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쟁의 스포츠, 한국 테니스는 왜 닫힌 구조가 되었는가? 작성일 02-24 26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한국 테니스 생태계의 병목과 선순환을 위한 구조적 제언</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2/24/0000012588_001_20260224101911672.jpg" alt="" /><em class="img_desc">이미지/GettyimagesBank</em></span></div><br><br>테니스라는 운동은 본질적으로 경쟁과 대결을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강한 기쁨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종목이다. 단식과 복식이 모두 가능하며, 상대를 명확히 이겨야만 성취가 완성된다는 점에서 배드민턴, 탁구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구기 종목의 공통점은 분명하다.<br><br>반복 훈련과 더불어, 자신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상대와의 지속적인 연습 경기 없이는 실력 향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br><br>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테니스·배드민턴·탁구와 같은 종목에서는 초보자나 하위 실력자가 성장하기 위해 상위 실력자와의 시합을 필요로 하지만, 그 기회 자체가 상위 실력자의 '선택'과 '허락'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성향이나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병목이다.<br><br><strong>상위 실력자의 '텃세'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strong><br>아마추어 스포츠 환경에서 상위 실력자가 하위 실력자와의 대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럽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본인의 운동량과 경기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코트를 찾았는데,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과의 경기는 '훈련'이 아니라 '시간 소모'로 인식되기 쉽기 때문이다.<br><br>특히 테니스는 한 코트를 사용하는 인원 대비 소요 시간이 길고, 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이 더욱 크다.<br><br>배드민턴이나 탁구는 상대적으로 코트 확보가 용이하고 회전율이 높다. 반면, 국내 테니스 현실은 다르다. 테니스 코트는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지역도 많으며, 특정 시간대의 코트는 사실상 고정된 동호회나 상위 실력자들에 의해 점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br><br>이로 인해 초보자들은 상급자들을 향해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하지만, 상급자들 역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느끼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 갈등은 개인의 태도나 매너 문제가 아니라, 한정된 코트라는 자원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2/24/0000012588_002_20260224101911754.jpg" alt="" /><em class="img_desc">이미지 GettyimagesBank</em></span></div><br><br><strong>아마추어 대회의 폐쇄성, 그리고 신규 유입의 실종</strong><br>이러한 구조는 동호인 대회에서도 재현된다. 새로운 실력자의 유입 속도는 매우 느리고, 기존 참가자 중심의 운영이 굳어지면서 대회는 점점 폐쇄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결과적으로 테니스 인구는 정체되거나 미미하게 증가할 뿐, 눈에 띄는 저변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br><br>현재 국내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를 주관하는 주요 축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한국동호인테니스협회(KATA), 한국테니스발전협의회(KATO), 그리고 대한 테니스협회(KTA) 생활체육 부문이다. 이들 단체는 각각 자체적인 랭킹 시스템을 통해 생활체육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으나, 통합적인 관점에서 테니스 인구 확대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진입장벽을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br><br>신규 동호인의 입장에서는 "어디에 등록해야 하는지", "어떤 대회가 자신의 실력에 맞는지", "랭킹은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조차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러한 혼란은 자연스럽게 첫 대회 진입을 지연시키고, 결국 테니스를 '접어버리는' 선택으로 이어진다.<br><br>KATA와 KATO가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나, 신규 유입 관점에서의 경로 설계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br><br><strong>기업과 스폰서는 왜 테니스에 선뜻 들어오지 않는가</strong><br>이와 같은 폐쇄적 구조는 기업과 스폰서의 시선에서도 명확히 인식된다. 기업이 스포츠를 후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확장성'과 '지속성'이다. 그러나 신규 유입이 정체되고, 내부 갈등이 반복되며, 특정 집단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기 어렵다.<br><br>테니스는 골프와 자주 비교된다. 골프는 상위 실력자와의 라운드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 단위의 소비가 가능하고, 장비·의류·멤버십 등 다양한 소비 포인트가 분명하다.<br><br>반면 테니스는 경기 상대·코트·커뮤니티라는 세 요소가 동시에 충족되지 않으면 참여 자체가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이 한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과 스폰서의 참여는 이벤트성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2/24/0000012588_003_20260224101911859.jpg" alt="" /><em class="img_desc">이미지 GettyimagesBank</em></span></div><br><br><strong>해법은 '도덕'이 아니라 '시스템'이다</strong><br>테니스 인구의 저변 확대와 스폰서십 유입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상급자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법은 명확하다.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br><br>첫째, 상급자와 하급자의 만남을 개인적 호의가 아닌 시스템 배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 코트에서 일정 시간대를 '오픈 플레이'로 지정하고, 레벨이 혼합된 라운드로빈 방식의 운영도 정례화 한다면, 상급자에게도 충분한 운동 강도를 제공하면서 하급자에게 성장 기회를 줄 수 있다. 여기에 상급자에게는 코트 예약 우선권, 대회참가 시 시드배정, 연습구 지원과 같은 명확한 인센티브가 결합된다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게 된다..<br><br>둘째, 랭킹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레이팅 기반 매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랭킹은 서열을 만들지만, 레이팅은 경로를 만든다. 초·중급자에게 중요한 것은 '몇 위인가'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상대, 그리고 한 단계 위의 상대를 안정적으로 만날 수 있는가'다.<br><br>셋째, 코트 문제는 증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예약 시스템의 투명성, 특정 집단의 독점 방지, 위탁 운영 시 공공성에 대한 KPI 공개 등 운영 방식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코트 가동률과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2/24/0000012588_004_20260224101911931.jpg" alt="" /><em class="img_desc">이미지 GettyimagesBank</em></span></div><br><br><strong>한 도시, 한 시즌의 실험이 필요하다</strong><br>모든 변화를 한 번에 추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지역에서, 한 시즌만이라도 오픈 플레이, 레이팅 매칭, 신규 참여자 보호 리그를 패키지로 운영해 본다면, 결과는 충분히 측정 가능하다. 신규 유입자 수, 재참여율, 분쟁 민원 감소, 그리고 스폰서의 재참여 의향은 명확한 지표가 된다.<br><br>테니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스포츠다. 경쟁의 쾌감, 기술 향상의 즐거움, 그리고 참여 그 자체가 주는 몰입감은 다른 종목이 쉽게 대체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의 구조에서는 그 매력이 외부로 확산되기 어렵다.<br><br><strong>닫힌 경쟁에서 확장하는 경쟁으로</strong><br>상급자의 '텃세'를 비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급자의 좌절 역시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릴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낭비가 아닌 구조, 갈등이 아닌 경로, 폐쇄가 아닌 확장이다.<br><br>테니스가 진정으로 '참여의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의 문턱을 낮추되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그 설계가 현실이 되는 순간, 테니스는 다시 선순환의 궤도로 돌아올 수 있으며, 기업과 스폰서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그 방향을 따라오게 될 것이다.<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카카오엔터 '베리즈', 삼성 라이온즈 온라인 팀스토어 오픈 02-24 다음 미셸 위, 가상현실 골프 대회 'WTGL' 2026-2027시즌 출격 02-2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