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처럼 불공정한 스포츠가 있을까요?[박준용 인앤아웃 In AO] 작성일 01-26 36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1/26/0001094093_001_20260126172713260.jpg" alt="" /><em class="img_desc">경기 중 폭염으로 돔 지붕을 닫고 있는 로드레이버 아레나.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1/26/0001094093_002_20260126172713772.jpg" alt="" /><em class="img_desc">호주오픈에서 폭염에 따른 선수 보호 규정에 따라 돔 구장 지붕을 닫고 경기를 진행한다는 로드레이버 아레나의 전광판 안내문.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br>시즌 첫 그랜드슬램 호주오픈이 둘째 주를 맞이하면서 어느덧 대회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필자는 테니스를 수년간 취재하면서 테니스가 정말 불공정한 스포츠라고 생각해 왔는데 지난 한 주의 호주오픈을 보며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br><br>테니스는 흔히 ‘신사의 스포츠’라고 불리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자본 논리와 랭킹에 따른 차별이 존재합니다. 특히, 실력만큼이나 환경의 격차가 승패를 가르는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선수가 평등한 규칙 아래 경기를 치르지만 그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절대 평등하지 않습니다.<br><br>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야닉 신네르(이탈리아, 2위)입니다. 지난 24일에 열렸던 엘리엇 스피지리(미국, 85위)와의 32강에서 신네르는 톱랭커로서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습니다.<br><br>이날 멜버른의 온도는 37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무척 무더웠습니다. 이 때문인지 신네르는 세 번째 세트에서 오른쪽 다리 경련으로 거의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서브를 넣을 때 발을 전혀 떼지 못했고 상대의 공을 전혀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해 보였습니다.<br><br>그런데 세 번째 세트 중간 폭염 규정으로 경기가 10분간 중단됐습니다. 이 규정은 섭씨 35도가 되면 실내 코트의 경우 지붕을 닫아야 하고 실외 코트는 경기를 중단하는 내용으로 올해 신설됐습니다.<br><br>이 규정 덕분에 신네르는 10분간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경기가 열린 로드 레이버 아레나의 지붕은 닫혔습니다. 여기에 에어컨까지 가동됐습니다. 경기가 재개되자 신네르는 거짓말처럼 살아나면서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br><br>반면, 지붕이 없는 야외 코트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은 휴식 시간이 끝난 후 또다시 땡볕 아래서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말이 37도이지 하드코트 위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했을 겁니다.<br><br>호주오픈 경기장 중 지붕이 설치된 코트는 센터코트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비롯해 마가렛 코트 아레나, 존 케인 아레나 세 곳 뿐입니다. 이들 코트에는 세계랭킹이 높거나 호주 자국 선수 등 주로 흥행 중심으로 선수들의 경기가 배정됩니다.<br><br>그러다 보니 비가 내리거나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톱랭커들은 걱정이 없습니다. 그들은 항상 개폐식 지붕이 있는 센터코트에서 경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실내 환경은 바람 등 변수가 많은 야외 코트보다 훨씬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장합니다.<br><br>톱랭커들이 지붕 아래서 경기를 마치고 휴식을 취할 때 하위 랭커들은 경기가 중단되어 하염없이 대기하거나 투어대회의 경우 다음 날 ‘더블 헤더(하루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체력적 불이익을 얻습니다. 지붕이 없는 야외 코트에서 경기하는 하위 랭커 선수들은 신네르처럼 지붕이 닫힌 코트에서 경기하는 호사(?)를 누릴 수 없는 것입니다.<br><br>‘부전승(Bye)’ 역시 대표적인 불공정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그랜드슬램에는 없지만 투어대회에서 시드를 받은 선수들에게 1회전을 치르지 않고 2회전에 직행할 수 있는 ‘Bye’라는 엄청난 혜택이 주어집니다.<br><br>‘Bye’를 받지 못한 하위 랭커들은 1회전에서 체력을 소진할 때 톱랭커들은 컨디션을 관리합니다. 대회 후반부로 갈수록 한 경기를 덜 치른 톱랭커의 체력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불공정한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1/26/0001094093_003_20260126172714403.jpg" alt="" /><em class="img_desc">더위로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등 고전한 신네르. 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br>테니스의 불공정함은 역설적으로 이 스포츠가 얼마나 철저한 ‘승자독식’ 구조인지를 보여줍니다. 랭킹이 높아야 좋은 코트에서 뛰고, 좋은 코트에서 뛰어야 승률이 높아지며, 승률이 높아야 더 많은 상금을 챙기는 이 순환 고리는 하위 랭커들에게 넘기 힘든 벽입니다.<br><br>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신네르가 누린 지붕과 에어컨 바람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주어진 행운이 아닙니다. 살인적인 폭염과 무명의 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낸 승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전리품’에 가깝습니다.<br><br>하위 랭커들이 이 불공정한 굴레를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뿐입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야외 코트에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언젠가 로드 레이버 아레나의 지붕을 닫게 만드는 톱랭커의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br><br>테니스는 절대 평등한 스포츠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불공정한 특권을 누릴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오직 실력만이 결정합니다. 지붕이 닫힌 코트에서 경기하는 전리품을 얻고 싶다면 그 지붕 아래 설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br><br><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loveis5517@naver.com), ENA 스포츠 테니스 해설위원, 아레테컴퍼니(주) 대표> 관련자료 이전 38세 조코비치에게 반가운 부전승…8강서 체력 아껴 25회 우승 도전 01-26 다음 허경환, '놀뭐' 고정 위기인데…유재석과 '두쫀쿠'는 실패, 여성에게 선물 받았다 ('미우새') 01-2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