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마친 노동자, 영국 영화에서 만난 우리의 얼굴들 작성일 01-25 2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영화 〈미안해요, 리키〉가 비춘 2026년의 노동</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8hDTSbFYR1"> <p contents-hash="795c314a110af7355b1918b18f40bd5fb3571d4b7dc8a42cd85b605c31a0d18c" dmcf-pid="6lwyvK3GR5" dmcf-ptype="general">[박명관 기자]</p> <p contents-hash="6cba749573c377cbf11fc5e324a8fc1fb7fceb41ee3e8d4ca0749146a30fb470" dmcf-pid="PSrWT90HLZ" dmcf-ptype="general">영화 속 본 장면 하나. 새벽 다섯 시,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아파트 단지 앞에서 한 배달 기사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채 잠시 멈춰 선다. 화면에는 다음 배차 알림이 떠 있다. 제한 시간, 예상 거리, 수당.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계산이 동시에 스친다. 이 배달을 받으면 오늘 목표 금액에 조금 가까워진다. 거절하면 알고리즘의 평가가 내려갈지 모른다. 그는 잠깐 숨을 고른 뒤 결국 '수락'을 누른다. 이 짧은 선택의 순간이 그의 하루를, 나아가 그의 삶의 속도를 결정한다.</p> <p contents-hash="e49eec834b168f323d45eeebe15f9a434a3b2561ba6075b45f1d4e8d3359567b" dmcf-pid="QvmYy2pXiX" dmcf-ptype="general">2026년의 서울에서 이 장면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출근 시간은 사라졌지만 대기 시간은 늘어났고, 상사는 없다고 말하지만 보이지 않는 기준표는 더 촘촘해졌다. 우리는 이 풍경을 너무 익숙하게 소비한다. 익숙함은 곧 무감각으로 이어진다.</p> <p contents-hash="37fa6514b14620d1689c89c37b799f38f3c82d4c0fa3bf12293e76e60de2e251" dmcf-pid="xTsGWVUZiH" dmcf-ptype="general">켄 로치 감독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바로 이 무감각을 정면으로 흔드는 작품이다. 택배 플랫폼 노동자가 된 리키는 '사장 없는 자유로운 개인사업자'라는 말로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계약서 어디에도 강제는 없고, 모든 선택은 그의 몫이다. 그러나 영화는 곧 그 자유가 얼마나 취약한 허상인지 드러낸다. 출근 시간은 없지만 지각은 존재하고, 상사는 없지만 평가 점수는 있다. </p> <p contents-hash="51aa64e183abe75013666472dc911ddda9752edd75adbb330d113809042337a3" dmcf-pid="yQ9eMIAiMG" dmcf-ptype="general">아프면 쉬는 대신 벌금을 내야 하고, 가족의 위급한 상황보다 배송 시간이 우선된다. 리키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는 이유는 피로 때문만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조금씩 깎여 나가는 순간들이 쌓이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12dbe307933913a8e5d6e02e3675d89f8d68c853eb985434b075f1f2a651dfbf" dmcf-pid="Wx2dRCcnLY" dmcf-ptype="general">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플랫폼 노동을 '미래형 노동'이나 '유연한 일자리'로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기술을 설명하지 않고, 대신 얼굴에 오래 머문다. 배송이 밀릴 때의 초조함, 평가 점수가 떨어질 때의 공포, 가족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침묵. 이 얼굴들은 말한다. 문제는 개인의 성실함이 아니라 구조라고. 플랫폼은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위험과 책임을 개인에게 분산시키는 정교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p> <p contents-hash="3b5920e7da56944af695cf76cc4a90312984b8b7606baf34d54c6a34b3653ab8" dmcf-pid="YMVJehkLRW" dmcf-ptype="general"><strong>한국의 현실</strong></p> <p contents-hash="a23ae7b0a52f278c42ae5cff6859e17a5e131a3b2e71d1437af17f75ff546d4a" dmcf-pid="GRfidlEoRy" dmcf-ptype="general">이 장면들은 한국의 현실과도 정확히 겹친다. 대리운전 기사, 배달 라이더, 퀵서비스 노동자들. 이들은 모두 개인사업자라는 이름으로 계약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의 규칙과 알고리즘에 깊이 종속돼 있다. 주변의 한 지인은 배달 일을 시작한 뒤 이렇게 말했다. "사람보다 앱 눈치를 더 보게 돼." 평점 하나, 지연 기록 하나가 곧바로 수입과 다음 배차에 영향을 미쳐서다. 또 다른 지인은 사고가 나도 산재 신청을 망설였다. "괜히 문제 일으키는 사람으로 찍힐까 봐." 그는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렇게 부르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안에 있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bf308e574020b1975dd1365fa6879c3d8ab0e258af173e152cd01656a8a21d29" dmcf-pid="HrNIsUHlJT" dmcf-ptype="general">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문제는 '보이지 않음'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공장 앞에 서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다. 출근길도, 퇴근길도 없다. 노조를 만들기 어렵고, 사고가 나도 책임은 개인의 '선택'으로 돌아간다. 영화에서 리키가 사고를 당했을 때 회사는 말한다. "당신은 직원이 아니라 사업자입니다." 이 문장은 계약서 속 문장이지만, 동시에 2026년 노동 현실의 잔혹한 요약처럼 들린다.</p> <p contents-hash="ce0b89b90e81a26c7154613f3b5623ebee62a071ae42b6456ff596a7021063b5" dmcf-pid="XmjCOuXSRv" dmcf-ptype="general">그래서 묻게 된다. 우리는 왜 이 얼굴들을 제대로 보지 않는가. 빠른 배송과 즉각적인 호출 뒤에 있는 얼굴을 애써 지우고, 플랫폼의 효율성만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화는 연민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이 시스템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p> <p contents-hash="a720d4e4961bc094d479c638211f09749e1e7cd2f78200a9f3e5dc6f89762ee0" dmcf-pid="ZsAhI7ZveS" dmcf-ptype="general">〈미안해요, 리키〉의 마지막까지도 상황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정직함이다. 플랫폼 노동 역시 단번에 해법을 찾기 어렵다. 법과 제도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개인은 매일의 생계를 이유로 시스템에 순응한다. 그러나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들을 '자유로운 개인'이라고 부르기 전에, 우리는 먼저 그 얼굴을 봐야 한다는 것. 피로와 불안, 그리고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려는 미약한 의지가 겹친 얼굴을.</p> <p contents-hash="66b06564c1945e3517cbec3883126f681f2bf0dad2289fe964aee193d82e19bd" dmcf-pid="5OclCz5Tel" dmcf-ptype="general">나는 이렇게 느꼈다. 플랫폼 노동의 문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오래된 질문의 반복이라는 것을. 일은 누구의 책임이어야 하는가. 위험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그리고 사회는 어디까지 함께할 것인가.</p> <p contents-hash="68f8b3a4515a5934edb12326b2846ffe22d28e493596ca6482c350b06d4a5fa2" dmcf-pid="1IkShq1yih" dmcf-ptype="general">편리함의 이면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수락' 버튼을 누른다. 그 버튼을 누르는 손과 얼굴을 우리는 언제까지 개인의 선택으로만 남겨둘 것인가. 이 질문을 더 늦기 전에, 공적인 언어로 꺼내야 할 시간이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호주오픈 주니어 데뷔한 이하음, 6번 시드 선신란에 0-2로 1회전 탈락…"앞으로 가장 큰 동기부여 될 것" 01-25 다음 '러브캐처' 김지연 "남편 정철원 외도 증거 충분하다"…결혼식 한 달 만에 상간·이혼 폭로전 01-2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