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에서 ‘억’ 소리 나는 까닭 [경기장의 안과 밖] 작성일 12-20 34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프로야구는 재계약의 시즌이다. 스토브리그의 꽃은 FA 계약이다. FA 자격을 얻게 되면 이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이 가능하다. 연봉이 급상승하는 건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5/12/20/0000037638_001_20251220082616825.jpg" alt="" /><em class="img_desc">10월31일 2025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후 LG 트윈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em></span></div><br><br>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꽃은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이다. 구단의 보류권, 즉 독점계약권에 묶여 있었던 선수가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 된다. 그래서 FA 신분일 때 이전보다 더 좋은 조건에 계약이 가능하다. 연봉 상승은 FA 자격 취득 전해부터 시작된다. KBO리그 FA 제도는 보상 규정을 두고 있다. 타 구단 소속이던 FA와 계약하는 구단은 전 소속 구단에 선수와 현금, 또는 현금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금은 최대 전해 연봉의 300%다. 그래서 구단은 FA를 1년 앞둔 선수의 연봉을 인상시키는 경향이 있다.<br><br>외야수 최원준은 2024년 KIA에서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 2.4승으로 활약했다. 이 해 연봉은 2억2000만원. 2025년 연봉은 4억원으로 82%나 상승했다. 좋은 활약을 하기도 했지만 최원준이 2025년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 고려됐다. 최원준은 2025년 KIA와 NC에서 뛰며 WAR –1.3승으로 부진했다. 최원준이 보류권에 매인 신분이었다면 연봉 삭감 대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원준은 오프시즌 KT와 4년 최대 48억원에 FA 계약을 하는 데 성공했다. 연평균 12억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300%나 인상된 셈이다.<br><br>경제학의 한계생산 이론에 따르면, ‘한계수입생산(MRP)=임금’이 될 때 고용시장은 가장 효율적이다. 기업은 추가적인 노동자 한 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임금)과 그 노동자로부터 얻는 수입(한계수입생산)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고용을 결정한다. 야구에 빗대면, 가장 잘하는 선수가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성적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게 이상적이다. 프로야구 선수의 한계생산성은 WAR 같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한계생산성이 마이너스인 선수가 전해보다 3배 임금을 받는다는 건 경제적이지 않다.<br><br>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프로야구 FA 제도의 특성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기량은 나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일반적으로 선수는 2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FA 시장에 나오는 나이가 30대 초반이라면 기량과 연봉 사이에 만성적인 불일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br><br>이 문제는 KBO리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77년 가장 먼저 FA 제도를 시행한 메이저리그와 1993년 이 제도를 수입한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현상이다.<br><br>프로야구 노동시장을 경제학으로 설명했던 최초의 인물은 시카고 대학 출신 경제학자 사이먼 로텐버그다. 그는 1956년 〈정치경제학저널(JPE)〉에 ‘야구선수의 노동시장’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역사상 최초의 스포츠경제학 논문이기도 하다. 이 논문에서 로텐버그는 메이저리그 노동시장을 ‘수요독점 착취’로 규정했다. 구단주들이 보류권이라는 지대(rent)를 활용해 선수를 착취한다는 의미다. 만성적으로 ‘한계수입생산(MRP)〉임금’인 시장이다. 로젠버그의 논문에 영감을 받은 후학들은 메이저리그의 ‘수요독점 착취율[1-(연봉/MRP)]’을 계산했다. 계산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45~91% 범위에 있었다.<br><br><h3><strong>임금 불평등 제일 큰 리그는? </strong></h3><br><br>1977년 메이저리그에 FA 제도가 도입된 뒤 이 수치는 달라진다. 비FA 선수들은 여전히 ‘착취’를 당했다. 하지만 FA로 계약한 선수의 착취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비FA 선수는 여전히 ‘한계수입생산〉연봉’이지만 FA 자격을 획득하면 ‘한계수입생산〈연봉’이 된다. FA 시장에 선수가 과소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FA 계약은 값비싸고 실패 확률이 높은 투자가 된다. 이른바 ‘FA 먹튀’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포브스〉의 표현에 따르면, FA 먹튀가 양산되는 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제도의 실패’ 탓이다.<br><br>그래서 현행 FA 제도에서 프로야구 노동시장에는 구조적인 불평등이 일어난다. 불평등을 ‘실력(MRP)에 비해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로 파악할 경우,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어느 리그 노동시장이 가장 불평등할까. 바로 한국의 KBO리그다.<br><br>NPB에 마쓰모토 고라는 외야수가 있다. 2015년부터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으로 뛰다 올 시즌 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했다. 올해 타율 0.188로 부진했지만 2022년 타율 0.347을 기록한 교타자다. 지독한 투고타저인 NPB에서 0.347은 엄청난 수치다. 2021년 이후 네 시즌 WAR은 8.6승으로 이 기간 최원준(4.2)의 두 배가 넘는다. NPB는 KBO리그나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선수 계약을 공개하지 않는다. 일본 언론 추정치에 따르면, 마쓰모토의 내년 연봉은 1억1000만 엔(약 10억3654만원)으로 최원준보다 적다. 그런데 NPB 구단이 KBO리그 구단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 2024년 NPB 구단 평균 순이익(요미우리·주니치 제외)은 16.3억 엔(약 154억원)이었다. KBO리그 10개 구단 평균은 29억원으로 NPB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5/12/20/0000037638_002_20251220082617074.jpg" alt="" /><em class="img_desc">프로야구 kt wiz가 FA 시장에서 외야수 최원준(왼쪽)을 영입했다. ©연합뉴스</em></span></div><br><br>최원준은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2024년 KBO리그 개막 시점에서 육성 선수를 제외한 등록 선수 589명의 평균 연봉은 1억8485만원, 중앙값은 5500만원이었다. 상위 10% 평균액은 10억942만원. 전체 평균보다 5.5배, 중앙값보다 18.4배 많았다. 연봉 상위 10%에 해당하는 선수 대부분은 FA 계약을 했거나, 실질적으로 자유계약 신분으로 계약한 외국인 선수다.<br><br>〈USA 투데이〉가 집계한 연봉 데이터(마이너리거 제외)를 바탕으로 한 지난해 개막 시점 메이저리그 상위 10% 연봉 평균은 2358만 달러였다. 전체 평균(502만 달러)의 4.7배, 중앙값(150만 달러)의 15.7배다. 같은 해 NPB에서 육성 선수를 제외한 상위 10% 연봉 평균액은 2억4980만 엔이었다. 전체 평균(4959만 엔)의 5.0배, 중앙값(1800만 엔)의 13.9배다.<br><br>‘상위 10%/평균’을 기준으로 불평등 정도를 재보면 KBO 〉 NPB 〉 MLB 순이다. ‘상위 10%/중앙값’ 기준으론 KBO 〉 MLB 〉 NPB 순. 2018년에는 두 기준 모두에서 KBO 〉 NPB 〉 MLB순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연봉 불평등’이 미국·일본에 비해 심한 셈이다.<br><br>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유독 이기적이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KBO리그 FA 제도가 가장 경직돼 있다는 점이 불평등의 이유다.<br><br>KBO리그 선수는 고졸 기준 8시즌, 대졸 기준 7시즌을 뛰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2019년까지는 고졸 9시즌, 대졸 8시즌이었지만 2020년부터 1년씩 단축됐다. NPB는 2008년부터 고졸 8년, 대졸 및 사회인 출신 7년을 자격 취득 연한으로 정했다. 두 리그 FA 자격 취득 연수는 같아졌지만 보상 규정은 KBO리그가 더 엄격하다. NPB는 A등급 선수의 경우 현금 최대 보상이 전년도 연봉의 80%이지만 KBO리그는 300%다. 메이저리그에서는 6년을 뛰면 FA 자격을 얻는다. 보상 선수나 보상금은 없고, FA로 선수를 잃은 구단에 드래프트 추가 지명권을 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KBO리그에서 한번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4년이 지나야 새로 자격을 취득한다. 메이저리그와 NPB에서 한번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계약 연수와 관계없이 다음 계약 때 다시 FA가 된다.<br><br>KBO리그 FA 제도가 가장 경직된 이유는 구단들이 ‘FA가 되는 선수가 많아지면 손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직된 제도로 시장에 공급이 줄었고, 그래서 선수 몸값이 올라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경제학을 이길 수는 없었다.<br><br> 관련자료 이전 최가온,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 2주 연속 우승(종합) 12-20 다음 최가온,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서 2주 연속 정상 12-2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