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아킬레스건 끊어졌는데 다시 태극마크". 희망 간직 엄예진의 10개월 작성일 03-10 14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정구 국가대표 선발전 복식 1위. 김한설과 콤비<br>- "왜 하필 나에게" 지난해 대표선발 된 뒤 큰 부상. 선수 생명 위기<br>- 10개월 치료-재활에 전념. 목표는 9월 아시안게임 금메달</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3/10/0000012702_001_20260310090712743.png" alt="" /><em class="img_desc">아킬레스건 파열로 선수 생명 중단의 위기를 맞았다가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엄예진. </em></span></div><br><br>구급차에 실려 가는 들것 위에서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국가대표였던 선수. 문경시청 정구부 엄예진(26)이었습니다.<br><br>  경기 도중 입은 큰 부상으로 많은 걸 잃었습니다. 그토록 고대하며 힘들게 따냈던 태극마크를 떼야 했습니다. 선수 생활을 관둘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br><br>  하지만 엄예진은 다시 코트 위에 당당히 섰습니다. 단순한 복귀가 아닙니다. 6개월 넘는 치료 끝에 라켓을 잡은 뒤 국가대표로도 선발됐습니다.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그는 담담하게 지난 10개월을 돌아보게 됐습니다.<br><br>  엄예진은 최근 전남 순천시에서 끝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년 후배 김한설(iM뱅크)과 짝을 이뤄 여자 복식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정구 관계자들은 대부분 '기적 같은 일'이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3/10/0000012702_002_20260310090712814.jpg" alt="" /><em class="img_desc">엄예진의 끊어진 아킬레스건 수술 부위. 엄예진 제공</em></span></div><br><br>엄예진은 지난해 대표로 선발된 뒤 홈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출전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5월 문경에서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복식 게임에 나섰다가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쓰러졌습니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급하게 옮겨졌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엄예진은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아프고 정신이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통증보다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태어나 처음 구급차를 타본 순간이었습니다. "들것에 실려 가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어요. 너무 쑥스러워 그만 손으로 얼굴을 급하게 가렸습니다."<br><br>  처음엔 그렇게 어렵다는 국가대표에 선발되고도 뛸 수 없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습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원망이었습니다. 특히 국가대표로 자신의 학창 시절을 보낸 문경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경기, 멋진 모습을 떠올리며 한창 운동에 매달렸던 그였기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br><br>  무엇보다 아킬레스건 부상이 선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었기에 두려움이 컸습니다.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친 날도 많았습니다.<br><br>  병원 진단 결과는 아킬레스건 완전 파열이었습니다. 끊어진 건(힘줄)이 얼마나 말려 올라갔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담당 의사가 일정이 없는 날인데도 시간을 조정해 주면서 빠르게 수술받을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처음에는 6개월 동안 운동이 불가능하고, 다음 해(2026년)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br><br>  하지만 엄예진은 누워있지만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코트로 돌아가고 싶어 재활에 매달렸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 작은 방 안에서 라켓을 휘두르며 스윙을 가다듬었습니다. 제자리에서 서브 연습까지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는 계속 걸었습니다. 걷고 또 걸었습니다. <br><br>  그렇게 반년 넘게 길고 지루한 재활 기간을 보낸 그는 수술했던 병원에서 재파열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올해 1월부터 마음 편히 뛰며 라켓을 잡았습니다. 엄예진은 "다시 공을 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동안에 시간을 보상받는 것 같고 감사했다"라고 말했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3/10/0000012702_003_20260310090712871.jpg" alt="" /><em class="img_desc">엄예진이 부상 회복을 위해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엄예진 제공</em></span></div><br><br>엄예진은 소속 팀원들과 동계 훈련을 진행하면서 코트에서는 기술과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동시에 대구에 있는 재활센터 더피지오랩에서는 부상 부위 강화와 기초 체력 회복을 병행했습니다. 엄예진은 "김은수 감독님과 김희수 코치님, 그리고 문경시청(시장 신현국)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덕분에 훈련과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감사를 전했습니다.<br><br>  김희수 문경시청 코치는 "본인의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겨우 내 문경에서 케미컬코트 적응에 중점을 둔 훈련했다. 별도로 근력과 지구력 향상을 위해 트레이닝을 병행하였던 부분이 효과적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br><br>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나요, 엄예진은 코트를 떠나 있는 동안 선수로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 눈앞에 버스가 와도 뛰어갈 수 없어서 그냥 보내야 했던 때마다 현실을 실감했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3/10/0000012702_004_20260310090712931.png" alt="" /><em class="img_desc">엄예진이 문경시청 김은수 감독(왼쪽), 김희수 코치(오른쪽)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희수 코치 제공</em></span></div><br><br>힘겨운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결국 사람입니다. 언제나 곁을 지켜준 가족, 가장 힘든 순간 위로가 되어준 남자 친구, 그리고 늘 웃음을 주던 친구들. 무엇보다 자신을 기다려준 팀과 지도자들의 믿음이 컸다고 합니다. 그는 "저보다 더 복귀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믿음에 반드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br><br>  엄예진은 경북 상주의 옥산초 3학년 때 정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체육 시간에 우연히 라켓을 잡았고, 그 모습을 지켜본 코치 권유에 따라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문경서중과 관광고를 거치며 유망주로 주목받았습니다. 2023년 처음 국가대표가 된 뒤 안성 세계선수권 단식 결승까지 올랐다가 당시 3관왕에 오른 이민선(NH농협은행)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3/10/0000012702_005_20260310090712982.png" alt="" /><em class="img_desc">순천 국가대표 선발전 1위를 합작한 엄예진(왼쪽)과 김한설. </em></span></div><br><br>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힘을 합친 김한설과는 3년 전 국가대표팀에서 처음 만난 뒤 복식 파트너가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로의 플레이스타일을 맞추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빠르게 합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br><br>  경기 중 엄예진이 흔들릴 때는 김한설이 중심을 잡아줬고, 김한설이 힘들 때는 엄예진이 끌어줬습니다. 서로를 보완하는 플레이가 결국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엄예진은 파트너를 떠올리며 "한설이는 짱구를 정말 좋아해요. 실제 성격도 가끔 짱구처럼 엉뚱하고 귀여운 면이 있어서 옆에 있으면 늘 즐거워요.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저에게 큰 힘이 됐다"라며 웃었습니다. <br><br>  부상으로 신음할 때 엄예진이 늘 가슴 속으로 되뇌던 말이 있습니다. "너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그러니까 절대 무너지지 마. 그리고 네가 그토록 소망했던 꿈을 잊지 마."<br><br>  이제 그의 시선은 9월 열리는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향하고 있습니다. 큰 부상을 겪은 만큼 가끔 두려움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아시안 게임은 클레이코트 보다 부상 위험과 충격이 많은 하드코트에서 열려 몸에 무리를 줄 수도 있습니다.<br><br>  하지만 엄예진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부상 이전보다 더 탄탄한 몸을 만들기 위해 보강 운동에 전념하고, 더 완벽한 경기력을 준비하겠다는 각오입니다.<br><br>  아시안게임 무대에 오르려면 대표팀 합숙 훈련 기간에 치르는 내부 평가전에서 살아남아 최종엔트리 5명 이내에 들어야 합니다. 국가 대표선발전 통과에 이어 내부 평가전까지 2차 관문을 넘어서면 꿈에 그리던 아시안게임 코트를 밟게 됩니다. 만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다면 금메달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겁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에도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br><br>시련은 그를 멈추게 하지 못했습니다. 코트로 돌아온 엄예진은 이제 완주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br><br>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깜짝 2위 등극... 광주 이정규 감독, 신흥 '사령탑' 탄생 기대감 03-10 다음 강태오, 아시아→남미 총 6개 도시 월드 투어 팬미팅 성료 03-1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