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 만난 한-일 두 소녀, 감독이 바라보기만 한 까닭 작성일 03-10 9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넘버링 무비 536] 영화 <레이의 겨울방학></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pAfWOBJ6Ue"> <p contents-hash="e8515dd2cefca45f06cb13ffbe13ffcb43c981696a197decba0e62670826100a" dmcf-pid="Uc4YIbiP7R" dmcf-ptype="general">[조영준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5f994ff36065006d4eff5a554efeda3600633e84902f32c5689c6c90fbbe2d4" dmcf-pid="uk8GCKnQ3M"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10/ohmynews/20260310172725119lguz.jpg" data-org-width="1200" dmcf-mid="FwLBFiOcp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0/ohmynews/20260310172725119lguz.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레이의 겨울방학>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영화사 삼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b0fa8ecedfe43b4416e766e741c563a38aeaa946831688ddf8b91ffcb08f47e5" dmcf-pid="7E6Hh9Lx3x" dmcf-ptype="general"> <span>*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span> </div> <p contents-hash="c3df1cf3752db9eac3233117b5a2329caa2df0f4a3aabce77fb8f17be103f891" dmcf-pid="zDPXl2oM7Q" dmcf-ptype="general">01.<br>박석영 감독의 영화에는 비켜선 인물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관계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중심에서 밀려나 있거나 처음부터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감독의 초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들꽃>(2014), <스틸 플라워>(2015), <재꽃>(2016)으로 이어지는 '꽃 3부작'은 이러한 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세 편의 영화 속 모두에서는 가족도 집도 없이 도시를 떠도는 소녀 하담(정하담 분)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 삶의 궤적은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위치 가운데 하나인 청소년의 시간을 기록해 낸다. 정확히 하자면,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잠시 머물다 떠나는 행위를 반복하는 움직임 혹은 행태,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극적인 사건이 아닌 시간의 감각.</p> <p contents-hash="f7a078de2bc22f4aa335846e5b3299350dd5da1e0ff0938951a6f7ca5d852f48" dmcf-pid="qOeFW6Ai7P" dmcf-ptype="general">이러한 관심은 이후 작품들 속에서도 지속되어 왔다. <바람의 언덕>(2019)에서는 과거 딸을 두고 떠났던 여성이 다시 고향 태백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차마 자신이 엄마라 말하지 못하는 영분(정은경 분)과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지 못하는 딸 한희(장선 분)의 관계다. 영화는 두 모녀가 서로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같은 시간을 지나는 모습을 담담히 따른다. 다음 작품인 <샤인>(2024) 속 예선(장해금 분)의 모습을 따르는 시선 또한 다르지 않다. 자신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는 과정에는 어떤 극적인 사건이 놓여있지 않다. 대신, 인물이 처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과 나란히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삶의 궤도가 포착된다.</p> <p contents-hash="659bd8b9c1e274733f8b33d0d17517f94a570626435696ede7b27276c3fcd481" dmcf-pid="BId3YPcnu6" dmcf-ptype="general">02.<br><span>"정말 아무것도 없어. 뭐 하는 게 좋을까?"</span></p> <p contents-hash="a4ca405475439219fea18ec4ced450c37ef2d733b3bcdb0113dbc6b820396c0a" dmcf-pid="bCJ0GQkL78" dmcf-ptype="general">간략하게나마 감독의 지난 작품들을 가로지르는 맥락을 짚어본 것은 이번 작품인 <레이의 겨울방학>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어서다. 이 작품 또한 거창한 사건이나 서사가 아닌 아주 단순하고도 일반적인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두 소녀가 있다. 이제 막 겨울방학을 맞이한 일본인 중학생 레이(구로사키 키리카 분)와 일본에서 일하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도쿄를 방문한 한국인 여고생 규리(정주은 분)다. 하지만 두 인물이 처음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홀로 밥을 먹는 일이다. 레이의 아빠는 할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한 달이나 집을 비운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하느라 집안일과 출근으로 바쁘기만 하고, 규리의 아빠 역시 회사 일로 자신을 만나러 온 딸의 얼굴을 보기 힘들다. 두 사람의 만남과 서사는 그 공백의 자리 위에서 시작된다. 서로를 알지 못했던 레이와 규리가 우연히 만나게 되고, 방학이라는 공통의 시간 속에서 며칠을 함께 보내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p> <div contents-hash="0d13198494c70e31a4cbbd4a0466c24f4685fe3212733f7f5514df5de5be4c4b" dmcf-pid="KhipHxEo34" dmcf-ptype="general"> 중요한 것은 영화가 이 관계에 집착하는 태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극의 기승전결을 구조화하기 위한 특정 사건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관계를 애써 풀어내거나 설명하고자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이야기 속에서 사건은 거의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그저 서로 다른 시간 속에 머물고 있던 두 인물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과정을 따르고자 한다. 농구장, 도시의 골목, 서로의 공간, 그리고 가마쿠라에 이르기까지. 사건 대신 그 자리에 놓이는 것은 느슨한 시간과 낯선 도시의 겨울 공기, 낯설지만 점차 가까워지는 감정과 같은 것들이다. 그런 약간의 비틀린 평범함이 영화 <레이의 겨울방학>이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57e94cab8fbea6948791a727a7a16d76406d666d55ac0643d852ba23d07a6e5b" dmcf-pid="9lnUXMDg3f"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10/ohmynews/20260310172726396cnhr.jpg" data-org-width="1200" dmcf-mid="39uhEpQ9z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0/ohmynews/20260310172726396cnhr.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레이의 겨울방학>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영화사 삼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81230529f19c4fd9354a05c63aec71ee3675657ba4097a10870144c7eda3cea9" dmcf-pid="2SLuZRwa0V" dmcf-ptype="general"> 03. <br>일본에 사는 중학생인 레이와 한국에서 온 고등학생 규리.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정확히는 서로 다른 문화와 삶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나이대의 두 소녀가 만나 우정을 만들어가는 의미 이상의 것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유다. 이 차이는 영화가 가진 큰 동력 가운데 하나인 '언어적 충돌'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톤 앤 매너보다 훨씬 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기는 언어적으로는 소통되지 못하나, 이해 가능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div> <p contents-hash="bfd93cc30769ba03273522f0234cdac61da69ca091ac11b921158d434ae612b0" dmcf-pid="Vvo75erN02" dmcf-ptype="general">이 지점은 이번 영화를 감독의 전작들과 큰 맥락에서 동일성을 갖고 있으나, (긍정적인 의미로) 다른 모습을 하도록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벽이 되기 쉽다. 만약, 이 작품에서도 이전까지 보여왔던 박석영 감독의 태도가 견지되거나, 인물의 삶을 강하게 응시하거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사건을 개입시키는 식의 구조가 형성되었다면 분명 이 이야기는 갈등의 소재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보다 부드러운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이야기의 밀도보다는 느슨한 시간의 흐름에 더 목적을 두는 태도가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두 인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극적인 성장의 서사가 아닌 어느 시기에 공유했던 장소와 공기의 온도에 대한 기억의 형상이다.</p> <p contents-hash="ebb78e30bc370bab6a68e833594e8acdf1dfc5651bbdc553618704586142bd39" dmcf-pid="fdusjt4qp9" dmcf-ptype="general">박석영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애초에 두 번 이상 찍을만한 여유도 없었고 (배우들의 준비가 너무 완벽해서) 그럴 이유도 없었기에, 이렇게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찍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지, 스스로가 잘 알지 못하는 세대의 관계였기에 언어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그런 과정과 태도가 영화의 틀을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 <p contents-hash="4e115a62bf350f019e499a59a6eee35e80274b0c4f7451173ec64d239018a709" dmcf-pid="4J7OAF8BpK" dmcf-ptype="general">04.<br><span>"What do you want to be a future ?"</span></p> <p contents-hash="3d5ad44fd61e7b2032a957c60daecaa22ebbea65de862b59de7be1d091da4978" dmcf-pid="8izIc36bpb" dmcf-ptype="general">결국 영화의 핵심은 '한 때'라는 시간의 구간적 위치에 대한 감각이다. 방학이라는 단어 자체부터가 제약을 갖고 있다. 언젠가 반드시 끝나도록 약속된 시간이며, 이는 곧 다시 일상으로 흩어지게 될 운명을 암시한다. 두 인물의 시간적 배경이 방학이어서가 아니라, 레이와 규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방학'과 비슷한 구조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가 어떻게 맺어질 수 있었는가 하는 결과가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이미 모두 지나가 버린 시간 그 자체다. 이 만남은 두 사람 이후의 삶 속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영화 또한 그 이후에 대해서는 조금도 설명할 생각이 없다.</p> <div contents-hash="f19abb638fa7a1667bc4529612ef5bfd7094f7ec151c56f9c8aaebe924652a4d" dmcf-pid="6nqCk0PK0B" dmcf-ptype="general">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가마쿠라로 떠나는 두 사람을 그리는 지점의 표현 방식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과정에서 두 인물이 배제되고 있어서다. 야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혼자인 동생을 위해 집을 찾은 오빠의 대화로 시작되는 이 시퀀스는 레이와 규리의 모습이 아닌, 전철에서 내다본 풍경으로 대신 된다. 쉽게는 내내 두 사람의 모습과 대화로 채워지던 이동 장면의 변주이자, 겨울이라는 이미지의 강화, 여행을 떠나는 목적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함처럼 여겨진다. 영화 전체의 행위를 하나의 기억으로 치환하고 작품의 목적 자체를 한 시기의 감정과 온도를 붙잡기 위한 것으로 하기 위한 온점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dd6dfef8cc90ebd7958db18249989c32d900dc2c9821d720edaf2c60f4fbb6e0" dmcf-pid="PLBhEpQ97q"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603/10/ohmynews/20260310172727685kssl.jpg" data-org-width="1200" dmcf-mid="0XmM2wXSF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0/ohmynews/20260310172727685kssl.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레이의 겨울방학>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영화사 삼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75ef927cd8472fa5475e3ea0f2846fb2d4f24136aeb4ba493ec4e7f7e424975" dmcf-pid="QoblDUx2pz" dmcf-ptype="general"> 05. <br>영화 <레이의 겨울방학>은 분명 박석영 감독이 자신의 작품 세계, 혹은 작업적 태도를 전환하는 지점에 놓인 작품일 것이다. 그것은 그의 영화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라기보다, 대상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는 순간에 가깝다. 그 중심에는 아직은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지만, 이전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분명 움트고 있는 어떤 '자유로움'이 있다. 그럼에도 감독이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시간의 감각'이다. 이 영화는 그 시간을 가장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포착해 낸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div>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정인 '히든싱어8' 출격…"내 목소리 못맞히면 음악 관둘것" 충격 선언 03-10 다음 AI로 세계적 R&D 성과 ‘척척’…UST, AI 교육이수인증 학생 ‘두각’ 03-1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