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세바퀴서 보여줬다, K쇼트트랙의 힘 작성일 02-20 38 목록 <b>여자 3000m 계주서 대역전극… 올림픽 통산 7번째 금메달</b><br> 111.12m 트랙을 27바퀴 도는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 결승선을 세 바퀴 반 남기고 3위로 달리던 한국의 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심석희가 온 힘을 다해 최민정을 밀었고, 추진력을 얻은 최민정이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캐나다 선수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최민정은 한 바퀴 반을 전력 질주하며 마지막 주자인 김길리와 교체했다. 전체 레이스의 93%가 지나고 마지막 두 바퀴. 김길리는 반 바퀴를 돌고 직선 주로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의 인코스를 파고들며 순식간에 선두로 나섰다. 허를 찔린 폰타나가 다시 역전을 노렸지만, 이미 속도가 붙은 김길리는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6/02/20/0003960002_001_20260220005014265.jpg" alt="" /><em class="img_desc">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길리가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장련성 기자</em></span><br>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9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목에 건 메달은 역대 열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일곱 번째 금메달이다. 언뜻 ‘익숙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어느 때보다 값진 성과다. 세계 쇼트트랙에서 한국은 이제 ‘당연한 1인자’가 아니다. 캐나다, 네덜란드 등 힘과 체력을 앞세운 경쟁자들이 수년에 걸쳐 ‘한국식’ 훈련법과 경기 운영을 효과적으로 벤치마킹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중·장거리인 1000m와 1500m, 계주 종목에서까지 초반부터 치고 나가 속도를 높이는 게 ‘뉴 노멀’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전 노 골드’ 위기에 빠진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이 이날 보여준 끈질긴 추격과 환상적인 역전 레이스는 한국 쇼트트랙의 ‘전매특허’였던 특유의 경기 전략과 끈끈한 팀워크가 여전히 올림픽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상향 평준화된 세계 쇼트트랙 무대에서 ‘최강’의 자리를 지키려는 대표팀의 간절한 노력이 있었다.<br><br>쇼트트랙 대표팀은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계주만큼은 절대 패권(霸權)을 내줄 수 없다는 각오로 대비책 마련에 공을 들였다. 과거처럼 레이스 막판에 순간 스피드를 올려 추월하는 전략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력 질주할 수 있는 지구력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스피드를 최고치로 끌어올려서 최대한 오래 달리는 훈련에 매진했다. 남자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들을 동원해서 남자 선수의 최고 속도를 여자 선수들이 따라가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이날 결선에서 한국이 보여준 대역전극도 이 덕분에 가능했다. 김길리는 “민정 언니 손이 몸에 닿자마자 내가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폰타나가 코스를 잘 타는 선수라 빈틈이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는데, 추월할 길이 딱 보이더라”라고 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6/02/20/0003960002_002_20260220005014327.jpg" alt="" /><em class="img_desc">충돌 버텨낸 최민정 결승선까지 15바퀴 반을 남기고 2위로 달리던 네덜란드의 잔드라 펠제부르(왼쪽)가 갑자기 넘어졌지만, 최민정이 침착하게 위기를 넘기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신화 연합뉴스</em></span><br>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6/02/20/0003960002_003_20260220005014394.jpg" alt="" /><em class="img_desc">힘껏 밀어준 심석희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 출전한 심석희(오른쪽)가 다음 주자 최민정을 힘껏 밀어주고 있다. 과거 껄끄러웠던 두 선수는 함께 힘을 모아 금메달을 합작했다./장련성 기자</em></span><br> 속도만 높여서 얻을 수 있던 결과는 아니다. 한국 특유의 노련한 레이스 전략이 아니었다면 개인전처럼 서양 선수들 뒤만 쫓아가다가 끝날 수도 있었다. 한국은 ‘에이스’ 최민정을 마지막 스퍼트를 담당하는 2번이 아닌 스타트를 끊는 1번 주자에 배치했다. 최민정이 한국 선수 중 상대적으로 500m에 강해 출발에 능하고, 2번을 맡은 김길리가 최민정 못지않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이었다.<br><br>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15바퀴 반을 남긴 상황에서 앞서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코너를 돌다 미끄러져 넘어졌고, 3위로 뒤따르던 최민정도 엉켜 넘어질 뻔했다. 최민정이 안간힘을 써서 버텨냈지만, 그사이 캐나다와 이탈리아 선수들은 멀찌감치 달아났다. 하지만 주자를 교체할 때마다 눈에 띄게 간격을 좁히며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특히 발 빠른 1번 주자 최민정을 밀어주는 4번 자리에 체격이 크고 힘이 좋은 심석희를 배치한 것이 적중했다. 상대 선수들이 거칠게 자리를 비집고 들어올 때는 충돌을 피해 자리를 내주고 다시 추월 기회를 만들어내는 한국 선수들의 노련함도 돋보였다. 최민정은 “여자 계주만큼은 여전히 대한민국이 강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며 “선배들의 업적을 우리가 잘 이어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br><br> 관련자료 이전 8년 앙금 턴 두 라이벌, 역전을 ‘푸시’하다 02-20 다음 스페인 콜·스위스 파통, 산악스키 초대 '남녀 챔피언' 02-2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