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클리셰를 뒤집어버린 소현경 작가의 저력('화려한 날들') 작성일 12-17 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화려한 날들’, 소현경 작가가 뒤집은 기존 가족드라마의 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xhawyUrNRj">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375ea24e9f52315292763991e2b5bea48bf065b0c82b26e16a78f70a0a1cf3e6" dmcf-pid="y43BxAb0RN"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1187ljqt.jpg" data-org-width="600" dmcf-mid="VRVQaCx2R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1187ljqt.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7907bb298db26319d3ce0c610ac2ca32b0898cd5f0c8d46c368b6dad6fbd4967" dmcf-pid="W80bMcKpna" dmcf-ptype="general">[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괴물의 입속에서 싸우며 가장 힘든 일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 가족드라마라는 공고한 틀 속에 들어가 그 기존 문법과 클리셰들을 뒤집는 일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소현경 작가가 쓴 KBS 주말드라마 <화려한 날들>은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p> <p contents-hash="af6cb2b14f844171a5c8e7a39213fda2e3e21f77671b78e3e43fc77b6ecc188b" dmcf-pid="Y95u8g71ig" dmcf-ptype="general">먼저 통상적인 가족드라마의 중심축을 차지하곤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렇다. 그간 가족드라마 속 아버지들은 희생적이거나 권위적인 가부장적 세계관이 투영된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날들>의 이상철(천호진)은 어딘가 다르다. 33년 간 근속하며 부모 부양하고 자식을 키워낸 성실한 가장이지만 은퇴 후 그가 맞이한 현실은 존경이 아닌 '세대 갈등'이다. 이른바 '마처세대(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는 과거의 가치관과 현재의 달라진 가치관 사이에서 내외적 갈등을 겪는 인물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c48bbba12603f655092af04a0e45a2059ad3da5b4688f1cb13a3284ea02fa787" dmcf-pid="G2176aztLo"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2450fvgu.jpg" data-org-width="600" dmcf-mid="frrh5KlwJ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2450fvgu.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c2695eabc517b4f779d31169a98301ce56c76fa495f9b629300a8883e0581814" dmcf-pid="HVtzPNqFeL" dmcf-ptype="general">결혼해 정착하고 가족을 꾸리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부정당하는 걸 그는 못내 힘겨워한다. 비혼을 선언한 아들 이지혁(정일우)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상철과 이지혁이 보여주는 부자 관계는 그래서 기존 가족드라마의 헌신적인 아버지와 이를 따르는 아들의 관계가 아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가치관 차이로 인해 갈등하는데, 그것은 구세대와 현세대의 갈등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p> <p contents-hash="240f8592c742dcd6a182e6894ccedd2bba37644c299b3f5d42227c5ddc5952f7" dmcf-pid="XfFqQjB3Jn" dmcf-ptype="general">이상철은 퇴사 후에도 자격증을 따고 끝없이 취업 자리를 찾지만 받아주는 데가 없어 알바를 전전하는데,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어도 가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여긴다. 하지만 아들 이지혁은 다르다. 비혼을 선언했지만 합리적 거래라 여겨 재벌가 딸과 결혼하려다 결혼식날 파혼당하기도 했다. 장남이라는 무게가 없진 않지만 아버지처럼 살지는 않겠다 선언했던 인물이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deab0064f13b9e2b8ccac943a5963f575240ad12c81d97ff79dff11f1bf5775c" dmcf-pid="Z43BxAb0Ji"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3687lswn.jpg" data-org-width="600" dmcf-mid="4lX32i0HR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3687lswn.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80450cb5584fcde1ffa2d210616404e9ea28bb4c28bba47af6c968d992bbbce1" dmcf-pid="580bMcKpnJ" dmcf-ptype="general">아버지에게 자신이 생활비를 낼 테니 취업 준비에만 신경 쓰라는 말이 그에게는 합리적이지만, 아버지에게는 자신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뼈아픈 말이 된다. 부양하고 부양받는 옛 가치관이 무너지고 가족이라도 각자 저마다 생존해야 하는 현 세태가 반영된 가족의 구도다. <화려한 날들>은 이처럼 늘 가족드라마를 차지하던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 대신, 현재의 달라진 현실 앞에 흔들리는 아버지와 새 가치관을 추구하는 아들이 그려진다. 더 이상 가부장제 같은 가족의 틀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는 걸 이 새 구도는 드러내고 있다.</p> <p contents-hash="2ac9d45b94c0354582a9cb6ce921c590e34e6fc84033ebf941738d43bc70e8d8" dmcf-pid="16pKRk9UJd" dmcf-ptype="general"><화려한 날들>이 기존 가족드라마의 틀을 벗어버린 가장 큰 지점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던 출생의 비밀 코드를 친모의 '잔혹동화' 수준으로 그려낸 점이다. 캔디형 주인공이 알고 보니 재벌가의 딸이었다는 흔한 출생의 비밀 서사는, 이 작품에서는 그 친모가 자신의 아들 간이식을 위해 친딸을 이용하려 하는 '마녀의 서사'로 그려진다. 지은오(정인선)의 생모 고성희(이태란)는 재벌가 사모님이지만, 모성애를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자식 성공이라 내세우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욕망인) 자식들을 착취하고 몰아세우는 비정한 마녀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4ca79933af5009beb5515a5201d537d18b345702fb9a48fddb2e78e0a1beae79" dmcf-pid="tPU9eE2uLe"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4917koqg.jpg" data-org-width="600" dmcf-mid="8WNrWumjn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4917koqg.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0c869a86efbcea8a33fc1c9cc9f374b6712260d857b68dfe392910a335db5e3f" dmcf-pid="FQu2dDV7MR" dmcf-ptype="general">그녀는 배다른 자식인 박성재(윤현민)는 물론이고 친딸인 박영라(박정연)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키우려 하고, 친아들인 한우진(김준호)의 간 이식을 위해 어린 시절 버린 친딸 지은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이 비틀어놓은 '출생의 비밀'은 그래서 주인공 지은오의 인생역전이 아니라 그녀를 공포로 몰아넣는 호러에 가깝게 변주된다. 핏줄이면 다 된다는 식의 구시대적 출생의 비밀 코드를 뒤집어, 핏줄이 아니라도 키워준 엄마 정순희(김정영)가 진짜 엄마라는 현재적 가치를 담는다. 혈연이 오히려 가장 잔인한 착취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꼬집는 대목이다. 이것은 박영라가 마치 마녀(고성희)에게 붙잡혀 성에 갇힌 라푼젤처럼 묘사되는 상황을 통해서도 그려진다.</p> <p contents-hash="06386cba4c090516d21c775f7d61330aaca8f0fcb50a4e78e18c2e533b9c1b0c" dmcf-pid="3x7VJwfzRM" dmcf-ptype="general">또한 고성희의 정체를 알게 된 지은오는 간 이식을 절대 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한우진이 과거 자신의 힘든 시절을 함께 해줬던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꺼이 간 이식을 해준다. 이것은 가족이나 혈연관계의 의무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맺은 관계의 끈끈함이 어떤 결정의 진짜 동기가 되는 현시대의 가치가 담겨져 있는 전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04be834f8641d3311c16a7565bb3207af7b459aa4b9cb1e66ad2869bdf5779e0" dmcf-pid="0Mzfir4qR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6169wirp.jpg" data-org-width="600" dmcf-mid="6R9QaCx2n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6169wirp.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25cfbf90c1cf7b28a36327baf4eb374a7e0d66b6c673d2f938ba92da1ea8684d" dmcf-pid="pRq4nm8BLQ" dmcf-ptype="general">지은오와 이지혁의 멜로도 기존 문법에서는 벗어나 있다. 즉 지은오와 이지혁이 멜로로 엮이는 과정은 상당히 긴 시간을 거쳐 이뤄진다.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는 비혼주의자 이지혁이 여러 좌절과 시행착오를 거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없이는 안 된다'는 걸 알고 나서 선택하는 사랑의 감정이다. 이는 'N포세대의 사랑법'처럼 보인다. 생존을 위해 비혼을 선택하지만 그럼에도 진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흔들리다 결국 자신의 가치관마저 뛰어넘는 사랑을 선택하는 방식이 그것이다.</p> <p contents-hash="cd1f5ae8356219f2c157903dfded915aeb103bb46b30801118ca1575d0c0d05e" dmcf-pid="UbXpfLUZRP" dmcf-ptype="general">또한 절친인 이지혁과 박성재가 지은오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 역시 뻔한 대결구도를 넘어선다. 이들은 연적을 대하는 마음으로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우정은 변함이 없다. 특히 재벌가의 아들 박성재와 흙수저 이지혁의 태생적 차이에도 이들은 서로의 가치관을 지지하는 친구로 끝까지 변함이 없다. 가진 것의 차이로 나뉘어 깨지기도 하던 우정이 구시대의 유물이라면, 이제 가진 것과 상관없이 가치관 공유로 유지되는 것이 현시대의 새로운 친구 관계여야 한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d836020496b5604b86f014d2a2933f5a290149570c3d1733ef60611dc19a4345" dmcf-pid="uKZU4ou5n6"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7413syrl.jpg" data-org-width="600" dmcf-mid="PiLkS3Eoi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7413syrl.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18835da6eb53ae166560d3a1a6523b3ae52ee34b323c4a2f0bdeec04d617249b" dmcf-pid="795u8g71i8" dmcf-ptype="general">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조옥례(반효정)와 며느리 김다정(김희정)이 사고 당일 백화점에서 함께 쇼핑을 하는 장면 역시 고부갈등의 틀을 신데렐라 스토리를 변주해 무화시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신데렐라 여성의 옷을 사주는 현대판 왕자님이 아니라, 시니어모델로 번 돈으로 며느리의 옷을 사주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아닌가.</p> <p contents-hash="384a6f5cc434ded5590ae57afaaabcd0a8c2d50b07607e5b48d0a07c5d2fb1c4" dmcf-pid="z2176azte4" dmcf-ptype="general">그래서 가족드라마의 틀 속에 들어와 그 클리셰들을 뒤집으면서 소현경 작가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걸까. 저마다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지만 이와는 상반된 제목을 가진 <화려한 날들>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화려한 날들'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의미는 제각각이다. 아버지 이상철에게 그것은 가족을 부양하며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았던 과거다. 하지만 아들 이지혁에게는 가족의 짐을 벗어 던지고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현재가 된다. 딸 지은오는 어떤가. 핏줄의 굴레와 상처를 극복하고 주체적인 관계를 맺어갈 미래가 화려한 날들이 아닐까.</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30cacad3fdb6d787187a7dbbe0fac71ef1f5ca1609d170ffba7c01423a4310b1" dmcf-pid="qVtzPNqFL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8659uawx.jpg" data-org-width="600" dmcf-mid="QpNrWumje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7/entermedia/20251217173308659uawx.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2b0f2bb59b692a164b3a0dd685595d45a5cc8003d71863d930f392253c699e97" dmcf-pid="BfFqQjB3LV" dmcf-ptype="general">이 드라마는 신데렐라의 환상을 깨부수고, 가부장제의 허상을 드러내며, 모성애의 신화를 해체함으로써 기존 가족드라마의 문법을 뒤집는다. 그리고 그 폐허 위에 '핏줄'이 아닌 '이해와 존중'으로 맺어진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제시한다. 결국 <화려한 날들>은 가족드라마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 가족주의에 대한 냉철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그것이 저마다 다른 '화려한 날들'이지만 그 각자의 삶들을 응원할 때 비로소 진짜 연대의 힘으로 뭉쳐지는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p> <p contents-hash="5b992f902f7632b97638af0fce50f5d57157fc3a7cebcdf90b4e80e0900a5ed3" dmcf-pid="b43BxAb0i2" dmcf-ptype="general">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p> <p contents-hash="b249c9d8259d5740c7ff30c01b16f04c2f8fabf2f4959ed2f0b4cd7b20eb2570" dmcf-pid="K80bMcKpd9" dmcf-ptype="general">[사진=KBS]</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과기부총리, “정보유출 쿠팡 ‘영업정지’ 여부 공정위 논의 중” 12-17 다음 [종합] 전소민, 배우 은퇴 위기 불거졌다…"배우 생활 힘들겠는데" ('대다난 가이드') 12-1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