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AI 시대, 이름 없는 ‘꽃’만 핀다 작성일 03-15 4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정영현 테크성장부장<br>무분별한 AI 사용에 사유의 빈곤 드러나<br>결과값만 쫓는 지식 습득, 교육 현장 위기<br>비판적 사고·문해력 등 ‘인간의 몫’ 절실<br>속도보다 제대로 된 AI 평가 원칙 세워야</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6vp9RT71W0"> <p contents-hash="07ca01cbb53fbd2e1053ac1323ffb429072383ce96c7912d0d4c1909521e60e5" dmcf-pid="PTU2eyzty3" dmcf-ptype="general">‘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p> <p contents-hash="29a1c1d0ef486603ee1a26037a39a42867182ebfa1e7729bd1d0532959c535cf" dmcf-pid="QyuVdWqFTF" dmcf-ptype="general">3월이 되면 김춘수의 ‘꽃’은 다시 현재의 시가 된다. 시의 제목처럼 꽃이 피는 계절이어서만은 아니다. 인간이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을 자기 세계 안으로 들이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고, 때로는 의심하고, 끝내 이해하는 과정이 3월이라는 시간의 감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4950c04bad94a7a22f50788a9bf88edada958c1b0c54e6e16aecc12d258edef4" dmcf-pid="xW7fJYB3ht" dmcf-ptype="general">낯선 세계는 쉽게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인간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 가운데 무엇을 멈춰 바라볼 것인지, 무엇에 이름을 붙일 것인지, 무엇을 자기 안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지난하고 번거로운 사유 과정을 거친 끝에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 주어진 세계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낯선 것을 끝까지 붙들어 마침내 자기 이해의 내부로 끌어들이는 일. ‘꽃’이라는 시는 인간이 오래도록 유지해온 고도의 사유 형식을 보여준다.</p> <p contents-hash="11b3adfca09472d17954adadec37746825c0a0f18d93004f299437049517dcb5" dmcf-pid="yMkCXRwal1" dmcf-ptype="general">하지만 현재는 사유 빈곤의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에 시간을 들여 탐구하고, 논리를 세우고, 판단하는 대신 AI가 단숨에 내놓는 결과값을 선뜻 택하는 게 새로운 지식 습득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내가 직접 이름을 불러주기 전, AI가 몇 초 만에 의미 없는 꽃을 수만 송이 피워버리는 세상이다.</p> <p contents-hash="f5245d19a980a393503312c75f74d11e24ae478b62ab426ca4201ca0a178ae7a" dmcf-pid="WREhZerNS5" dmcf-ptype="general">성인들이 지적 노동의 수고로움을 피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 세대를 키우는 교육 현장의 위기가 더 무섭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사유의 과정이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올 1월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 실태 및 요구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학생 2만 6531명과 교사 33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의 94.7%(2만 5104명)가 생성형 AI를 사용해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걱정하는 교사가 93.4%(3121명), 편향된 정보 수용을 염려하는 교사가 92.4%(3089명)였다. 비판 없는 정보 수용을 우려하는 교사도 92.5%(3096명)에 달했다.</p> <p contents-hash="3a36c57decee80c08d923ec657fb00d1d392b5e49943071951c55f72bfaaf993" dmcf-pid="YeDl5dmjWZ" dmcf-ptype="general">다른 나라 사정도 마찬가지다. 미국 교양교육협회(AAC&U)와 엘론대가 올 초 내놓은 공동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미국 대학 교원 1057명 중 90%가 비판적 사고 약화, 83%가 집중력 저하 등을 우려했다.</p> <p contents-hash="118eb394c2a120b087a26f22e1a36b4aee44a61967a95e46d997b900830d62a9" dmcf-pid="GdwS1JsATX" dmcf-ptype="general">AI를 나쁜 기술로 몰아가자는 건 결코 아니다. AI는 이미 교육과 산업, 연구와 행정 전반에 들어와 있다. 사용 기준과 방식이 문제다. 더 정확히 말하면 AI를 제대로 쓰기 위해 무엇을 먼저 길러야 하는가의 문제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보다 앞서 깊이 생각하고, 정확히 묻고, 선뜻 믿지 않고, 끝까지 의심하고 판별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정하는 일도, 돌아온 답에서 오류와 편향을 가려내는 일도 결국 인간의 몫이다.</p> <p contents-hash="8f5e3614dbd09805becfae5cad0adace422af5eb9cd2104b416a1b722158d1fb" dmcf-pid="HoIYpglwTH" dmcf-ptype="general">프롬프트를 능숙하게 입력하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AI가 내놓은 설명을 검토할 수 있는 문해력과 배경지식, 논리적 분별력이다. 기초 사고력과 문해력·분별력이 약한 상태에서 AI에 의존하면 사람은 스스로 가려 읽기보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p> <p contents-hash="394a2c39e7798169a05eeccedae2af7fb180606438340de37205c89399428c6a" dmcf-pid="XgCGUaSrWG" dmcf-ptype="general">현재 위기를 개인의 성실성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책임은 더 넓은 곳에 있다. 국가의 명운 차원에서 ‘AI 퍼스트’만 외칠 일이 아니다. 교육과정에서 AI 활용 기준과 평가 원칙을 더 분명히 세워야 한다. 사고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p> <p contents-hash="4bb5f572c9b2b35fbf239e2f2edcb246ba0b77f062431331baaef18bd66e1664" dmcf-pid="ZahHuNvmhY" dmcf-ptype="general">최근 교육부가 대학 AI 활용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학문적 진실성과 인간 중심성, 투명성과 신뢰성의 원칙을 강조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은 ‘얼마나 빨리 답을 찾았는가’보다 ‘얼마나 제대로 사유하고 판단했는가’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p> <p contents-hash="aed315e771080368ebab8f430b1c0e351f7d32d16423b32f76638568d5d3787e" dmcf-pid="5NlX7jTsSW" dmcf-ptype="general">다시 ‘꽃’을 읊어본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대상을 깊은 사유를 통해 자기 방식으로 이해했다는 뜻이다. 바라보고, 질문하고, 의심하고, 판단하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AI는 그 시간을 줄일 수는 있어도 그 일을 대신할 수는 없다. 다음 세대가 엄청난 기술 앞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판별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게 오늘날 교육이 해야 할 일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9b2b8c2962e633ef993f6698d512b9818cc9f443d52d68e84a779ab089d747db" dmcf-pid="1jSZzAyOC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15/seouleconomy/20260315175526795hxmv.jpg" data-org-width="300" dmcf-mid="8IXUfs1yT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5/seouleconomy/20260315175526795hxmv.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20403fb70b70667e287b2e94fef7aab965596785d2d70fd4f0df64f58a2c31ab" dmcf-pid="tAv5qcWIyT" dmcf-ptype="general">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2PM 닉쿤 "스토커, 중국어로 욕하며 따라와… 집 대신 경찰서로 피신" 03-15 다음 박명수, 정호영 위해 '보증 금기' 파기…"라디오서 이미 공언했다" 03-1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