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전설' 이봉주 "25년 묵은 한국기록, 이젠 깨졌으면" 작성일 09-06 3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인터뷰②]평발·짝발 딛고 세계 정복…"나 자신과 싸우며 경쟁력 높여야"<br>"러닝 열풍인데 엘리트 체육은 침체…부활 위해 힘보태고파"</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1/2025/09/06/0008470008_001_20250906092013691.jpg" alt="" /><em class="img_desc">이봉주의 현역 시절 마지막 대회였던 2009년 전국 체전 당시의 모습. (대한체육회 제공)</em></span><br><br>(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시간 7분 20초. '마라톤 전설' 이봉주(55)가 보유한 남자 마라톤 한국 기록이다.<br><br>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에서 이 기록이 세워지고 무려 2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한국 선수 중 그 누구도 이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다.<br><br>이봉주는 "한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긍지는 크지만, 마냥 좋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내 기록이 깨져야 한국 마라톤이 더 발전하는 것인데, 오히려 퇴보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했다.<br><br>이봉주의 말대로 한국 마라톤은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다. 1970년생 동갑내기인 이봉주, 황영조가 은퇴한 이후 급격한 쇠퇴기를 걸었고, 이렇다 할 반전의 씨앗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br><br>지난해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선 기준 기록(남자 2시간 08분 10초, 여자 2시간 26분 50초)에 미달해 남, 여 단 1명도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br><br>올 시즌 성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선수의 올 시즌 최고 성적은 박민호(코오롱)가 2월 대구 마라톤에서 기록한 2시간12분19초다. 2시간 20분 이내의 성적을 찍은 선수도 단 10명뿐이니, 한국기록 경신은 '언감생심'이다.<br><br>이봉주의 한국기록을 넘지 못하면 세계 레벨을 언급할 수도 없다. 이봉주의 기록은 당시 기준으론 세계 30위권 기록에 들어갈 정도의 좋은 성적이었으나, 현재 기준으로는 10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한국 마라톤의 씁쓸한 현실이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1/2025/09/06/0008470008_002_20250906092013760.jpg" alt="" /><em class="img_desc">전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이봉주가 3일 경기 화성시 반월체육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김영운 기자</em></span><br><br>이봉주는 "물론 아프리카 선수들의 피지컬을 아시아 선수들이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활동하던 시기에도 아프리카는 언제나 마라톤 강국이고, 끝없이 인재를 배출했다. 그걸 이겨낼 수 있어야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br><br>실제 이봉주는 현역 시절 엄청난 노력으로 세계를 정복한 인물이다. 그는 타고난 평발에 짝발까지 육상 선수로 크게 불리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극복했다.<br><br>이봉주는 "성공 비결을 묻는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훈련량과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면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훈련만큼은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이 자고 있을 때 몰래 나가서 훈련할 정도였다"고 돌아봤다.<br><br>물론 시대는 변했고, 당시의 기준을 현재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봉주도 이를 모를 리 없다.<br><br>이봉주는 "세대가 다르다 보니 우리가 가졌던 생각과 가치관을 젊은 친구들에게 강요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 때는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밑바탕에 있었지만, 지금 그런 생각으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고 했다.<br><br>마냥 선수들의 탓을 할 수만도 없다. 기형적인 환경이 전반적인 퇴보를 부채질하기도 한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1/2025/09/06/0008470008_003_20250906092013843.jpg" alt="" /><em class="img_desc">1996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은메달을 획득했던 이봉주. (대한체육회 제공)</em></span><br><br>지난 5월 열린 종별선수권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경기에선 결승에 오른 선수들이 '눈치 싸움'을 벌이며 순위 경쟁을 벌여 비난을 면치 못했다. 입상 실적에 따른 실업팀 입단 어드밴티지 등이 빚어낸 어두운 단면이었다.<br><br>이봉주 역시 "지금 한국 육상에서 국내 순위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옆 선수가 아닌, 나 자신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도 크고, 선수들 역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나"고 꼬집었다.<br><br>전반적인 인재 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봉주는 "자원이 없으면 거기서 아무리 훈련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학교 체육이 활성화돼야 마라톤, 한국 육상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br><br>그는 "'러닝 열풍'이 불고 있는데 '엘리트 육상'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면서 "엘리트 육성과 함께 생활체육까지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1/2025/09/06/0008470008_004_20250906092013973.jpg" alt="" /><em class="img_desc">전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이봉주가 3일 경기 화성시 반월체육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9.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em></span><br><br>이봉주 역시 한국 마라톤의 부활을 위해 힘을 보탤 생각을 가지고 있다.<br><br>그는 "예전에도 지도자 제의가 왔었는데 시기 등이 맞지 않아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기회가 온다면 한국 마라톤을 위해 힘을 낼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br><br>이달 13일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이 개막한다. 한국은 높이뛰기의 우상혁(용인시청)을 필두로 8명이 출전하며, 박민호(남자부), 최경선(제천시청), 임예진(충주시청·이상 여자부) 등 마라톤 종목에도 3명이 출전한다.<br><br>이봉주는 "갑자기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 있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현역 시절 손기정 선생님을 바라보고 꿈을 키웠듯, 후배들도 나를 거울삼아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련자료 이전 근육 뒤틀리는 난치병 딛고 다시 달린다…이봉주 “제2의 인생 살고 있죠” 09-06 다음 피겨 윤서진, 주니어 그랑프리 3차 쇼트 3위…프리서 메달 도전 09-0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