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냉감 주는 꽃가루 선크림…한국인 과학자들 개발

작성일 09-06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싱가포르 난양 공대 조남준 교수 연구진 동백꽃 꽃가루 선크림, 피부 온도 5도 낮춰 해양 오염 차단, 산호초에도 피해 없어 젤 상태로 바꿔 약물 전달하는 캡슐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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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전자현미경으로 찍은 꽃가루들. 봄철 알레르기를 유발하던 성가신 존재에서 사람을 보호하는 약물 캡슐과 선크림으로 변신하고 있다./싱가포르 난양 공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6/chosunbiz/20250906060305185mywg.jpg" data-org-width="3508" dmcf-mid="6IzTQPhLg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6/chosunbiz/20250906060305185mywg.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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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꽃가루들. 봄철 알레르기를 유발하던 성가신 존재에서 사람을 보호하는 약물 캡슐과 선크림으로 변신하고 있다./싱가포르 난양 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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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크림은 자외선을 막아 화상과 피부암을 예방한다. 하지만 일부 제품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은 해양 생태계에 해롭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인 과학자가 꽃가루를 활용해 자외선 차단력은 높이고 환경에도 무해한 천연 선크림을 개발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동백꽃에서 추출한 꽃가루로 자외선 차단은 물론 피부 온도를 섭씨 5도 낮추는 ‘천연 쿨링(냉각) 선크림’을 개발했다”고 지난 4일(현지 시각)에너지·재료 분야의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봄철 알레르기를 유발하던 꽃가루가 사람을 보호하는 소재로 변신하고 있다. 꽃가루를 부드럽게 바꾸면 약물을 전달하는 캡슐이나 상처 보호제로 쓸 수 있다. 화장품 원료와 결합해 선크림도 만들었다. 꽃가루는 천연 소재여서 인체나 자연에 해를 주지 않고, 양도 풍부해 가격 부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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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싱가포르 난양공대(NTU)의 한국인 연구진이 꽃가루를 활용해 자외선 차단력은 높이고 환경에도 무해한 천연 선크림을 개발했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6/chosunbiz/20250906060306630kskt.jpg" data-org-width="1695" dmcf-mid="PguS68Iia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6/chosunbiz/20250906060306630kskt.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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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난양공대(NTU)의 한국인 연구진이 꽃가루를 활용해 자외선 차단력은 높이고 환경에도 무해한 천연 선크림을 개발했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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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가루 속 비우고 화장품 젤 만들어
 조남준 NTU 재료과학·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고온이나 유해 화학물질 없이 물 기반 공정으로 동백꽃과 해바라기 꽃가루의 내부 성분을 제거한 뒤, 이를 화장품용 젤 제형으로 바꿨다. 꽃가루 젤은 피부에 발랐을 때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투명한 보호막을 형성했다.
 서울대 의대 이정렬 교수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 꽃가루 선크림은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막고 피부 세포 손상과 염증을 줄였다. 특히 동백꽃 꽃가루 선크림이 해바라기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시판 선크림 제품과 비교해도 꽃가루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력이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 또한 햇빛 노출 실험에서는 피부 온도를 최대 5도 낮추는 쿨링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꽃가루가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 에너지를 적게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남준 교수는 “꽃가루는 건강보조식품으로도 먹을 수 있으며, 꽃가루 껍질은 자외선 같은 환경 스트레스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꽃가루 선크림은 일반 선크림에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이나 산화아연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외선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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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피부에 바른 선크림(왼쪽)과 생동백꽃 꽃가루(오른쪽) 확대 이미지./NTU"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6/chosunbiz/20250906060308193hqqh.jpg" data-org-width="700" dmcf-mid="xGRucA3Ij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6/chosunbiz/20250906060308193hqqh.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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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에 바른 선크림(왼쪽)과 생동백꽃 꽃가루(오른쪽) 확대 이미지./N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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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 막으려다 산호 죽이는 선크림
 연구진은 특히 꽃가루 선크림이 해양 생태계에 무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일부 선크림 제품에는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 등 화학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들은 해양 생물의 약 3분의 1을 먹여 살리는 산호초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연구진이 이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을 산호초에 바르자 단 이틀 만에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나타났고, 6일째에는 산호초가 죽었다. 이러한 성분의 선크림은 매년 약 6000~1만4000톤(t)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꽃가루 선크림을 바른 산호초는 60일이 지나도 건강하게 유지됐다.
 패트릭 마틴(Patrick Martin) NTU 아시아환경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꽃가루 선크림은 인류 건강과 해양 생태계 보호 두 가지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유망한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천연 원료는 대부분 합성 원료보다 비싸지만 꽃가루는 다르다. 식물은 생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꽃가루를 대량으로 만든다. 옥수수 열매 하나의 알갱이가 수백개에 불과하지만 이를 위해 꽃가루를 500만개까지 방출한다. 소나무는 몇 주 만에 꽃가루를 2.2㎏ 생산한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폴리락틴산(PLA) 원료가 1㎏에 3달러이지만 꽃가루는 0.01달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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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조남준 난양공대 재료과학·공학과 교수(오른쪽)와 연구진이 손에 꽃가루 선크림이 담긴 병을 들고 있다./NTU"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6/chosunbiz/20250906060309471njsp.jpg" data-org-width="700" dmcf-mid="yehDqzA8o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6/chosunbiz/20250906060309471njsp.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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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준 난양공대 재료과학·공학과 교수(오른쪽)와 연구진이 손에 꽃가루 선크림이 담긴 병을 들고 있다./N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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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물 전달, 세포 배양 소재로도 인기
 꽃가루는 수십만, 수백만년이 지나도 내부 세포가 온전할 정도로 튼튼해 ‘식물의 다이아몬드’로 불린다. 덕분에 세포를 키우고 약물을 전달하거나 골절 부위를 받치는 의료용 소재도 될 수 있다. 조남준 NTU 재료과학·공학과 교수는 지난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꽃가루를 약물을 몸 안에 전달하는 캡슐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꽃가루는 수분이 없으면 입자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가 암술에 가서 수분을 만나면 입자를 열고 정자를 내보낸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모방했다. 꽃가루에 염기성 물질인 수산화칼륨을 처리해 부피를 키우고 말랑말랑한 젤 상태로 만들었다. 반대로 산성도를 높이자 부풀어 오른 꽃가루가 다시 줄어들면서 단단해졌다.
 연구진은 꽃가루가 부드러운 젤 상태가 되면 상처를 덮는 피복재나 식품포장재, 약물 캡슐 등 다양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꽃가루가 작은 입자일 때는 호흡기에 들어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만 다른 형태의 소재가 되면 생체 물질이라 인체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남준 교수는 꽃가루 소재를 프린터로 찍어내는 방법도 개발했다. 그는 같은 대학 송주하 교수, 조선대 장태식 교수와 함께 2021년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해바라기 꽃가루를 이용해 조직공학, 독성 검사, 약물 전달에 사용할 수 있는 3D(입체) 프린팅 잉크 재료도 개발했다.
 그전에도 3D 프린터에 세포나 생체 고분자, 묵 형태의 고분자 물질을 넣고 층층이 뿌려 의료용 입체 조직을 인쇄했지만 인쇄 후에 입체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단단한 꽃가루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꽃가루를 수산화칼륨으로 처리해 부피를 키우고 말랑말랑한 젤 상태로 만들었다. 여기에 묵처럼 수분이 많은 고분자 물질인 하이드로겔을 섞어 혼합 잉크를 만들었다.
 송주하 교수는 “강도를 보강하기 위해 섬유나 다른 입자를 추가하지만 이 경우 노즐이 막히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꽃가루 잉크는 기계적으로 튼튼하며, 잉크의 유체를 변화시키지 않아 프린터에 지장을 주지 않고 프린팅 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16936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1), DOI: https://doi.org/10.1002/adfm.202106276
 Nature Communications(2020),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0-15294-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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