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세계 톱 랭커 모셔놓고 샤워도 못 시킨다?" — 코리아오픈 테니스, 국제 망신 위기 작성일 09-05 1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13일 개막 앞둔 국내 유일 WTA 투어 올림픽 코트 노후화 심각 <br>- 바늘방석 관람석은 안전사고 우려, 화장실 악취…해마다 되풀이<br>- 공단은 대관료 폭탄, 조직위는 자비 공사<br>- 국가 브랜드 홍보의 무대… 공단의 적극적 태도 절실</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9/05/0000011486_001_20250905154216491.png" alt="" /><em class="img_desc">9월 13일 개막하는 국내 유일의 WTA투어 코리아오픈 프리젠티드 바이 모티바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센터코트. 대회가 눈앞인데도 여전히 코트 바닥과 관중석 공사가 한창이다. JSM 제공</em></span></div><br><br>국내 유일의 여자 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프리젠티드 바이 모티바'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윔블던 결승에서 맞붙은 이가 시비옹테크(2위·폴란드)와 어맨다 아니시모바(9위·미국)의 출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br><br>  아니시모바는 윔블던 결승에서 두 세트 연속 0-6 완패를 안긴 시비옹테크를 최근 US오픈 8강전에서 만나 세트 스코어 2-0으로 설욕했습니다. 코리아오픈에서 다시 리턴 매치가 성사될지에도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게 됐습니다. <br><br>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시비옹테크, 아니시모바 뿐만 아니라 WTA 500 시리즈(총상금 112만9610 달러) 대회에 걸맞게 세계 정상급 여자 테니스 스타들이 출전할 예정입니다.<br><br>  테니스 팬이라면 누구나 가슴을 설레게 할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자칫 성대한 잔치가 국제적인 망신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테니스 경기장 안팎의 노후 시설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9/05/0000011486_002_20250905154216580.png" alt="" /><em class="img_desc">WTA500 코리아오픈 포스터</em></span></div><br><br>세계 랭킹 상위 선수 경기와 준결승, 결승 등 중요 게임을 치러야 할 센터 코트의 전광판은 정상 작동이 힘들어 매년 대회 주최 측에서 급하게 LED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br><br>  샤워실, 로커, 화장실 역시 국제 투어 대회를 치르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리모델링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난해 대회 때는 샤워실과 선수 라운지 천장에서 오수가 떨어져 선수들이 큰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대한테니스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샤워실 시설이 형편없어 민망할 정도다.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샤워하기 위해 차를 타고 호텔 숙소로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로커에는 잠금장치가 없다고 합니다. 화장실 악취도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br><br>  WTA투어는 선수 라켓 보관 등의 목적으로 로커에 40개의 캐비닛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9/05/0000011486_003_20250905154216776.png" alt="" /><em class="img_desc">코리아오픈이 열리는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관중석이 낙후돼 안전사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JSM 제공</em></span></div><br><br>관람석 역시 파손되거나 손상된 경우가 많아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도 있으며 자칫 안전사고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회 때는 일부 관람객의 항의 사태로 일부 좌석은 환불 처리를 해줬습니다.<br><br>   시원한 밤바람을 가르는 야간 경기의 묘미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었습니다. 센터 코트의 조명 시설이 국제대회 조도 기준에 미흡해 일부 선수들은 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하소연할 정도였습니다. 경기 방송 중계 및 송출을 위해 필요한 2000 Lx 이상의 조도에 턱없이 못 미쳤습니다.<br><br>  급기야 지난해 한 조명 회사가 3억 원의 기부로 새롭게 조명 시설을 설치해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단 측에서 최근까지 어렵게 설치한 조명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대회 주최 측에서 대한테니스협회에 해당 시설을 기증했는데 공단 측에서 임의 시설이라며 없애라고 했다는 겁니다. 결국 테니스협회가 여러 경로로 필요성을 역설한 끝에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br><br>  사정이 이런 데도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의 관리 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하형주)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땜질하듯 일부 보강에만 나서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도한 경기장 대관료를 부과해 지나친 갑질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9/05/0000011486_004_20250905154216826.jpg" alt="" /><em class="img_desc">올림픽코트는 4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땜질 보수만 해서 국제대회를 치르기에 민망할 정도이다.</em></span></div><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9/05/0000011486_005_20250905154216872.jpg" alt="" /></span></div><br><br>1988년 서울올림픽 테니스 경기를 위해 지어진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은 40년 가까운 세월 속에서 심각한 노후화에 따라 전면 개보수 또는 리모델링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트 바닥이 갈라지거나 마모 현상에 따라 국제대회는 물론이고 동호인 대회도 제대로 치를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br><br>  코리아오픈 조직위원회와 대한테니스협회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코트 전면공사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관련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조직위원회가 자체 비용으로 바닥 공사를 진행한 뒤 공단과 협의 끝에 2023년 대관료 7000만 원 가운데 6500만 원을 감면받기도 했습니다.<br><br>  하지만 지난해 공단 측은 돌연 코트 대관료와 부스 사용료 등을 합해 2억80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과거 7000만 원 정도였던 비용의 4배에 이릅니다. 관람객 편의 부스와 업체 홍보 부스 설치에 따른 사용료 2억 원을 규정에 따라 추가했다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었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9/05/0000011486_006_20250905154216917.png" alt="" /><em class="img_desc">고장난채 방치되어 있는 전광판</em></span></div><br><br>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 20년 동안 국내 유일의 WTA 투어 대회로 명맥을 유지하며 국민 여가 선용과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국가 브랜드 홍보 등에 이바지한 코리아오픈의 순기능에 역행하는 횡포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모든 경기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만큼 국가적인 행사인 만큼 적극적인 협조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과도한 대관료 수입에만 혈안이 돼 정작 시설 개보수를 외면한다는 비난까지 듣고 있습니다.<br><br>  대회 기간 턱없이 부족한 사무실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센터 코트 내에 공실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공단 측은 특별한 사유 없이 불허 방침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기자실과 의무실 등에는 냉방시설이 없어 최고 35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에 대회 조직위에서 대형 선풍기까지 구해와 가동했습니다. 더운 바람을 쏟아 내는 선풍기 앞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기사 작성과 사진을 전송하는 외신 기자들은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br><br>  코리아오픈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 위해선 코트 외곽에 다양한 편의 시설이 필수입니다. 식음료 제공, 관람객 대상 이벤트 등을 위한 부스에 대해서도 공단 측은 자체 규정을 이유로 과도한 사용료를 청구하고 있습니다. 대회 조직위는 VIP 라운지 등을 위해 테니스 경기장 옆 빈 곳을 사용하려 했으나 공단 측이 대회 기간 1400만 원에 이르는 기본 사용료 외에도 사용 용도에 따른 추가 요금을 예고해 대관을 취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람객에게 돌아가게 됩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9/05/0000011486_007_20250905154216964.jpg" alt="" /><em class="img_desc">코트 시설 뿐 아니라 센터코트 내의 시설물도 국제대회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어 있다</em></span></div><br><br>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은 과거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서울올림픽의 유산으로 잘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전임 공단 이사장이 허구한 날 강조한 '올림픽 레거시'입니다. 그리고 그 책무의 중심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있습니다. 코리아오픈은 올림픽 시설 재활용과 위상 제고의 모범 사례로 불릴 만합니다.<br><br>   하지만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의 민낯을 보면 그런 위상에 걸맞은 지원과는 거리가 퍽 멀어 보입니다. 대한테니스협회 측은 "올림픽 시설물을 사용해 위상을 제고하는 체육행사를 무상대여할 수 있다는 공단의 조항도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공단 측은 코리아오픈은 수익사업인 만큼 무상 대여 조항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이해하기 힘든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공단 측은 테니스 경기장을 재건축한다며  과거 해외 유사 시설 견학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산된 것으로 전해져 단순 외유에 그친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합니다.<br><br>  공단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전면 보수에 430억 원을 들인 SK그룹와 네이밍 라이트 연장을 둘러싼 이견 끝에 결별하기도 했습니다. SK는 비인기 종목 핸드볼 육성을 위해 신설 구장 신축에 나서며 경기장에 SK라는 이름을 넣은 권리를 얻은 건데 10년 계약이 끝난 뒤 연장 조건으로 연간 10억 원 가까운 금액을 제시했다는 핸드볼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테니스장과 마찬가지로 공단 측은 규정을 이유로 스포츠 시설인데도 공연장 기준으로 금액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보입니다.<br><br> 올림픽공원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K팝 공연은 성지로 불립니다. 하지만 공연이 열리는 주말에 화장실 한번 이용하기도 힘들어 수십 명이 줄을 서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차 공간 부족으로 공원 주변을 빙빙 도는 차량 행렬로 극심한 차량정체를 빚기도 합니다.<br><br>  세입자가 사용하는 전셋집 화장실 변기가 막혀도 수리를 해줘야 하는 게 집주인의 당연한 의무가 아닌가요. 공단 측의 행태를 건물주 갑질로 간주하는 분위기마저 일고 있습니다. 차라리 올림픽공원 관리 주체를 공단이 아닌 제3의 기관으로 옮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체육을 진흥한다는 공단의 존재 이유가 무색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서울시(시장 오세훈) 송파구청(서강석) 등 관련 기관도 팔짱만 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br><br>  대회를 주관하는 JSM(대표 이진수)도 연례행사처럼 부족한 시설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공단 측과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 듭니다. 늘 그렇듯 대회가 임박해서야 도돌이표처럼 여론에 호소하며 공단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br><br>  지난해 이맘때 이 코너 '그라운드'에서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를 다룬 칼럼의 제목을 살펴보니 '물 새고, 어둡고 갈라진 올림픽 코트…그래도 계산기만 두드리나요'였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인 것 같아 더욱 씁쓸하기만 합니다. <br><br>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방통위 개편 공청회서 여야 공방.. "방통위 정상화" vs "이진숙 끌어내리기" 09-05 다음 하나은행, 유산 기부·스포츠 후원 통해 ESG 실천… 나눔과 희망의 길을 열다 09-0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