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를 깨운 ‘아르모니아’, 밀라노의 잠 못 이루는 밤 작성일 02-07 36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본조르노, 밀라노] 2026 겨울올림픽 개회식 리뷰</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6/02/07/0002790489_001_20260207184607862.jpg" alt="" /><em class="img_desc">7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탈리아 국기를 본떠 녹색·흰색·빨간색으로 디자인한 옷을 입은 모델들이 걸어가고 있다. 밀라노/AFP 연합뉴스</em></span> 미학적 완성도와 대중적 재미,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까지. 멋있고 재밌고 감동적이며 의미까지 있었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 개회식이 남긴 깊은 여운 탓일까. 산시로의 열기를 뒤로 하고 돌아온 밀라노의 밤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br><br> 국제 대회가 열리면 스포츠 팬들의 시선은 대개 개회식보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향한다. 기자도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는 개회식은 대회를 알리는 ‘곁가지’ 쯤으로 쉽게 여겼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개회식이 열리는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았다. 한쪽엔 이탈리아 축구의 성지인 산시로를 직접 찾는다는 설렘도 있었다.<br><br> 하지만 지하철이 마비될 정도로 엄청난 인파를 뚫고 마주한 개회식은 이탈리아가 왜 예술의 나라인지를 증명하는 웅장한 장관이었다. 동시에 그동안 ‘개회식=곁가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단순한 착각이었는지도 깨닫게 했다.<br><br> 수백 명의 무용수가 하나 되어 펼치는 정교한 퍼포먼스와, ‘패션의 나라’답게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탈리아 국기를 본떠 녹색·흰색·빨간색으로 디자인한 옷을 입은 모델들이 스타디움을 순식간에 런웨이로 바꿔놓은 장면은 압권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외신 기자들도 탄성을 터뜨렸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6/02/07/0002790489_002_20260207184607886.jpg" alt="" /><em class="img_desc">7일(한국시각)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 오륜기가 떠있다. 밀라노/AP 연합뉴스</em></span> 단순한 ‘행진'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92개국 선수단 입장도 백미였다. 밀라노에서 ‘홍철 없는 홍철팀'을 만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회식은 밀라노 뿐만 아니라 코르티나와 리비뇨, 프레다초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때문에 밀라노 개회식장에 선수는 없고 국가명이 적힌 팻말만 홀로 걸어 나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여섯 번째 순서인 아르메니아 차례가 돼서야 산시로에 선수단이 등장할 정도였다.<br><br> 선수단을 향한 관중들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그중 최고는 단연 개최국 이탈리아. 이탈리아 선수단이 92번째, 마지막으로 입장하자 산시로의 공기는 조명부터 음악까지 모두 바뀌었다. 관중들의 환호도 덩달아 커졌다. 홈 어드밴티지는 확실했고, ‘여기는 내 집이야’하는 위압감이 들 정도였다.<br><br> 미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예상치 못한 ‘야유’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이유는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전광판에 등장하자 야유가 쏟아졌는데, 이는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 살해 논란 탓으로 보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탈리아 현지에선 ICE 요원 파견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세계인의 축제에서 만난 낯선 야유였지만, 평화와 인권, 연대의 가치를 추구하는 올림픽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br><br> 이어진 후반부 공연들에선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네순 도르마'는 산시로의 차가운 공기를 데웠다. 이탈리아 코미디언 브렌다 로디자니가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척 익살스레 연기하며, 특유의 ‘이탈리안 제스처’로 손동작을 펼치자 엄숙한 분위기를 웃음으로 누그러졌다. 흔히 말하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은 순간이었다.<br><br> 이번 개회식의 주제는 ‘아르모니아(Armonia)’, 이탈리아어로 조화였다. 개회식의 기승전결을 지켜보며 이 주제가 결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 도시(밀라노)와 산(코르티나)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역사와 음악, 문학, 미술, 패션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br><br> 개회식이 끝나고 8만여 명이 들어찬 산시로의 불빛은 꺼졌지만, 시민들은 새벽 늦게까지 곳곳에 모여 여운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밀라노의 밤은 ‘아르모니아'의 울림 속에서 쉽게 잠들지 않았다. 관련자료 이전 “차준환, 미모 금메달”…동계올림픽 최고 미남 선정 02-07 다음 "닭 잡는데 소 칼 안 쓴다"... 안세영, 벤치에서 웃으며 韓 '결승행' 관람 02-0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