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은 나] "거북선 헬멧쓰고 얼음 위 질주 … 동계올림픽 金 꿈꿔요"

작성일 12-19

② 스켈레톤 정승기 내년 동계올림픽 목표 구슬땀 최근 월드컵서 23개월만 메달 윤성빈 이후 韓썰매 간판으로 작년 10월 허리 다쳐 수술대에 10개월 재활 거쳐 올림픽 준비 거북선 헬멧으로 국제대회 선전 "올림픽 메달 따고 롱런하고파" 정승기가 지난달 22일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IBSF 1차 월드컵 스켈레톤 경기에서 스타트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5/12/19/0005609109_001_20251219175306070.jpg" alt="" /> 최고 속도 시속 150㎞, 얼음 슬라이딩 트랙에서 썰매에 엎드려 몸을 맡긴 선수들은 0.01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빛 질주를 펼친 '아이언맨' 윤성빈을 통해 큰 주목을 받았던 한국 스켈레톤은 내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또 한 명의 메달리스트 배출을 꿈꾸고 있다. 도전장을 던진 이는 국가대표 정승기(26·강원도청). 정승기는 최근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2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33명 중 3위에 올라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1월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거둔 동메달 이후 약 1년11개월 만에 따낸 월드컵 메달이다. 월드컵 시즌을 앞두고 강원 평창군 동계훈련센터에서 만난 정승기는 이미지 트레이닝에 특히 힘쓰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출발해서 어떤 구간에서 조정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미리 학습하고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타기 전에 재미있다고 느껴지면 긴장감도 줄어든다. 그만큼 마인드 컨트롤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5/12/19/0005609109_003_20251219175306174.jpg" alt="" />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던 정승기는 15세 때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스켈레톤은 나이와 운동 경력에 관계 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TV 속 해설위원의 말에 무작정 시작했다. 그는 한국 스켈레톤 기대주로 성장하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동계스포츠의 미래' 중 한 명으로 오륜기를 들고 입장하기도 했다. 정승기는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첫 올림픽이었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10위에 올랐고, 2023년 1월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2023~2024시즌 월드컵에서는 2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윤성빈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월드컵 우승자가 됐다. 정승기는 "처음 썰매를 탔을 때는 내 마음대로 조종도 안 되고, 얼음벽에 부딪혀 멍든 적이 많았다"며 "성적을 내면서 재미를 붙였다. 지금은 스켈레톤을 하기 정말 잘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힘들었던 순간이 없을리 없다. 최근 1년이 그런 시기였다. 정승기는 지난해 10월 웨이트 트레이닝 도중 허리를 다쳤고, 이 때문에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지난 8월까지 10개월여 간 재활이 이어졌다. 정승기는 "당시 평창에서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있어 훈련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가 다쳤다"며 "한 달 정도 병원에 누워 있었고, 그럴수록 썰매를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정말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정승기는 힘든 시기를 불굴의 의지로 이겨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다독였다. 말의 힘을 믿는다는 그는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는 문구를 찾아보거나 동기부여를 할 만한 영상을 많이 봤다"며 "'긍정적인 사람에게 긍정적인 일이 따른다'는 말이 와닿아 힘들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9/2025/12/19/0005609109_002_20251219175306129.jpg" alt="" />정승기가 거북선을 형상화한 자신의 경기용 헬멧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지한 기자 정승기는 자신이 가장 잘했을 때 착용했던 경기용 헬멧을 보면서 꼭 경기장에 다시 서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정승기는 국제 대회에서 거북선을 형상화한 헬멧을 착용하고 우승권 성적을 냈다. 윤성빈이 현역 시절 사용하던 '아이언맨 헬멧'을 떠올리게 한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정승기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영화에서 거북선이 적진으로 쳐들어가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며 "이걸 헬멧에 넣으면 어떨까 했는데 그 이후로 성적이 잘 나왔고 자신감도 생겼다. 거북선은 '스켈레톤 선수 정승기'가 거듭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정승기는 철저한 몸 관리를 위해 라면, 치킨, 인스턴트식품 등을 다 끊었다. 정승기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치르고 나니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특히 수면·영양 등 운동 외적인 부분에서 어떤 걸 보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면서 "베이징 대회 때보다 몸무게를 3~4㎏ 줄였다. 그렇게 해야 강점인 스타트를 유지하면서 주행 때 속도가 늘어나더라"고 말했다. 선수 생활이 중단될 뻔한 지난날을 이겨내고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을 앞둔 정승기는 자신의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다치지 않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1차 목표다. 올림픽에 나가면 메달을 꼭 따내겠다"면서 "그 후에도 오랫동안 스켈레톤 선수로 뛰고 싶다. 정말 운동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평창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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