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에 빙판 깐 듯”…친환경 택한 밀라노, 선수 배려 아쉬웠다 작성일 02-23 30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본조르노, 밀라노] 첫 분산 개최 올림픽의 그림자</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6/02/23/0002792705_001_20260223110209404.jpg" alt="" /><em class="img_desc">2026 밀라노·코르티나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em></span> “여기 경기장 맞아? 코엑스 전시장에 빙판을 깔아놓은 것 같은데….”<br><br>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처음 열린 날 찾은 경기장은 우리가 알던 ‘꿈의 무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화려한 건축미는커녕 전용 링크장도 아니었다. 덜컹거리는 철판과 철골로 이어진 임시 가건물 구조 속에 대회 마크가 찍힌 빙판이 덩그러니 설치돼 있었다. 실제 경기장이 마련된 곳은 대형 전시 컨벤션센터인 ‘로 피에라’(Rho Fiera)로, 한국으로 치면 정말 코엑스에 빙판을 깐 셈이었다.<br><br>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경기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벽 곳곳은 녹이 슬거나 부식됐고, 이끼가 끼어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낡은 플라스틱 의자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내부 리모델링은 했겠지’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낯선 풍경이었다.<br><br>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을 표방했다.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전체 경기장의 92%를 기존 시설이나 임시 시설로 보완했다. 대규모 토목 공사로 산을 깎고, 대회가 끝난 뒤 '하얀 코끼리(돈만 먹는 애물단지)’가 되는 경기장을 남기지 않겠다는 시대적 선언이었다. 서울과 부산 거리와 맞먹는 네 개 지역으로 분산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6/02/23/0002792705_002_20260223110209506.jpg" alt="" /><em class="img_desc">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 철판과 철골 등 임시 가건물로 설치돼있다. 손현수 기자</em></span> 취지는 분명했고, 박수받아 마땅했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무대의 특성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도 분명했다. 올림픽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대회다. 선수는 4년, 아니 평생을 바쳐 기록을 단축하거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이 온전히 빛을 보려면 최상의 빙질과 최적의 기온, 그리고 오로지 경기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br><br> 하지만 이번 대회는 조금 달랐다. 선수들은 관중이 오가는 공간 한쪽에서 실내 자전거로 몸을 풀었다. “빙판 아래 나무가 깔려 있어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스타트할 때 ‘텅텅’ 소리가 난다”는 김민선의 말처럼 경기장 적응은 새로운 과제가 됐다. 쇼트트랙과 피겨 경기장의 물렁물렁한 빙판은 선수들을 넘어뜨렸고, 그 결과 상위권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대이변도 발생했다. 기록 경쟁의 무대에서 환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스포츠의 본질인 ‘최상의 퍼포먼스’와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지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었다.<br><br> 최대 500㎞가량 떨어진 네 개 지역에서 진행된 분산 개최 역시 명암이 엇갈렸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 개최 비용을 줄이고 여러 도시가 올림픽 자산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축제의 열기 또한 떨어진 거리만큼 모이지 않고, 뿔뿔이 흩어졌다. 경기장 인근과 관광지에는 올림픽 분위기가 후끈했지만,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기가 올림픽 개최 도시가 맞나' 할 정도로 일상의 풍경이 이어졌다. 거대한 스포츠 축제가 도시 전체를 물들이던 과거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br><br>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방향성은 분명 시대의 흐름이다. 관중들은 낡은 플라스틱 의자 위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경기를 즐겼고, 도시는 ‘빚더미’만 남는 불필요한 개발 없이 대회를 치러냈다. 환경과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밀라노의 과감한 결정은 20년 전 토리노 대회 때 남긴 숙제를 의식한 선택이기도 하다. 다만 그 선택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 속에서, 올림픽이 그동안 추구한 가치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짙은 고민이 남는 대회였다. <br><br> 밀라노/손현수 기자 관련자료 이전 공포 뚫은 최가온·유승은, 인간승리 김상겸... "당신들 덕분에 참 행복했습니다" [2026 밀라노] 02-23 다음 '스노보드金' 최가온, 美방송사 선정 '동계올림픽 스타 13인' 02-2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