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하의 밀라노리포트]밀라노에 내리는 비와, 다시 쓰여질 역사 작성일 02-06 42 목록 <table class="nbd_table"><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1/2026/02/06/0002769455_002_20260206114412787.png" alt="" /></span></td></tr><tr><td></td></tr></table><br><br>세계를 하나로 묶는 눈과 얼음 위의 축제라 불리는 동계 올림픽이 열릴 밀라노에 설레는 마음으로 말펜사 공항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축제의 소란이 아니라, 겨울 하늘을 잔잔하게 덮으면서 내리는 부슬비였다.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앞둔 도시라면 화려한 조명과 거대한 배너가 공항과 대로변을 뒤덮기 마련이지만, 밀라노는 달랐다. 환경친화적 올림픽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도시의 첫인상은 조용했고 절제되어 있었다. 곳곳의 디지털 광고판만 이곳이 올림픽을 여는 도시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끈 문구 하나.<br><br>“It is not just a show. It is history.”<br><br>이 짧은 문장은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지닌 무게를 정확히 짚어낸다. 이 땅은 단순히 ‘긴역사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인류 문명에 여러 갈래 뿌리를 내린 원류에 가깝다. 고대 로마제국이 남긴 법과 제도는 오늘날 서구 사회의 기본 구조를 이루고 있고, 라틴어는 유럽 언어와 학문의 기초가 되었으며, 로마의 도로와 건축 기술은 제국의 영토를 넘어 전 세계의 도시 건설과 교통의 기반이 되었다.<br><br>중세로 넘어오면 이탈리아는 교황청을 중심으로 정신적·종교적 권위를 구축하며 유럽의 사상적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어 르네상스는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과학혁명은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탈리아는 단순히 ‘유럽의 한 나라’가 아니라, 유럽 문명 자체를 형성한 핵심 동력이었다.<br><br>그 유산은 현대에도 이어진다. 패션, 디자인, 건축, 음식,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는 여전히 세계인의 감각을 이끄는 나라다. 밀라노의 거리에서 마주치는 세련된 실루엣, 어느 골목의 작은 카페에서 풍기는 에스프레소 향, 고색창연한 건물과 현대적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풍경은 이 나라가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삶 속에서도 문화를 창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br><br>오늘날의 이탈리아는 또 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앞으로 인류사에 어떤 기여를 해나갈 것인가.”<br><br>기후 위기, 기술 혁신, 사회적 다양성, 지속가능성 등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 속에서, 이탈리아는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미래로 확장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화려함을 줄이고 환경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식, 도시와 자연을 연결하는 경기장 구성, 세계가 하나되는 올림픽정신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들을 담아내려는 시도다.<br><br>앞으로 한 달 동안 이곳에서 펼쳐질 경기들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선수들의 기록과 승부를 넘어,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들이다. 고대 로마의 법과 제도, 인프라와 공학이 인류 문명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듯, 올림픽을 통해 분열과 혼동의 세계가 더 나은 역사의 장으로 나아가는 작은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br><br>말펜사 공항의 빗방울은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묵직한 기대가 스며 있었다. 이 도시가, 그리고 이 시대가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그 현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여행의 첫날은 충분히 특별했다.<br><br> 관련자료 이전 [박은하의 밀라노리포트]밀라노에 울려퍼진 ‘에케케이리아’ 열망 02-06 다음 [밀라노 동계올림픽] 韓 컬링 믹스더블 예선 출발 삐끗... '선영석' 스웨덴→이탈리아→스위스에 연패...본선 진출 '빨간불' 02-0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