자'며 47년 연초부터 학생들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양과자 반대운동이 전개되었는데, 이는 제주도도 마찬가지였다. 경태가 영옥에게 쥐여준 나이키 운동화 에어 조던과 담배는 당대 제주 민중을 현혹했던 미군정의 양과자를 의미한다.</p> <p contents-hash="ad6e6aa84072864e3a5528cf1c1381366e900eeada46b99fcc9254bfb52458db" dmcf-pid="Xs1kcDb0hr" dmcf-ptype="general">시사회 당일 관객과의 대화에서 정지영 감독은 영화 속 '뺨치기'가 제주에서의 학살 과정에서 군경토벌대가 어린아이더러 제 할아버지의 뺨을 후려치도록 협박했던 사례에서 착안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뺨치기는 학살 장면의 단순한 현대적 재연이 아니다. 미국의 획책 하에 단독정부 수립과 분단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민중들이 찬탁-반탁으로 갈려 서로 싸우도록 만들고, 제주에서 항쟁이 발발하자 '해안선으로부터 5km' 지점에 생사를 가르는 선을 죽 긋고는 '산 사람'과 그 밖의 사람으로 갈랐던 당대 미국의 모습을 재연한 것이 바로 영화 속 '뺨치기'다.</p> <p contents-hash="cca853d348e67d3927c67932eb292d15470b877c673ced166457ce27d359a714" dmcf-pid="ZOtEkwKpyw" dmcf-ptype="general">경태의 뺨치기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는 경태의 뺨을 후려갈긴 영화 속 영옥처럼, 우리 대한민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이 더 이상 미국의 줄 세우기에 순순히 따르기를 거부하고 있으니. 권선징악은 사람들의 희망이 담긴 '플롯'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리이자 과학이다.</p> <p contents-hash="96c636dde1e0aaf38590bd3cde6af770e22f10b528ee609d22b22267cb6973df" dmcf-pid="5IFDEr9UyD" dmcf-ptype="general">영옥이 자신의 이름에 감춰진 배경을 모르고선 경태에게 세련된 느낌의 '민종'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달라 부탁해, '경태의 교실'에서 영옥이 민종으로 호명되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해방 후 건국준비위원회를 기반으로 수립된 '인민공화국'도, 3·1운동을 기점으로 탄생해 상하이부터 충칭까지 험난한 여정을 거쳤던 '임정 요인들의 대한민국'도 아닌 미국이 세운 '이승만의 대한민국'이 바로 '민종' 아닐까. 영화 속 영옥은 결국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이름에 감춰진 이야기를 듣고는 앞으로도 '영옥'으로 당당히 살아가기로 다짐한다.</p> <p contents-hash="3aa73fa817f4c7bd1f9734cbde321cb86dbb058d1ac3a4b7d3e2ec31ecdf3cf3" dmcf-pid="1C3wDm2ulE" dmcf-ptype="general"><strong>정순이 뜻하는 것</strong></p> <p contents-hash="7637cb7028f4d9433fafabe54b2004ab7eaf58916b41622d468e644a58dfba63" dmcf-pid="th0rwsV7vk" dmcf-ptype="general">시사회에서 정지영 감독도 이야기했지만 주인공 '정순'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4·3뿐만 아니라 5·18도 간접적으로 겪었고, 이 아픈 기억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어느 순간 정순의 머릿속에서 '자연히' 사라졌단 점에서 그러하다. 정순은 봄이 되면 내리쬐는 햇볕이 싫어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며, 종종 봄바람에 흩날리는 풀잎 소리가 섞인 환청을 들으며 정신을 잃는다. "속솜허라"기에 진실 앞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아야만 했던 지난 시절 우리나라의 일그러진 모습이 정순의 선글라스와 실신에 투영되어 있다.</p> <p contents-hash="e9bf61c3af975f2d4b54a19a43e36668b33585a94459135256423acf4e447dc4" dmcf-pid="FlpmrOfzvc" dmcf-ptype="general">이런 정순이 영화의 말미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보리밭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제 이름이 있음에도 살아남기 위해 '경찰의 딸'이 되어야만 했던 정순의 과거가 안타까웠고, 끝내 묻어두었던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본래의 이름을 찾는 정순의 현재가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에 정순이 보리밭에서 추었던 춤은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위로였을까,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나 자신을 되찾게 된 해방감의 표출이었을까, 아니면 앞으로는 당당하게 참된 나로서 살아가리란 다짐이었을까.</p> <p contents-hash="ef5d899c405a4d4600e4c9b47a1b8c906d46bf29f817374b41909db85db3a140" dmcf-pid="3SUsmI4qWA" dmcf-ptype="general">4·3의 '정명(正名) 찾기'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누군가는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정명 찾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화해와 상생은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토대 위에서 하는 후속 조치이지 정명 찾기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 또 누군가는 4·3의 정명이 '양민학살사건'이라 하지만, 제주도민들의 '항쟁'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진행된 '학살'에 방점을 찍고 이를 정명이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영화 속 정순에게 본래의 이름은 기억하되 앞으로도 정순으로 살며 보리밭에서의 춤도 추지 말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순'은 곧 '사건'이자 '폭동'이다.</p> <p contents-hash="0ec1eddb5d5e9c44d9c33f6260d9cbd11b5180b1c3572263855fc650b8323437" dmcf-pid="0vuOsC8Bvj" dmcf-ptype="general">우리가 하고자 하는 정명 '찾기'는 새로 찾자는 것이 아니라 '도로' 찾자는 것이다. 그간 굴곡진 현대사로 인해 망각을 강요당한 '항쟁'이라는 이름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영화 속 정순이 되찾은 이름으로 보리밭에서 춤을 추던 그 모습과 같이, 언젠가 항쟁으로서의 4·3을 되찾은 이 땅의 사람들이 당당하게 "4·3 정신 계승"을 외치고 실현하는 내일을 소망한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핸드볼 챔피언스리그, 낭트가 GOG 완파하고 8강 진출 04-13 다음 키키, 5월 16·17일 팬 콘서트 '키키 페스티벌' 개최 [공식] 04-1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