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를 묻다 작성일 12-22 38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5/12/22/0000585251_001_20251222124222025.jpg" alt="" /></span></div><br><br>[스포티비뉴스=방이동, 정형근 기자] 한국 엘리트 스포츠를 둘러싼 논의가 '인구 감소'라는 표면적 문제를 넘어, 육성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모아지고 있다. <br><br>학계·지도자·학부모는 각자의 위치에서 같은 물음을 던졌다.<br><br>"지금의 엘리트 시스템은 과연 선수를 성장시키고 있는가."<br><br>이 같은 문제의식의 출발점에는 2019년 스포츠혁신안 이후 현장에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br><br>2019년 6월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출석 인정 일수 축소 및 학기 중 주중대회 금지(교육부) 학기 중 주중대회의 주말 대회 전환(문화체육관광부) 소년체전 운영 방식 개편(문체부·교육부) 등을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br><br>그러나 권고안이 현장에 적용된 이후, 학생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정책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학기 중 대회 운영 제한과 출결 기준 강화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수업·훈련·대회 참가를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br><br>현장에서는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선수 활동을 지속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중대회 금지, 최저학력제 강화, 출전 제한이 누적되며 일부 종목에서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으로까지 이어졌고, 소송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 선수들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br><br>이 같은 문제의식은 한국체육학회가 20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주최한 2025 국제스포츠과학 심포지엄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 방향'에서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br><br><strong>◆2019년 스포츠혁신위 혁신안 이후…현장에 쌓인 불만들</strong><br><br>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강호석 회장은 자신의 문제의식이 2019년 스포츠혁신안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안이 지도자 일탈을 계기로 만들어졌지만, 이후 정책의 방향이 '관리와 통제'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br><br>"코치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제도는 분명히 늘었다. 그런데 코치를 발전시키는 구조는 보이지 않았다."<br><br>강 감독은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코치 컨퍼런스 경험을 언급하며, 선진국 스포츠 시스템의 공통점을 "코치와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로 정리했다.<br><br>"싱가포르는 이미 스포츠 선진국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더 개입해 강국으로 가야 한다는 논의를 한다. 우리는 반대로 규제를 늘리며 스스로를 묶고 있다."<br><br>그는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br><br>"정책이 '아이들을 위한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체감됐는지가 기준이어야 한다."<br><br>강 감독은 주중대회 금지, 최저학력제 강화, 출전 제한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학생선수의 경기 기회가 사법 판단에 맡겨졌다고 지적했다.<br><br>"가처분 신청, 즉 소송이 벌어졌다. 법원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은 대회에 나가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구조적으로 배제됐다."<br><br>그는 이를 "정책이 보호가 아닌 새로운 불평등을 만든 사례"라고 평가했다. 규제를 지키는 데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정작 육성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br><br>엘리트 스포츠 위기를 메달 경쟁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br><br>"금메달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가 경쟁력을 설명할 수는 없다."<br><br>참가 선수 수 감소와 구기 종목 경쟁력 약화는 이미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라는 진단이다. 강 감독은 감독 1인이 성과·생활·학습·책임을 떠안는 기존 학교 운동부 구조에서 벗어나, 멘탈·체력·의무·학습이 결합된 협업형 선수 지원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5/12/22/0000585251_002_20251222124222053.jpg" alt="" /><em class="img_desc">한국체육학회는 20일 올림픽파크텔에서 2025 국제스포츠과학 심포지엄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 방향’ 세션 참가자.</em></span></div><br><br><strong>◆학습권과 선수 보호, 어디서부터 어긋났나</strong><br><br>서정화 변호사는 학생선수 학습권 논의를 '권리 대 운동'의 대립 구도가 아닌, 지속 가능한 육성 구조의 조건으로 풀어냈다. 올림픽 출전 후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운동선수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간극을 짚었다.<br><br>"미국에서는 올림픽에 나간 학생에게 '열정적이다'는 존중의 시선을 보낸다. 한국에서는 '체육특기자라 공부를 소홀히 했을 것'이라는 질문을 받았다."<br><br>그는 미국 대학 스포츠 사례를 들어 "학업 기준은 분명하지만, 그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학습 지원 시스템이 함께 작동한다"고 설명했다.<br><br>"학습권은 운동을 제한하는 족쇄가 아니다. 선수의 불안과 조기 탈락을 줄이는 안전망이다."<br><br>체육특기자제도에 대해서도 "운동만 잘해 대학에 가는 구조가 아니라, 운동과 학업을 병행한 학생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br><br>최준혁 운동선수 학부모연대 경기지사 대표는 엘리트 스포츠 갈등의 출발점으로 '학생 vs 선수' 이분법을 지목했다.<br><br>"미성년자 선수는 초·중등교육법상 '학생'이자, 국민체육진흥법상 '선수'이다. 이 서로 다른 지위를 같은 잣대로 우선순위화하려는 순간 갈등이 시작된다."<br><br>학생은 '의무', 선수는 '선택'이라는 법적 성격의 차이를 무시한 동일 기준 적용으로 현장에는 이중 잣대가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br><br>"학생이라는 이유로 모든 의무를 먼저 요구하면서, 동시에 선수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br><br>최 대표는 미성년 선수에 대한 과잉보호와 특별 관리 정책이 교사와 학교장에게 과도한 행정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br><br>"행정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학교는 위축된다. 감사 부담 속에서 가장 쉬운 선택은 운동부 해체이다."<br><br>그는 이 같은 구조가 사회적 안전망과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동시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br><br><strong>◆치열한 토론…"엘리트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strong><br><br>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은 의견 교환을 넘어 전제 자체가 충돌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엘리트 스포츠를 바라보는 출발선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분명해졌다.<br><br>서강대 정용철 교수는 "피해 서사 중심의 접근이 오히려 편견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br><br>"편견을 없애자는 논의라면, 지금 방식은 오히려 편견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br><br>이에 강호석 회장은 즉각 반박했다.<br><br>"우리는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 불편하다면, 현장의 언어는 설 자리를 잃는다."<br><br>논쟁은 영재 교육과 조기 전문화 문제로 이어졌다. 정 교수는 "스포츠는 신체 발달 단계와 직결돼 있고, 조기 과부하는 선수 생명을 단축시킨다"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유도 국가대표 출신 김재범 위원장은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포기하게 만드는 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br><br>체육특기자제도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강 감독은 이를 "선수와 지도자를 동시에 묶는 장치"라고 규정했고, 정 교수는 "문제는 폐지냐 유지냐가 아니라,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 작동하고 있느냐"라고 말했다.<br><br>서정화 변호사는 "학습권을 말하면 곧바로 '운동을 막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학습권은 선수 생명을 연장하는 안전망"이라고 전했다.<br><br>최준혁 대표는 토론의 본질을 압축했다.<br><br>"보호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지도자를 동시에 옥죄는 구조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하더라도 책임 있는 자율로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br><br>이날 논의는 하나의 해법으로 수렴되지는 않았다. 통제의 필요성과 자율의 회복을 둘러싼 시각 차이는 끝내 겹쳐지지 않았다.<br><br>그러나 분명해진 점은 있다.<br><br>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위기는 더 이상 성적이나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관리와 규제는 확대됐지만, 성장을 설계하는 구조는 부재한 상태다.<br><br>학습권·안전·보호를 명분으로 한 제도들은 현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위축시키고 있다. 정책은 늘어났지만, 어떤 선수를 어떤 경로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br><br>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이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였다.<br><br>"지금의 시스템은 실패를 관리하는 장치인가, 아니면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실제로 열어주는 구조인가."<br><br>통제는 실패를 관리할 수는 있어도, 성장을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설계 없는 보호는 책임의 공백을 낳고, 그 부담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다.<br><br>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니라, 누가 책임지고 성장을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는 여전히 설계되지 않은 채 남게 될 것이다.<br><br> 관련자료 이전 '안세영 GOAT' 2025년의 정답 남자 복식은 서승재-김원호... 월드투어 파이널스 제패 12-22 다음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해양스포츠학과, 한국체육철학회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2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 12-2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