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51] 왜 '씨름'이라 말할까 작성일 04-11 30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5/2026/04/11/202604110602140151705e8e9410871751248331_20260411060812303.png" alt="" /><em class="img_desc">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씨름' </em></span> ‘씨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모래판 위에서 맞붙은 두 사내의 굵은 팔과 땀방울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이 단어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그 장면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br><br>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가 그린 씨름은 대표적인 풍속화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은 전통 민속놀이인 씨름 경기를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겨루는 순간을 중심으로, 주변에 모여 구경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자세가 함께 그려져 있다.<br><br>중앙의 씨름 선수들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배치한 현장감 있는 구도, 구경꾼들의 웃음과 긴장 등 다양한 감정이 드러나는 생동감 있는 인물 표현, 그리고 양반이 아닌 평민들의 일상과 놀이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점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경기 장면을 넘어 당시 조선 사회의 분위기와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br><br>씨름이라는 순우리말 형태는 조선 후기부터 문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18~19세기 문헌과 풍속 기록에서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확인된다.<br><br>그러나 씨름 자체는 훨씬 오래된 민속놀이다. 고구려 벽화 등에서도 유사한 모습이 나타나며, 고려와 조선 초기에는 한자어로 ‘각저(角抵)’, ‘각희(角戱)’, '각력(角力)'같은 이름이 사용되었다. <br>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한자 원문으로 각력이라는 말이 4회 검색되며 국역으로 씨름이라는 말이 15회 등장한다. 따라서 씨름과 같은 놀이는 고대부터 존재했지만, 씨름이라는 순우리말 명칭은 조선 후기에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br><br>씨름의 어원은 정확히 하나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 몇 가지 유력한 설이 제시된다. 먼저 ‘씨’(힘·기운)와 ‘-름’(행위)의 결합이라는 설명이다. ‘씨’는 옛말에서 기운, 즉 힘의 근원을 뜻하는 말로 해석되며, 여기에 명사형 어미 ‘-름’이 붙어 ‘힘을 겨루는 행위’라는 뜻의 ‘씨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이다.<br><br>다음으로 ‘씨다’(겨루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씨다’라는 고어가 ‘다투다’, ‘겨루다’의 의미였고, 여기에 ‘-름’이 붙어 ‘씨름’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시름’(걱정)과의 음운 변화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의미상의 연관성이 약해 크게 지지되지는 않는다.<br><br>씨름은 단지 체육경기가 아니다. 농경사회에서 씨름은 풍년을 기원하는 공동체의 의례로 열렸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힘을 겨루며 결속을 다졌고, 이긴 자는 장사(壯士)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어울리는 과정이었다.<br><br>씨름판에서는 상대를 꺾기보다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강조되었다. 상대를 들어 올리되 다치게 하지 말라는 금언은 경쟁 속에서도 상생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br><br>오늘날 우리는 서로를 밀어내며 버티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공동체의 온기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씨름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의 겨룸은 파괴를 위한 것인가, 공존을 위한 것인가. 진정한 승부는 상대를 넘어뜨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짐 속에서 배우고 다시 손을 맞잡는 데 있다. 언어의 뿌리 속에서 발견되는 이 싸움의 미학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삶의 태도를 동시에 비추고 있다. 관련자료 이전 ‘왕의 여자’ 故 이미경, 폐암 투병 끝 사망..어느덧 22년 흘렀다 [Oh!쎈 이슈] 04-11 다음 ◇오늘의 경기(11일) 04-1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