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AI] ① 청년 90%, 고용절벽 앞에 서다

작성일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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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딜 가나 AI, AI…. 인공지능은 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유튜브에 AI를 검색하면 일자리가 모두 사라질 거라거나, 전문직도 위험하다거나, 심지어 인류가 끝장났다는 식의 자극적인 문구를 단 동영상이 넘쳐납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오늘은 일자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9일 밤 KBS1TV &lt;시사기획 창&gt;을 통해 방송된 50분 분량 다큐멘터리 &lt;AI시대 인간의 일&gt; 에 다 담지 못했던 내용들입니다.
 ■일자리 충격은 시작됐다, 약한 고리는?
 미국 거대 IT기업들이 개발자를 대거 해고했다는 뉴스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유튜브는 온통 이런 소식들로 난리들입니다.
 실제로 대규모 해고가 나타나고는 있습니다. 다만, 2022년까지 고용을 크게 늘렸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해석, 그리고 최근 경기 둔화로 인해 조직슬림화를 꾀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AI 도입은 핑계일 뿐 늘 있던 일상적인 해고라는 거죠.
 최근 발표되는 논문들은 주목할 만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뚜렷한 약자 그룹이 있었습니다. 20대 초반, 주로 대졸 신입사원으로 막 경력을 시작해야 할 인구집단이 AI의 첫 번째 희생양이라는 겁니다.
 2025년 8월 26일에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에서 낸 논문 &lt;탄광 속의 카나리아? 인공지능이 고용에 미친 최근 효과에 관한 여섯 가지 사실&gt;은 생성형 AI 확산의 초기 충격이 특히 경험이 부족한 젊은층의 고노출 직종에서 고용 감소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제 데이터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미국 최대 급여 소프트웨어 기업 ADP의 고빈도 행정 데이터(2021~2025)를 분석한 결과니까 신뢰도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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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를 연령대별로 세분화한 그래프를 보면 2022년 10월 정도가 신규 채용 정점으로 보입니다. 20대 초반, 대졸 신입사원으로 해석될 그룹이 특히 많이 뽑혔죠? 그러다가 2023년부터 갑작스러운 내리막이 시작됩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20대 초반 개발자가 2022년 10월에 비해 20% 급감합니다.
 20대를 나타내는 두 선만 뚜렷한 우하향입니다. 나머지 연령대는 고용 규모가 비교적 꾸준히 늡니다. 특히 40대 개발자 증가세는 견고합니다.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개발자 해고에 나서고 있다면 30대 이상 모든 연령대 개발자 규모의 순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AI 만들었던 개발자들부터 당했다”같은 자극적인 섬네일에는 그만 낚이시길 바랍니다.
 만일 기업들이 금리나 경기변동 같은 변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라면 20대만 유독 타깃이 됐을까요? 미국 스탠퍼드 연구팀의 해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AI가 실제 ‘직무의 구성요소’를 바꾸면서 생긴 결과로 읽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시점’에서 벌어진 공통 변동을 제거하는 통계 기법을 적용해도, AI 노출이 큰 직종(개발자나 고객 서비스 등)의 젊은층만 상대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현상은 여전히 남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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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AI의 충격이 다른 연령대보다 초년 경력자에게 더 크게 나타나는가? 한 가지 가능성은 모델 훈련 과정의 특성상 AI가 ‘교과서 지식(codified knowledge)’, 즉 공식 교육의 핵심을 이루는 책에서 배운 지식을 대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AI는 ‘암묵지(tacit knowledge)’, 즉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특유의 요령과 기술을 대체하는 데에는 덜 능할 수 있다.“
 &lt;탄광 속의 카나리아&gt; 논문 
 </block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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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신입사원 채용이 줄어듭니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과 개발자 채용 플랫폼 점핏(Jumpit)이 내놓은 ‘2025 상반기 개발자 채용 리포트’를 보면 6월까지 올라온 채용 공고 10만여 건 가운데 40
 %는 ‘5~10년 차’를 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반면 ‘신입’은 0.8%에 그쳤습니다. 0~2년 차까지 다 합해도 구인 공고의 4.5%밖에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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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벌어졌던 게 바로 몇 년 전인데 갑작스럽게 고용절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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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보면 판교에 있는 많은 기업들이 특히 신규 개발자하고 신규 디자이너 채용, 올해 들어와서 거의 0명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 대신에 반대로 경험과 경력이 많은 개발자들의 몸값은 천문학적으로 지금 올라가고 있어요. 완전히 양극화가 되고 있는 거죠.
 &lt;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gt; 
 
 </block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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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내부에서는 어디에 절벽이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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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8월 31일, 하버드 대학교 Guy Lichtinger와 Seyed Mahdi Hosseini Maasoum이 발표한 논문도 흥미롭습니다. Generative AI as Seniority-Biased Technological Change: Evidence from U.S. Résumé and Job Posting Data라는 논문인데 AI발 고용충격을 세대별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취지는 앞서 살펴본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내린 결론과 거의 비슷합니다. ”생성형 AI 도입 기업에서 주니어 채용은 뚜렷하게 줄고 시니어 채용은 유지·증가한다.“
 하버드 논문에서는 이런 대목이 특히 띄는군요 ”중상위권 대학 출신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미국 전역의 대학을 5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5등급에 해당하는 전문대, 기술학교 졸업자들이 AI발 일자리 충격을 가장 덜 받았습니다. Tier1, 세계적 수준의 상위권 대학 출신들도 일자리 영향을 강하게 받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중상위권인 2~3등급에 해당하는 학교 출신들이었습니다(학교명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위권인 4등급보다 더 타격 받습니다. 논문에 실린 그래프는 U자, 혹은 스케이트날 같은 모양이 뚜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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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설적으로 느껴지시나요? 실은 당연합니다. 저임금 단순 직무를 대체하기 위해 AI 모델을 개발하는 비용이 더 크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고용을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현장 중심 업무여서 AI를 활용한 자동화가 곤란할 수도 있겠습니다.
 반면 전통적으로 신입 채용의 주력 풀이던 중상위권 대학 출신들이 하던 업무는 어떤 것들입니까? 상대적으로 AI가 가장 쉽게 대체하는 업무들입니다. 반복적 분석·코딩·문서 작업 같은 것들이죠.
 ■ 청년 90%, 고용충격 앞에 서다
 문제는 규모입니다. 청년을 5개 그룹으로 나눴지만 각 그룹이 모두 20%씩을 차지하는 게 아닙니다.
 최상위권 Tier1으로 분류되는 학교 졸업생은 1% 미만입니다. 상대적으로 AI의 타깃이 덜 되기 때문에 안전한 Tier5 그룹인 부트캠프와 직업교육원 같은 기관 출신은 10% 이내로 추정됩니다.
 고용 충격을 가장 강하게 받는 중상위권 대학 출신들이 60~70%를 차지합니다. 인구 집단 규모로 그래프를 만들면 허리가 볼록한 항아리 모양이겠습니다.
 결국 하위권 대학(Tier4) 출신들까지 포함하면 청년 90%가 AI발 고용절벽 앞에 서 있습니다. AI는 초기 경력 사다리(entry-level ladder) 자체를 좁혀버립니다.
 엘리트는 어떻게든 사다리의 상단을 지키고, 하위권은 AI의 직접 경쟁 영역 밖에 남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상위권은 진입 자체가 막혀 장기 경력 경로가 단절될 위험이 큽니다.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해 있는 경우 특히 중장년층, 그 중에서도 정규직 노동자라면 걱정할 것 없습니다. 다 떠나서, 한국 노동시장 체계에서 이미 정규직이라면 해고는 쉽지 않습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쉽게 자동화하는 AI의 특징 앞에 취약한 청년들이 걱정이죠. 특히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 20대보다도 10대들이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학업을 마치고 노동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기가 되면 고도로 발달해 있을 AI와 일자리 경쟁을 본격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AI발 고용충격,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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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차원에서도 대응책을 찾아야겠고, 사회가 함께 고민할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내가, 내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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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기영 기자 (bum7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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