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사의 주역일지 몰라도…" 글러브에 얼굴 묻은 캡틴 이정후, 도쿄돔 울렸다 작성일 03-10 10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3회 터진 우중간 적시타… 공격의 혈 뚫은 '바람의 손자' <br>9회초 실책 유도한 전력 질주… 집념으로 쥐어짜 낸 '기적의 1점' <br>메이저리거의 묵직한 존재감… 위기마다 빛난 타선의 중심 <br>"이제 나의 무대 미국으로"… 마이애미 폭격 예고한 거침없는 출사표</strong>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14/2026/03/10/0005488725_001_20260310070110711.jpg" alt="" /><em class="img_desc">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7-2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문보경, 안현민이 이정후를 끌어안고 있다.뉴스1</em></span> <br>[파이낸셜뉴스] 세상에 이런 바보 같은, 그리고 이토록 위대한 헌신이 또 어디에 있을까. <br> <br>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선언되고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8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1억 1300만 달러(약 1464억 원)의 사나이는 글러브로 얼굴을 감싼 채 아이처럼 흐느껴 울었다. <br> <br>그가 흘린 뜨거운 눈물은, 지난 몇 년간 한국 야구의 '참사'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에이스의 뼈저린 회한이자, 처음으로 주장의 완장을 차고 기적을 이뤄낸 캡틴의 벅찬 환희였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14/2026/03/10/0005488725_002_20260310070110742.jpg" alt="" /><em class="img_desc">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3회초 대한민국 공격 무사 2루때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em></span> <br>이번 대회에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보여준 투혼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그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1천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슈퍼스타다. 굳이 국제대회에서 자신의 몸을 혹사하며 부상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선수다. <br> <br>그러나 가슴에 새겨진 태극마크 앞에서 그의 몸값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1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발목을 다치는 불운을 겪었음에도,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br> <br>패색이 짙어가던 일본전, 5-8로 뒤져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려던 8회에 그는 단타를 치고도 2루를 향해 미친 듯이 전력 질주했다. <br> <br>발목의 통증조차 잊은 채 팀의 죽어가는 불씨를 살려내려던 그 처절한 질주는 동료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14/2026/03/10/0005488725_003_20260310070110757.jpg" alt="" /><em class="img_desc">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3회초 무사 2루 한국 이정후가 1타점 2루타를 친 뒤 기도하고 있다.뉴시스</em></span> <br>운명의 호주전에서는 수비 하나로 대한민국 야구를 구원했다. 1사 1루의 벼랑 끝 위기 상황, 타자의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가 우중간을 향해 총알처럼 날아갔다. 빠지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고 8강 진출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이정후는 몸을 던져 그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다. <br> <br>이미 실점을 허용해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택연과 마운드에서 극도의 긴장감과 싸우고 있던 젊은 투수 조병현을 동시에 지옥에서 건져 올린, 말 그대로 '구국의 수비'였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받는 선수가 찰나의 순간 주저함 없이 인조잔디 위로 몸을 내던지는 이 비현실적인 장면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임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한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14/2026/03/10/0005488725_004_20260310070110775.jpg" alt="" /><em class="img_desc">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7-2로 승리해 WBC 본선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뉴시스</em></span> <br>사실 이정후에게 국가대표는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가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이래, 한국 야구는 번번이 국제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다. <br> <br>처음으로 주장의 중책까지 맡은 이번 대회에서 그가 느꼈을 억눌린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믹스트존에 선 이정후는 "나는 '참사'의 주역일 수 있어도, 과거 '왕조'의 주역인 류현진 선배님도 계셨고, 또 밑에는 새로운 왕조를 써 내려갈 젊은 선수들이 있기에 그 긍정적인 기운이 더 강했던 것 같다"며 승리의 영광을 선배와 후배들에게 돌렸다. <br> <br>이어 그는 "박해민 형, 저, 고우석, 김혜성 등 좋지 않은 국제대회 성적을 기록했을 때 함께했던 멤버들끼리 그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오늘 그 지독했던 악연의 고리를 우리 손으로 같이 끊어낸 것 같아서, 함께 뛰어준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맙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목이 메었다. <br> <br>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지만, 그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대표팀의 모든 십자가를 짊어지려 했다. <br> <br>1464억 원의 가치를 가진 선수가 발목 부상에도 2루를 향해 질주하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다이빙 캐치를 하며, 승리가 확정되자 글러브에 얼굴을 묻고 오열한다. 우리는 지금, 압도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그 헌신과 책임감마저 역대 최고인 진정한 '캡틴'의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이정후의 눈물과 함께 한국 야구의 잔혹사가 마침내 끝났다. 위대한 주장이 이끄는 류지현호의 다음 정착지는, 약속의 땅 마이애미다. 관련자료 이전 [패럴림픽] '금1·동1' 목표 조기 달성 한국, 컬링도 4강 안착 03-10 다음 '한국 야구의 보물' 문보경 "애국가 영상에 넣어주세요" 03-1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