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하의 밀라노리포트]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을 끝내며-겨울에 남은 따뜻한 울림 작성일 02-23 25 목록 <table class="nbd_table"><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1/2026/02/23/0002772418_002_20260223090511580.png" alt="" /></span></td></tr><tr><td></td></tr></table><br><br>베로나 원형극장의 돌계단은 폐회식이 끝나자 긴 축제를 마친 사람처럼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밀라노와 코르티나에서 시작된 지난 2주간 올림픽의 여정은 이 고대의 극장에서 끝났다. 2000년의 시간을 버텨온 원형의 공간은 마지막 불꽃이 꺼진 뒤에도 쉽게 어둠에 잠기지 않았다. 노래와 환호가 사라진 자리에서, 돌은 기억을 붙잡고 있다.<br><br>베로나 원형극장의 돌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음향이 들린다. 지난 2주간 밀라노와 알프스 산골을 흔들던 환호가 다시 귀전으로 돌아왔다. 그렇다. 한계를 극복한 환호와 박수 소리다. 박수는 승자만의 몫이 아니라 신성한 규칙의 틀내에서 용감하게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한 패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지난 2주간의 여정은 고대의 시간을 품은 이 공간에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는 몸, 눈 위로 솟구치는 점프, 마지막 순간에 뒤집히는 결과, 수많은 드라마를 남겼다. 도시와 산악에서 펼쳐진 경기는 하나의 리듬으로 묶였고, 인류는 다시 한번 함께 환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축제는 분명 존재했고, 그 기쁨은 진짜였다.<br><br>하지만 올림픽의 기원을 따라가 보면, 그 시작은 환호보다 훨씬 깊고 조용한 곳에 닿아 있다. 고대 올림픽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스가 전우이자 친구였던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열었던 경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그것은 승리를 축하하기 보다는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달래는 진혼의 의식이었다. 달리고, 던지고, 몸을 부딪치는 행위는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불멸의 신들과 하나되면서 또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집단 의식이었다.<br><br>올림픽은 모습이 달라졌지만, 그 안에 깃든 감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쇼트트랙 계주의 감동이 주는 여운이 그러했다. 경기에서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 팀을 위해 끝까지 달리던 우리 선수들의 모습, 마지막 바퀴에서 서로를 밀어주며 결승선을 통과하던 장면은 메달 이상의 감동을 남겼다. 스노보드를 탄 어린 선수는 눈보라 속에서 실패와 부상, 두려움을 이겨내고 과감한 도전 끝에 시상대에 오르며 환호케 했다. 누군가 가능해 보이지 않았단 길을 처음 열어가는 장면은 얼마나 감격적인가? 결승에서 재앙처럼 무너졌던 피겨의 남신으로 추앙 받던 미국선수는 충격을 딛고 너무나 아름다운 갈라 공연을 보여주었다. “가장 큰 감동은 완벽한 승리보다, 무너지고 다시 서는 순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렇듯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진동이 세계의 울림으로 확장되는 그 경이로움이 올림픽인 것이다.<br><br>올림픽의 불은 꺼졌지만, 그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고대에서 현재까지 계속 반복되어 왔다. 우리는 여전히 경쟁하고, 여전히 승리를 원하며, 여전히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럼에도 우리는 폭력성을 규칙으로 정화할 수 있고 생명의 유한함을 견뎌내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인류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br><br>아킬레스가 친구의 넋을 기리기 위해 경기를 열었던 그 마음처럼, 우리는 지금도 고통받고 억압받고 억울하게 죽어가는 자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 그리고 살아있는 자들의 용기와 열정, 모두를 위한 사랑과 연대를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밀라노와 코르티나에서의 겨울은 오래도록 우리 안에서 겨울의 화양연화로 따뜻한 울림을 남길 것이다.<br><br> 관련자료 이전 '2030년 프랑스 알프스에서 다시 만나요' 밀라노 올림픽 17일간 열전 막을 내리다 '韓 금 3·은 4·동 3-종합 13위' 02-23 다음 "중국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린샤오쥔, '노메달 수모' 고개 숙였다…"기회 준 중국 고마워, 이 영광 평생" [2026 밀라노] 02-2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