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가스 마셔가며 맹훈련한 '람보 슈터'... 한국 농구 슈터의 계보를 잇다 [K스포츠 레전드 열전]

작성일 09-06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19> 4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문경은 KT 감독</strong><div style="margin: 32px 0 0;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line-height: 24px; font-size: 14px; color: rgb(153, 153, 153); letter-spacing: -0.5px;"><h3 style="border-left: 3px solid rgb(82, 145, 171); margin: 0 0 8px; padding: 0 0 0 10px; 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6px; color: rgb(82, 145, 171); display: block; font-weight: 500;">편집자주</h3><span style="margin: 0;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스포츠 스타들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찍어낸 전설들의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과 현재의 삶을 조명하고 은퇴 후 제2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자신만의 건강 관리법 등을 함께 들어봅니다.</span></div><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1_20250906043147407.jpg" alt="" /><em class="img_desc">프로농구 KT의 지휘봉을 잡은 문경은 감독이 지난 달 21일 경기 수원 KT빅토리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em></span><br><br>1990년대 초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는 단연 농구였다. TV에서는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방영됐고, 만화책 대여점에선 '슬램덩크' 신간을 빌리기 위한 예약 전쟁이 치열했다. 대중의 관심은 창작물에만 쏠린 게 아니었다. 프로농구 출범 전 성인 농구 최대 축전이었던 농구대잔치도 매 경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br><br>그 중심에는 연세대 농구부가 있었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오빠부대'를 끌고 다녔던 연세대는 1993~94시즌 정규리그 11전 전승을 거두더니,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에서도 승승장구하며 대학팀 최초로 농구대잔치를 제패했다. 당시 독수리 군단을 이끌었던 주장이자 한국 농구 슈터 계보의 한 축을 담당했던 문경은 KT 감독을 최근 경기 수원 KT빅토리움에서 만났다.<br><br><div style="margin: 32px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border-top: 1px solid rgb(17, 17, 17);"></div><h3 style="margin: 0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4px; color: rgb(102, 102, 102); line-height: 34px;">'오빠부대' 환호와 최희암 감독의 혹독한 조련</h3><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2_20250906043147441.jpg" alt="" /><em class="img_desc">문경은이 연세대 재학 시절 '오빠부대'에 둘러싸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em></span><br><br>"차라리 한 번에 슛 1,000개 쏘는 게 나아요. 대학 때는 20개 연속으로 못 넣으면 처음부터 다시 쐈다니까요."<br><br>문 감독은 화려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당시 그는 점심 식사 전 최희암 감독의 지시에 따라 5개 지점에서 3점슛 20개씩 총 100개를 넣는 훈련을 진행했다. 20개를 연속으로 성공해야 다음 지점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는 "대학 1, 2학년 때 감독님이 11시 40분쯤 이 훈련을 지시한 후 동료들에게 '경은이가 이걸 다 넣어야 오전 훈련이 끝난다'고 말씀하셨다"며 "처음엔 낮 12시 10분이 넘어가면 형들이 욕을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응원해 주더라"고 말한 뒤 미소 지었다. 이어 "나는 저학년 때부터 당장 슛을 쏴야 했는데, 성공 못하면 형들의 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내가 훈련 때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니까 '경은이는 쏴도 돼'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감독님이 아마 그런 걸 노리신 것 같다"고 돌아봤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3_20250906043147470.jpg" alt="" /><em class="img_desc">문경은의 아버지 문귀곤(왼쪽)씨와 연세대 농구부를 이끌었던 최희암 감독이 1993년 3월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체육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em></span><br><br>세월이 흘러 은사의 뜻을 헤아릴 수 있게 됐지만, '농구 소년'이었던 문 감독에게 최 감독의 조련은 혹독함 그 자체였다. 문 감독은 "고교 때는 농구가 정말 재밌고 좋았다"며 "학교에서 전기료 때문에 체육관 불을 끄라고 난리였는데도,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남아 자발적으로 훈련을 했다"고 회상했다.<br><br>그러나 연세대 훈련은 달랐다. 그는 "대학생들이 시위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는데, 최루탄 가스가 체육관 안으로 들어와도 감독님이 훈련을 시키시더라"며 "심지어 (가스 때문에) 기침을 하면 더 심하게 운동을 시켰다. (최 감독의 푸근한) 인상에 속아서 연세대를 갔는데, 정말 독한 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내내 그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문 감독은 "농구대잔치 우승까지 일군 후 학교를 떠났는데, 돌이켜보면 참 보람찬 시절이었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4_20250906043147495.jpg" alt="" /><em class="img_desc">연세대 농구부 주장 문경은이 1993~94 농구대잔치 당시 대학팀 최초로 우승을 달성한 후 동료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em></span><br><br><div style="margin: 32px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border-top: 1px solid rgb(17, 17, 17);"></div><h3 style="margin: 0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4px; color: rgb(102, 102, 102); line-height: 34px;">한국 슈터 계보 이은 '람보 슈터' </h3><br><br>이때의 훈련은 훗날 그가 한국 농구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는 밑거름이 됐다. 문 감독은 1997년 KBL 출범 후 수원 삼성, 인천 SK빅스-전자랜드, 서울 SK를 거치며 14시즌 동안 3점슛 1,669개를 꽂아 넣었다.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대기록이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오랜 시간 한국의 대표 슈터로 활약했다. 특히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3점슛 1위와 득점 3위를 기록하며 '기적의 금메달' 주역으로 맹활약했다.<br><br>문 감독은 "당시 야오밍이 버티고 있던 중국은 '외계인팀'이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홈에서 하니까 (중국에) 10점 차 정도로만 져도 성공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런데 준결승 필리핀전에서 나온 이상민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결승에 진출하면서부터 분위기를 타더니 결국 중국까지 꺾고 금메달을 땄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개인적으로 대표팀에 대한 기억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뉘어지는데, 첫 번째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출전, 두 번째가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ABC대회(현 FIBA 아시아컵)에서 거둔 28년 만의 우승, 세 번째가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며 "돌아보면 참 재밌게 농구를 하던 시절이었다"고 미소 지었다.<br><br>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터트린 정교한 3점슛 덕분에 문 감독은 신동파-이충희-김현준으로 이어진 한국 슈터 계보를 물려받았다. 그는 "나 다음으로는 조성민이라고 보는데, 마니아들 사이에는 유명해도 대중성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고 운을 뗀 후 "기록면에서는 방성윤이 나를 넘어설 것이라 봤다. 아까운 구석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고양 캐롯 시절 전성현(안양 정관장)을 보고도 '와~ 얘는 슛쟁이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부상이 뼈아팠다"고 덧붙인 후 "최근에는 유기상(LG) 얘기도 나오는데,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전국구 슈터'의 등장을 기다리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br><br><div style="margin: 32px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border-top: 1px solid rgb(17, 17, 17);"></div><h3 style="margin: 0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4px; color: rgb(102, 102, 102); line-height: 34px;">떼려야 뗄 수 없는 SK와 인연</h3><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5_20250906043147524.jpg" alt="" /><em class="img_desc">문경은 감독이 현역 시절 SK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em></span><br><br>문 감독의 상징성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걸려 있는 그의 유니폼을 봐도 알 수 있다. 문 감독의 SK 시절 등번호(10번)는 전희철 현 SK 감독의 번호(13번)와 함께 구단 유이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있다. 문 감독은 "(삼성, 전자랜드 등) 다른 팀에서 뛴 커리어가 섞여 있는데도 SK 구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영구결번을 결정해줬다"며 "(SK를 떠난 후에도) 잠실학생체육관을 갈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감사함을 표했다.<br><br>문 감독과 SK의 관계성은 다음 시즌 KBL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는 2010년 현역 은퇴 후 2021년까지 SK에서 코치·감독대행·감독직을 차례로 맡으며 2012~13시즌 정규리그 정상과 2017~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궜다. 그러나 그는 2020~21시즌 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6_20250906043147553.jpg" alt="" /><em class="img_desc">2017~18 프로농구 SK의 챔프전 우승을 합작한 문경은(오른쪽) 감독과 전희철 당시 수석 코치. 2025~26시즌을 앞두고 KT 지휘봉을 잡은 문경은 감독은 이제 SK의 수장 전희철 감독과 적으로 만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em></span><br><br>더 이상 접점이 없을 것 같았던 문 감독과 SK는 지난 시즌 이후 다시 한번 묘한 인연을 맺게 됐다. 문 감독은 KT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옛 제자이자 SK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선형(KT)을 영입했다. SK 선수단 내 불화설 등 설왕설래가 오가던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 문 감독은 "선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기존 팀에서 있었던 일은 그쪽에서의 일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br><br>다만 공교롭게도 차기 시즌 KT의 첫 원정 경기 장소가 잠실학생체육관이다. 김선형으로서는 정규리그 첫 번째 원정 경기에서 친정팀 선수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문 감독은 "고민이긴 하다. 노파심에라도 선형이에게 관련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게 나을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다가 (경기 중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지적을 하는 게 나을지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편으론 KBL 최고의 가드가 이런 일에 신경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형이는 분명 이 과정을 잘 넘길 것"이라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7_20250906043147583.jpg" alt="" /><em class="img_desc">문경은 감독이 지난달 21일 경기 수원 KT빅토리움에서 다음 시즌 구상과 목표를 밝히고 있다. 강예진 기자</em></span><br><br>다음 시즌 문 감독의 구상에도 김선형에 대한 신뢰가 묻어 났다. 일찌감치 빠른 농구를 천명한 그는 "김선형은 세트오펜스보다는 얼리오펜스에 최적화된 선수"라며 "KT는 외곽 성공률이 떨어지는 편인데, 김선형이 오픈 찬스를 빠르게 만들면 문성곤, 문정현, 한희원, 박성재 등 외곽 자원들이 편하게 슛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재아 힉스와 데릭 윌리엄스를 영입한 이유도 비슷하다. 문 감독은 "전체적인 팀 컬러를 트랜지션으로 잡고 외인을 구성했다. 둘 모두 달릴 수 있는 선수"라며 "높이는 하윤기와 이두원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br><br><div style="margin: 32px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border-top: 1px solid rgb(17, 17, 17);"></div><h3 style="margin: 0 0 21px; padding: 0; 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4px; color: rgb(102, 102, 102); line-height: 34px;">후배들에게 도전장 던진 '람보 슈터'</h3><br><br>KT는 다음 시즌 SK 원정에 앞서 부산 KCC와 홈 개막전을 치른다. 이 또한 운명적인 만남이다. KCC에는 지난 시즌까지 KT 유니폼을 입었던 허훈과 문 감독의 연세대 후배인 이상민 감독이 버티고 있다. 문 감독 입장에서는 대학 후배인 이상민 감독·SK 사령탑 시절 코치였던 전희철 감독과 연달아 지략 대결을 펼쳐야 하는 셈이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8_20250906043147607.jpg" alt="" /><em class="img_desc">문경은(왼쪽) 감독과 이상민 KCC 신임 감독. KBL 제공</em></span><br><br>문 감독은 "둘 모두 워낙 오래된 인연이라 성격과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며 "전희철 감독은 단단하고, 이상민 감독은 센스가 좋다"고 평가했다. 이어 "두 팀에는 소위 '잘난 선수들'이 모여 있다"며 "전희철 감독은 그들을 잘 아울러서  명장 소리를 듣고 있다. 이상민 감독 역시 요즘 선수들이 잘 따르는 유형"이라고 덧붙였다.<br><br>문 감독은 끝으로 "이 두 팀과 (디펜딩 챔피언) LG를 상대로 각각 정규리그 3승 이상을 거두면 KT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며 "각 팀 감독 모두 후배들이지만, 나는 도전자 입장에서 이들을 상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5/09/06/0000885710_009_20250906043147632.jpg" alt="" /><em class="img_desc">문경은 감독이 다음 시즌 각오를 밝힌 후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강예진 기자</em></span><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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