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넘는 스피드… ‘설계’에서 나온다 작성일 09-06 3 목록 <b>장비부터 경기장까지 맞춤형 세팅… 극한 속도에 도전</b><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06/0003927561_001_20250906005314534.jpg" alt="" /><em class="img_desc">영국 사이클연맹은 지난달 14일 튀르키예 콘야 벨로드롬을 통째로 빌려 ‘신기록 수립’을 위한 특별 대회를 열었다. 고지대에 있어 공기 저항이 덜하고, 트랙의 경사도도 가팔라서 가속에 유리한 트랙이다. 매슈 리처드슨은 이곳에서 플라잉 200m 사상 첫 8초대 진입에 성공했다. 사진은 1시간 동안 주행거리 50km 돌파에 도전한 장애인 선수 윌리엄 비어펠트가 역주하는 모습. 비어펠트는 51.463km를 달려 신기록(장애인 C5 분야)을 세웠다./게티이미지코리아</em></span><br> 영국 사이클 선수 매슈 리처드슨(26)은 지난달 14일 ‘자전거 트랙에서 가장 빠른 인류’가 됐다. 플라잉 2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9초 벽’을 깨뜨리며 세계 신기록(8.941초)을 세웠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수립된 기록(9.088초)을 0.147초 앞당겼다. 플라잉 200m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지 않고, 트랙을 돌면서 미리 속도를 붙인 뒤 200m 구간 기록을 측정하는 경기다. 끝이 아니었다. 리처드슨은 하루 뒤 8.857초로 또 신기록을 세웠다. 시속 81.3km. 자전거 페달을 밟아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과속으로 단속될 스피드를 낸 것이다.<br><br>이런 가공할 스피드는 리처드슨과 영국 사이클연맹이 합작해 ‘설계’한 기록이다. 영국 사이클연맹은 지금껏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플라잉 200m에서 8초대 기록을 세우기 위해 튀르키예의 해발 1200m 고지대에 있는 콘야 벨로드롬을 통째로 빌렸다. 산소 밀도가 낮아 공기 저항이 적고, 트랙 경사(45.5도)가 보통의 벨로드롬보다 3도가량 가팔라 가속(加速)에 유리한 경기장이다. 여기에다 공기 역학 설계로 유명한 자동차 업체, 세계적 금속 3D 프린팅 업체 등이 협업해 만든 특수 자전거까지 준비했다. 스피드만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마련했고, 리처드슨은 세계 신기록으로 답했다.<br><br>육상이나 사이클, 스키처럼 속도를 겨루는 선수들에겐 극한의 스피드 기록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한다. 영국 사이클연맹도 작년 파리 올림픽 이후 큰 대회가 없는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록 경신 행사를 기획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06/0003927561_002_20250906005314671.jpg" alt="" /><em class="img_desc">그래픽=양인성</em></span><br> 지난 6월엔 여자 중거리 육상 스타 페이스 키프예곤(케냐)이 프랑스 파리에서 ‘1마일(약 1609m) 4분 벽 무너뜨리기’ 도전에 나섰다. 키프예곤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특별 제작한 초경량 유니폼과 스파이크를 착용했다. 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자 페이스메이커들에게 둘러싸인 대형으로 달렸다. 최종 기록 4분06초42로 도전에 실패했지만 키프예곤은 “가능성을 확인했다. 4분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했다.<br><br>엘리우드 킵초게(케냐)는 2019년 마라톤 42.195km를 2시간 안(1시간59분40초)에 주파하는 비공인 세계 기록을 세웠다. 당시 행사 주최 측은 기온 7~14도, 습도 80% 등 달리기에 최적화된 조건을 설정했고, 킵초게도 카본 플레이트 신발 등 당시 기준 최첨단 장비를 착용해 기록을 만들어냈다.<br><br>시간이 아니라 속도 자체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있다. 프랑스 스피드 스키 선수 시몽 빌리는 지난 2023년 프랑스 동남부 바르스 리조트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키 선수로 등극했다. 빌리는 해발 2720m 산 정상에서 스타트해 약 400m를 가속한 뒤 측정 구간에서 속도를 평균 시속 255.5km까지 끌어올렸다. 2016년 이반 오리고네(이탈리아)가 세운 기존 기록(시속 255km)을 7년 만에 넘어섰다. 빌리가 도전에 나선 바르스 리조트는 경사도가 일정하고 설질이 단단해 가속에 최적화된 스키 슬로프로 꼽힌다.<br><br>지난달 말 미국 유타주 보네빌 소금 평원에선 각양각색의 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이 기록 사냥에 나섰다. 매년 8월 말 이곳에선 기록 수립용 레이싱 대회가 열린다. 모든 종목을 다 합쳐 가장 빠른 기록은 2010년 미국 로키 로빈슨이 세운 1km 평균 시속 605.7km다. 국제모터사이클연맹(FIM)이 공인한 기록이다. 로빈슨은 미사일, 어뢰 모양으로 특수 설계한 외관에 ‘스즈키 하야부사’의 1300cc 엔진 2개를 장착해 기록을 세웠고 이는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최고 시속 약 300km로 달리는 우리나라 고속철도(KTX)보다 배 이상 빠른 것이다.<br><br>유타주의 소금 평원은 바닥이 극도로 평탄해 타이어가 밀착하기 때문에 각종 모터 스포츠의 ‘속도광’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올해 악천후 때문에 도전을 미룬 모터사이클 선수 크리스 리바스는 “시속 400마일(약 643.7km) 돌파가 목표”라고 했다.<br><br> 관련자료 이전 [내일의 경기] 2025년 9월 7일 09-06 다음 [오늘의 경기] 2025년 9월 6일 09-0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