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여전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도망치지 않고 공포를 이겨낸 ‘멘털 갑’ 최가온[김세훈의 스포츠IN] 작성일 02-13 26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2/13/0001097898_001_20260213081414710.jpg" alt="" /><em class="img_desc">최가온이 12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메달을 목에 걸고 울면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em></span><br><br>눈발이 거세게 흩날린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 열일곱 살 소녀는 슬로프 위에서 한 번, 두 번 넘어졌다. 1차 시기에서 보드가 파이프 턱에 걸리며 크게 쓰러졌고, 2차 시기에서도 완주에 실패했다. 전광판에는 ‘DNS(출전하지 않음)’ 표시가 잠시 떴다. 다리엔 힘이 빠졌고, 마음엔 공포가 밀려왔을 것이다.<br><br>그러나 마지막 3차 시기. 그는 고난도 1080도 대신 900도와 720도로 구성한 연기를 ‘완주’에 집중해 펼쳤다. 그리고 90.25점. 11위에서 1위로 수직 상승.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은 그렇게 뒤집혔다. 최가온은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이 종목 최연소 금메달(17세 3개월) 기록까지 새로 썼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2/13/0001097898_002_20260213081415504.jpg" alt="" /><em class="img_desc">최가온이 3차시기 성적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em></span><br><br>■ ‘역전 승부사’라는 이름 : 최가온의 금빛 연기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월드컵 무대에서 여러 차례 1차 시기 최하위권에서 마지막 시기에 90점대를 찍으며 판을 뒤집어온 선수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를 ‘설원의 작가’라 부른다. 이야기를 쓰듯, 마지막 장면에서 결말을 바꿔놓는 선수.<br><br>이번 올림픽 결선에서도 그는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1차 시기 10점. 12명 중 11위.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올림픽 여기서 그만해야 하나”였다. 그는 “1차 시기 이후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할 수 있어. 너는 가야 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br><br>공포는 있었다. 통증도 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내 다리를 믿고 해보자고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공포를 인정하되, 그 공포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선언이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2/13/0001097898_003_20260213081416113.jpg" alt="" /><em class="img_desc">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은메달을 딴 미국 클로이 김, 오른쪽은 동메달 일본 오노 미쓰키. 연합뉴스</em></span><br><br>■ ‘하늘이 내려준 메달’이라는 겸손 :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최가온은 “이 선수들 중에 제가 가장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 메달은 하늘이 내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1위에서 1위로 역전했다기보다 ‘포기하고 싶었던 자신’을 이긴 셈이다.<br><br>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은 “나는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고통을 견디지 않으면 챔피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최가온의 3차 시기는 바로 그런 글들을 몸으로 실천한 것이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2/13/0001097898_004_20260213081416796.jpg" alt="" /><em class="img_desc">최가온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 1차시기에서 크게 넘어진 뒤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em></span><br><br>■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넘어설 뿐이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은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더 단호하게 “성공도 영원하지 않고, 실패도 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나아가는 용기”라고 말했다. 공포를 이기지 못하면 점프도, 회전도, 착지도 없다. 공포 앞에서 멈추는 순간, 기록도 역전도 없다. 정신과 의사 칼 융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속에 우리가 찾는 답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가온의 3차 시기가 그랬다.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통증도 여전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일어났고 다시 날았다. 역전은 점수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역전은 마음속에서 시작된다. 공포를 넘는 순간, 새로운 드라마가 쓰여질 수 있다. 리비뇨의 눈발 속에서, 한 소녀가 그 진리를 증명해냈다.<br><br>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관련자료 이전 스노보드 최가온, 한국 첫 금메달…쇼트트랙 임종언은 동메달[2026 동계올림픽] 02-13 다음 "이 아이는 9년 뒤 올림픽 챔피언이 됩니다"…최가온, 과거 영상 '성지순례' [2026 밀라노올림픽] 02-1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