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 잘하는 시대, 여전히 해야 할 일 작성일 12-22 34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YrCt5EjJm1">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b88490ad1b836216030b51e0b841dcd5250084f11df5d0bb8c992dd496547688" dmcf-pid="G8MkAVb0s5"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Artificial intelligence with human brain circuit electric background. Digital futuristic big data and machine learning. vector banner art illustration."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22/hani/20251222070645007cziz.jpg" data-org-width="754" dmcf-mid="WXQAN9qFO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2/hani/20251222070645007cziz.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Artificial intelligence with human brain circuit electric background. Digital futuristic big data and machine learning. vector banner art illustration.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ce1e036614b17cc706c77e2ca81dbe74abd0cb9118da6b10c9746bdf3b05dd70" dmcf-pid="H6REcfKpEZ" dmcf-ptype="general"> 피아노를 좋아한다. 거의 평생을 함께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서툰 나의 피아노 연주가 어떤 ‘교환 가치'를 만들어 내진 못 한다. 가끔 즉흥 연주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지만 단 몇 사람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조성진이나 임윤찬 같은 훌륭한 연주자가 있다고 해서 피아노를 그만둘 이유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별 볼 일없는 연주이지만 내게 큰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b0778a5af8478723ced5d0e150a791853970e7954a5694184df99ab6514cdfa1" dmcf-pid="XPeDk49UwX" dmcf-ptype="general">분주함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앉는다. 뚱땅뚱땅 마음과 손을 맞추다 보면 단단히 굳은 스트레스가 조금씩 녹아내린다. 제일 좋은 건 딴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마치 속세의 시간 밖으로 튕겨 나온 것처럼 말이다. 오롯이 그 순간에 머무는 것, 그게 좋다. 세계적인 연주자의 음악을 언제든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내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피아노 연주가 선사하는 치유의 의례와 고요한 집중을 포기할 수는 없다.</p> <p contents-hash="8b13eac425114b882b44ec57e15ed336ffb8732ce71192e5f8985cd1b8cbdd82" dmcf-pid="ZQdwE82umH" dmcf-ptype="general">흔히들 “인공지능이 번역을 다 해주는데, 통역기도 이제 곧 완벽해질 텐데 왜 외국어를 배워야 하나”라고 묻곤 한다. 언젠가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지금은 확실히 아니지만) 그게 외국어를 배우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진 못한다. 외국어로 이야기할 때와 제1 언어를 말할 때 조금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가? 나도 그렇게 느낀다. 외국어로 말하기와 쓰기, 듣기와 읽기를 경험하는 건 단지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다른 존재가 되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다른 언어와 만나는 순간순간 ‘변신'하며, 다른 문화를 횡단하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다.</p> <p contents-hash="f32b652ded34b78d03eb1eb082bb1cd69249892c2530a008570b2f0ee76823c0" dmcf-pid="5xJrD6V7IG" dmcf-ptype="general">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엄청난 가창력을 갖춘 이가 많다. 프로 뮤지션들도 깜짝 놀랄 만큼 노래를 잘하는 아마추어도 있다. 그렇다고 노래를 그만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춤도 마찬가지다. 개성, 순발력, 유연성, 표현력, 리듬감까지 완벽한 댄서들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실력을 갖췄다고 해서, 심지어는 몸치라고 해도 춤을 그만둘 이유는 없다. 나의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움직여 특정한 시공간과 관계 속에 놓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p> <p contents-hash="6d713734500b8bc62c6dca27a85da51ddedf4864886eac538686e4759daa7292" dmcf-pid="1MimwPfzIY" dmcf-ptype="general">“기계가 다 해주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철저히 자본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질문이다. 내가 해 봤자 돈도 되지 않고, 명성이나 인기로 이어지지도 않는데 그것을 왜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기술, 특히 인공지능의 파고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심각하게 오독하는 데서 비롯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속아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가 구획한 삶의 질서가 전부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재미와 감동, 성찰과 나눔의 가능성은 무한하다.</p> <p contents-hash="e2ac2e595f1f3b1343493b41e836c8637f49ce5dbece52e2b66a121a29bf9f06" dmcf-pid="tRnsrQ4qOW" dmcf-ptype="general">나는 앞으로도 뚱땅거리는 어설픈 연주를 계속할 것이다. 기술이 많은 것을 잠식하고 있지만, 피아노를 치는 몸과 마음, 상상과 느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춤추고 노래하는 이의 기쁨을 기계가 대신 느낄 수 없다. 쓰기도, 읽기도, 수학 문제를 풀거나 동식물과 함께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p> <p contents-hash="d979035f96cdb91c9726d31ecbc48ff9a7ccd280de6a940d7ccf74d8206d345d" dmcf-pid="FeLOmx8Bry" dmcf-ptype="general">모든 것을 교환 가치로 판단하려는 강박, 무엇이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감각, 서투름은 그저 숨겨야 한다는 편견. 지금이야말로 이들을 깨부수어야 할 때다. 자신보다 더 맛있게 음식을 먹는 기계가 나와도 맛있는 음식 먹기를 그만둘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면, ‘기계가 다 하면 우린 뭘 하지'라는 질문은 접어두는 게 어떨까 싶다. 새로운 기술이 삶을 조여올수록 더 급진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당신은 어떤 세계를 꿈꾸는가? 어떤 경험을 회복하고 확장하기를 원하는가? 인공지능이 모든 것인 양 떠들어대는 세계에서 당신의 목소리는 어떤 세상을 향하고 있는가?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더 넓어지고 깊어져야 한다. </p> <p contents-hash="eaf895fe487202e791117d3c996c48bf00cec4966a754152a50d6abc04ca9118" dmcf-pid="3doIsM6bOT" dmcf-ptype="general">응용언어학자</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관련자료 이전 [과학을읽다]2026년, 사라지는 기술·떠오르는 기술 12-22 다음 생각하는 AI의 출현? ‘왜’ 앞에서 멈춘 ‘영리한 한스’ 일뿐 12-2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