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일상 대화 모르는 AI, 인류와 다른 방향 진화" 작성일 09-05 3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필즈상 수상 3년 부담감 떨치고 연구 지평 넓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8eNB56CnM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6fe2cd2d69cd7447b507bc44e9d15142eae9ad4a4057e4c926434f6256e371d" dmcf-pid="6djb1PhLLR"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지난달 16일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허준이 교수. 고등과학원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5/dongascience/20250905094944115onml.png" data-org-width="586" dmcf-mid="f5QZCuNfd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5/dongascience/20250905094944115onml.pn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지난달 16일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허준이 교수. 고등과학원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3f060fdeafac3e2adb2d9b8285058c3c9eccf1bcd42e90d8508cc9c06ad7c445" dmcf-pid="PJAKtQloLM" dmcf-ptype="general">"30초보다 1시간, 1시간보다 3시간, 3시간보다 1년, 나아가 3년… 상대방과 ‘진짜 질문’을 주고받으려면 대화하는 시간이 길수록 좋죠. 질문하는 데도, 대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긴 대화' 끝에 비로소 꺼내는 말이 있어요."<br><br> 8월 말 무더위 한가운데, 2022년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42·고등과학원 석학교수)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 연구실에서 인터뷰했다. </p> <p contents-hash="7db867ec46f416976b1a09fc05da5da46b2f03e51f54b181ee5d2e634e525009" dmcf-pid="Qic9FxSgLx" dmcf-ptype="general">약 1년여 만에 한국을 찾은 허 교수는 연구실 문 앞을 서성이며 할 말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엘리베이터 스피치'처럼 짧은 시간 안에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며, 어떤 경우에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br><br><strong>● '길고 깊은 대화'로 부담감 극복…연구 지평 넓힌 논문 4편 공개</strong></p> <p contents-hash="9b2208eecbbd109fe5616398c721f7d119dbe3af1260374983087a3b1f68e5e0" dmcf-pid="xnk23MvaRQ" dmcf-ptype="general"> 허 교수가 다짜고짜 '긴 대화'를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40세 미만의 뛰어난 수학자에게 수여되는 필즈상 수상자들은 수상 이후 연구에 슬럼프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수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허 교수는 올해만 4편의 논문을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했다. 기존에 집중하던 대수기하학, 조합론을 넘어 해석학에도 발을 담그며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성과의 비결로 '긴 대화'를 주저 없이 꼽았다.<br><br> 2024년부터 그는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에서 '스페셜 이어(Special Year)'를 조직해 1년간 주도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만의 독특한 연구 프로그램인 스페셜 이어는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을 초청해 1년 동안 함께 머물며 연구하도록 하는 제도다. 깊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학문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허 교수가 최근 발표한 4편의 논문은 모두 스페셜 이어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결과물이다.<br><br> 허 교수는 "'필즈상 수상자는 이런 논문을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새로운 발견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신 매일 동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스스로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시선은 상대에게 향하고, 자신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br><br> 허 교수는 지난달 고등과학원과 KAIST가 3일간 진행한 워크숍에서 매일 강연했다. 그는 "내 연구 내용을 세 번이나 들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건 감사하고 매우 신나는 일이다"라며 "연구에 왜 흥미가 생겼고 왜 이 연구가 중요한지를 설명하려면 맥락과 생각을 길게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의 강연은 부족하다"고 했다. </p> <p contents-hash="a5c6b8c7e42fb95fd3e1cd6948eff19df5fdc2f768bd79ec8bf33e36bf6ed994" dmcf-pid="yytkdC9HJP" dmcf-ptype="general">이어 "지층이 퇴적되는 것처럼 대화가 조금씩, 조금씩 쌓이고 서로가 공유하는 시야가 넓어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느 순간에 본질에 가까워진다"며 "중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이렇게 나온다"고 덧붙였다.<br><br><strong>● "AI 모델에 질문 던져보니…아직 본질 찾는 데 큰 도움 안 돼"</strong><br> </p> <p contents-hash="746fb222c36b74fbe732796d63ccdbeba05ce9d1091e5bef64bfa9681636d248" dmcf-pid="WWFEJh2Xd6" dmcf-ptype="general">허 교수의 이런 관점은 수학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수학은 단절이 없는 '축적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 기하학, 아라비아 수 체계, 17세기 미적분, 20세기 위상수학 등은 모두 기존 이론 위에 차례로 쌓이고 확장된 결과물이다. 수학 자체가 세대 간 긴 대화인 셈이다. 허 교수는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br><br> 그는 "AI는 디지털화된 것을 학습하지만 연구자들의 일상 속 긴 대화를 배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AI가 학습하는 것은 세대를 건너 인류가 공유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 중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인류는 삶 전체에서 경험하고, 대화하고, 몸으로 느끼며 진화하지만 AI는 아직 데이터화된 기록물만을 통해 진화한다는 설명이다.<br><br> 허 교수는 "수학의 경우 AI가 지금 출판된 모든 논문을 다 읽는다고 하더라도 연구자가 논문을 쓸 때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얻은 직관, 논리, 의미, 동기 등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AI가 '쓰여 있는 수학'으로부터만 수학을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p> <p contents-hash="6431e78a08cb301d6f12379b24e1d154b2f665e3d9b21225043470faea3db124" dmcf-pid="YY3DilVZL8" dmcf-ptype="general">최근 여러 개의 AI 모델에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 있다는 그는 "AI는 알려진 사실을 빠르게 배울 필요가 있을 때에는 유용하지만, 정말로 새로운 종류의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에는 아직 큰 도움이 안 된다"며 "AI와 인류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를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br><br> 여전히 허 교수는 큰 목표를 세우지 않고 살고 있다. 자녀와 집 앞 마당에서 키운 호박을 가지치기해 줘야 할지, 특정 문제를 풀 때 어떤 보조정리가 필요할지처럼 매일 작은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p> <p contents-hash="bc8303905c05b68f093fcee3e9295ea8b4c9cfbc2448b603b9adeafe75f668e9" dmcf-pid="GG0wnSf5L4" dmcf-ptype="general">"작은 질문일수록 좋은 대답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와 같은 큰 질문은 평생에 걸친 긴 대답이 필요할 텐데, 제한된 시간 안에 억지로 만들어낸 어떤 대답도 만족스럽지 않은 왜곡을 낳을 거예요. 작은 질문들이 모여 저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생각합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b12cd11c6fc8fb48f99ab2e6c7e1f843daccaa3295a0dc1765c40562933ad34c" dmcf-pid="HHprLv41J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허 교수. 고등과학원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5/dongascience/20250905094945355pbzt.jpg" data-org-width="680" dmcf-mid="419vE5dzJ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5/dongascience/20250905094945355pbz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허 교수. 고등과학원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e21463f37a84fa2cf9716cd8613fd0b9a846ebab031eaa0f1d68dcf7d3b2ac89" dmcf-pid="XXUmoT8tMV" dmcf-ptype="general"><strong>다음은 허 교수와의 일문일답.</strong></p> <p contents-hash="7a906dd4dbd493aed1c714e0806c2da6fbf77f88b8da294cc5a1b5774cabac1c" dmcf-pid="ZZusgy6Fi2" dmcf-ptype="general"><strong>Q. 올해 한국에서 강연을 3번 연속했다. </strong></p> <p contents-hash="26728bfeadc793ab7b0b86edfcbf0b133131d7638a70a71fdb1e8ce13cdc800f" dmcf-pid="557OaWP3i9" dmcf-ptype="general">"사실 강연자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하고 있는 연구를 세 번이나 들어줄 사람들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훨씬 더 신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왜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것들을 하는 게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 그런 종류의 질문을 사실 1시간 안에 답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이 왜 중요한지' 류의 질문이 보통은 답을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간 경험을 길게 함께 공유했을 때에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종류의 질문들이 있다. 한 번의 강연으로는 소통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3번의 기회가 있으면은 조금씩 조금씩 서로 같은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나."</p> <p contents-hash="e9893ac2819e347277d2abddd6a9cc171d493a037870d314985d913acc1dbfec" dmcf-pid="11zINYQ0LK" dmcf-ptype="general"><strong>Q. 강연에서 어떤 내용을 말했나. </strong></p> <p contents-hash="5fb138b9aadefb4aba865404ca31e9be1b4dd168e2bbe2371b2ba55de64347ca" dmcf-pid="ttqCjGxpnb" dmcf-ptype="general">"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하는 모든 대화는 결국 '이야기'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이러한 문제에 흥미를 가지게 됐고 자신과 동료가 그동안 생각해서 발견한 결과물이 무엇인지 흐름을 이야기 했다. 물론 수학자 대상 강연이기 때문에 정확히 우리가 발견한 것을 정당화하려면 어떤 도구들이 쓰였는지를 설명했다."</p> <p contents-hash="e02654308e7bb334b8d74fada97f7c4e49b6f13bddf7505787a9ef3596d10773" dmcf-pid="FFBhAHMUdB" dmcf-ptype="general"><strong>Q. 2024년은 정말 특별한 해였겠다. </strong></p> <p contents-hash="04163ceb1db852812fe1d7ec92d5c76ee23e2e34d5b6e45d5813a70a5109dc12" dmcf-pid="33blcXRueq" dmcf-ptype="general">"맞다. 스페셜이어의 주제 자체가 제가 연구하는 '대수와 조합론적 기하'다. 1~2년 전부터 스페셜이어를 조직하고 준비했다. 수학자 30~40명을 초청해 고등연구소에서 이들과 1년 동안 같이 살면서 매일 만나 연구했다. 어떤 날은 콜로키움을 진행하고 외부에서 연구자를 초청해 발표를 들었다. </p> <p contents-hash="c0d1b7195973914bf3852f30452226badaf7fa03581bbfadfc7bdaf6dfe05c34" dmcf-pid="02M1lzA8dz" dmcf-ptype="general"> 이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매일 점심을 같이 먹었던 것이다. 고등연구소가 번화가와 떨어져 있어 매일 고등연구소 식당에서 동료와 밥을 먹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긴 대화'를 나눴다. 비공식적인 분위기에서 오랜 시간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는 드문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p> <p contents-hash="30057ac8f838280ff7c0bf7e9fe7684481bedc818562fc54e3be48d0fe20ddb0" dmcf-pid="pVRtSqc6J7" dmcf-ptype="general"><strong>Q. 수학에서 긴 대화가 중요한가.</strong></p> <p contents-hash="838c40a8555250f29f2f6a4df2d01a3a48d2d64f3f8de6eb1bccf851076306d6" dmcf-pid="UfeFvBkPdu" dmcf-ptype="general">"존경하는 수학자 배리 메이저가 '수학은 긴 대화다(Mathematics is a long conversation)'라는 말을 했다. 1시간짜리 강연보다 3시간 강연을 선호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 시간에 걸쳐 할 수 있는 이야기와 3시간에 걸쳐 할 수 있는 이야기, 3년에 걸쳐 할 수 있는 이야기 종류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최근 학계에서도 '엘리베이터 스피치'처럼 30초 안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구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해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 </p> <p contents-hash="fc6081f23bd3e1c112ac2d54a0267abcfc213feb91eca4ded9b65611841530ab" dmcf-pid="u4d3TbEQiU" dmcf-ptype="general"> 그 반대도 쉽지 않지만 중점을 둬보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동료를 설득하는 일은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다른 사람과 진짜 질문을 하려면은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질문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제 대답하는 데도 오래 걸리는 종류의 질문들이 사실은 본질적인 질문들인 경우가 많다. </p> <p contents-hash="8dc5a0de8372a23fba3ffff0fb643cc9052f2468477e34cfd24d0b13b2300006" dmcf-pid="78J0yKDxdp" dmcf-ptype="general"> 어떤 지층이 퇴적되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이제 공유하는 시야가 생기고 그 시야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해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년 동안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들, 마음 편한 사람들, 존경하는 사람들과 1년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그런 종류의 긴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다."</p> <p contents-hash="6ce1f9220e76e36063e3000ec73b66191ee1ae8c263dc47a40162b3c6a930b4c" dmcf-pid="z6ipW9wMM0" dmcf-ptype="general"><strong>Q. 필즈상 수상 이후 3년이 지났다. 부담감도 많이 됐을 것 같다.</strong></p> <p contents-hash="e73ea64b4cc2a1fb6567c85ff342e2093bdd1c420977789db10bd3c4618c5d89" dmcf-pid="qPnUY2rRR3" dmcf-ptype="general">"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시야를 일단 의식한 순간 자유롭기 어렵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구나'를 의식하면 그것에 맞춰 행동하게 되지 않나. 연구자에게 좋지 않다.</p> <p contents-hash="59448bfbf772f193bb0236545eb823dafdca59e3af8c515b9b898c76d281510e" dmcf-pid="BQLuGVmeLF" dmcf-ptype="general">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대단한 연구자’라고 인식한다는 사실을 의식하면 ‘대단한 연구자라면 이런 논문을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발견을 하는 데 큰 방해가 된다.</p> <p contents-hash="9d44697cd4aaa20267ce6f4bc20a9c82ea016708a7e410ff2d3a3d52757ef58a" dmcf-pid="bxo7HfsdRt" dmcf-ptype="general">이미 ‘대단한 발견은 이런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새로운 발견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으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아주 다른 결의 발견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특정한 연구자로 생각하지 않고 ‘나는 이런 연구를 할 거야’라는 생각마저 잊고 있는 사람이 가장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p> <p contents-hash="899895f2cf61d658d39fb8a0e5cfe7f4e6a71a37f38c9a30af23e5795a7bf2fd" dmcf-pid="KMgzX4OJn1" dmcf-ptype="general"><strong>Q. ‘나는 이런 연구를 할 거야’라는 생각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 </strong></p> <p contents-hash="fb8635f51d4247c8375d0c4be9a5d294c9e2268f3852cbae42cd27c9aa658574" dmcf-pid="9RaqZ8Iie5" dmcf-ptype="general">"매일 동료와 대화를 나눴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동료와 수학 이야기만 대부분 하지 않나.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혼자 있을 때 아닐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그러한 의식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다. 다른 사람하고 소통하는 순간이 자기 스스로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바 아닐까."</p> <p contents-hash="012aafe0b8bebfcc95ed4ec2c3e727a49f57af192b333ef8dbae6effacc562f6" dmcf-pid="2eNB56CnLZ" dmcf-ptype="general"><strong>Q. 교수님은 서로 다른 분야 사이의 접점을 만들고 수학을 이해하는 일종의 '언어'를 정립하는 작업에 주력해왔다. </strong></p> <p contents-hash="cf1a28c66a29f3567285ef79a01a7cafb153fe702da65be987ca8b81edd89598" dmcf-pid="VcIxBoZwMX" dmcf-ptype="general">"지금도 같은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4편의 논문도 같은 맥락이다. 시나 예술과 수학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하고 싶은 말이 먼저 있는데 그 말을 표현할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지점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p> <p contents-hash="9dce14c444bc3761de49a9ed7fd36649d6d1537c4ea1f80a5ae086eec88dbfe8" dmcf-pid="fkCMbg5rdH" dmcf-ptype="general">수학에서도 직관이라고 불러야 할지, 어떤 구조가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것을 정확히 기술할 언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직관이 있을 때 그 직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수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할 때 훨씬 효율적이라고 본다."</p> <p contents-hash="740049c3493a8c979155699e42affd8f43ab1ef3b3f0dbd12aeddf328e9e4114" dmcf-pid="4EhRKa1mJG" dmcf-ptype="general"><strong>Q. 구체적으로 그 과정이 궁금하다. </strong></p> <p contents-hash="c1f27ec83a61b8d3b34c8db9c2e622170b84aca2862183c24e818bf5c80fe07a" dmcf-pid="8Dle9NtsLY" dmcf-ptype="general">"누구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떤 직관이 생겼을 때 연구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직관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이미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수십만 명의 수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수학의 구조가 있고 아무리 뛰어난 수학자라도 그중 일부만 알 수밖에 없다.</p> <p contents-hash="5f0354749a5646f0db41608a307eecc537b03273b672d12ed12755f8a0b1fdf6" dmcf-pid="6wSd2jFOnW" dmcf-ptype="general">그래서 이러한 구조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언어가 이미 개발되어 있는지 공부한다. 이미 알려진 언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언어를 조금씩 새로 만들어 추가하는 과정을 반복한다."</p> <p contents-hash="c1e0a4942a082a230ee2d4bd83b76016881b9450ebb9bfa0d5a99f7f5430d631" dmcf-pid="PrvJVA3IRy" dmcf-ptype="general"><strong>Q. 미국, 영국 등에서 AI에 수학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 바꿔 학습시키는 대규모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굉장히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들었다. </strong></p> <p contents-hash="9cf615610b62d589b8b7614b77e31cae894f58cbdf97c723d39abccc3637db10" dmcf-pid="QmTifc0CeT" dmcf-ptype="general"> "그렇다. 논문을 압축을 풀듯 해석해 형식적인 언어로 최대한 많이 바꿔 놓고 그 형식화된 언어를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p> <p contents-hash="2ba0b0242e52856055aaaf2eb91ff60d368e6e2a03e16dda6da5921fdeceb121" dmcf-pid="xsyn4kphMv" dmcf-ptype="general"> 현재 단계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수학은 결국 엄밀한 논리를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립해 나가는 학문이다. 그 조립 과정을 AI 모델에게 가르쳐주기는 쉽지 않다. 이유는 논문 자체가 논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일일이 꼼꼼하게 설명해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6b92e09642463c039b4330386f87ad6c2df4338e0a83cf0ebf71cc616230086e" dmcf-pid="y9x5h7j4LS" dmcf-ptype="general">모든 논리 단계를 다 적는다면 논문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고 오히려 그 길이 때문에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어느 정도의 부정확함을 감수하고 일상 언어를 사용해 수학 논문을 쓴다. 수학자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수많은 공식들이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일상 언어 사용의 제약 때문에 그 사이사이에 굉장히 큰 생략이 들어 있다. 지금 출판된 논문을 AI가 전부 읽는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필연적으로 생략이 존재하며 이런 한계 때문에 ‘쓰여진 수학’만으로는 수학을 배우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p> <p contents-hash="eb658205ee107c7c3d2b5c8eb559784e04b1c6c1d4e6a35449faddfa5b21368c" dmcf-pid="W2M1lzA8il" dmcf-ptype="general"><strong>Q. AI가 어떤 지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인가.</strong></p> <p contents-hash="3cadc4db4414251faf8b4668f95adc07f1ac5736e140799e23625da0b8751e04" dmcf-pid="YVRtSqc6dh" dmcf-ptype="general">"AI가 앞으로 이렇게 할 것이다, 저렇게 될 것이라는 말은 모두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 무엇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전혀 신뢰할 수 없고,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다만 수학자의 입장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현재 ‘수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류가 쌓아온 문화의 극히 일부만이 기록된 수학이라는 점이다. 나머지는 수학자들의 커뮤니티 속에서 공유되는 대화 속에 존재한다.” </p> <p contents-hash="fb623afcceda713b6a3cf5ee174afa26fbec4ca12011ada2198d7642a1a32338" dmcf-pid="GfeFvBkPeC" dmcf-ptype="general"><strong>Q. AI는 사람 간의 대화를 학습하지는 않는다. </strong></p> <p contents-hash="641c0db41a81891ae3decbb7c49ea730c4025fb6c341ea4ca12e850cfed36465" dmcf-pid="HWFEJh2XRI" dmcf-ptype="general"> "그렇기 때문에 AI가 진화하는 방향과 인류가 진화하는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 AI가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것은 데이터화된 것들이다. 예를 들어 AI는 인터넷에 쓰여진 글들은 많이 읽었지만 밥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는 거의 참여해 본 적이 없다.</p> <p contents-hash="4cab27cbb6ac74ed7254ce66f1f51016762ae66ee8a777f380d429299396888f" dmcf-pid="XY3DilVZdO" dmcf-ptype="general">인류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데이터 가운데 실제로 데이터화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모든 사람에게 도청기를 달아 일거수일투족을 학습시키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AI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인류가 공유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중 극히 일부분일 수 있다. AI가 잘하는 것이 있을 수 있고, 사람이 잘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충분히 깊게 생각해 볼 부분이다."</p> <p contents-hash="7775b3e085550f8e9e01dc26048e4cefb4133813f7b056d6397970bc64d1dcb3" dmcf-pid="ZG0wnSf5Rs" dmcf-ptype="general"><strong>Q. AI가 하는 수학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 않나.</strong></p> <p contents-hash="336de46b47e600d1a33eabc439a19aef8a8e26be6c5881fa37882e7122d5a44b" dmcf-pid="5HprLv41im" dmcf-ptype="general"> "‘이해할 수 없는 수학’이라는 가정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의 핵심은 얼마나 정확하게 논리적 과정을 소통할 수 있느냐에 있기 때문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수학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수학이 아니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언젠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는 것이 수학이다. 이해할 수 없는 수학이라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p> <p contents-hash="fc20814a3005ae52eab15a6352ae057a9a03d690ccca58a0a13cb503615094c4" dmcf-pid="1XUmoT8tJr" dmcf-ptype="general"><strong>Q. AI를 어떻게 활용 중인가.</strong></p> <p contents-hash="00cc6bcb40c4f66b83d94627300abc4330c89540a5b77b0296d489e0d4744599" dmcf-pid="tZusgy6FLw" dmcf-ptype="general"> "여러 AI 모델에 같은 질문을 하면서 답이 어떻게 나오는지 비교해보고 있다. ‘내가 지금은 모르지만 3시간 정도 책을 찾아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질문’이라면 AI가 큰 도움을 준다.하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정말 모르겠고 궁금한 질문을 하면 AI가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새로운 종류의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에는 아직 큰 도움이 안 된다."</p> <p contents-hash="e93ebc0345717bbc5cb9c1a8ab17d12baf52e1845b33c2f8a0f4b64959be2692" dmcf-pid="F57OaWP3dD" dmcf-ptype="general"><strong>Q. 요즘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가. </strong></p> <p contents-hash="287222e0547b6c08815ce931725b4cb306eaaa5f932aedc90fedab5a7e727bd4" dmcf-pid="31zINYQ0LE" dmcf-ptype="general"> "음, 보트–사멜손 다양체의 코호몰로지가 하드 르프셰츠 성질을 만족한다는 사실을 조합론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Can the Hard Lefschetz property of the cohomology of Bott–Samelson varieties be proved combinatorially)?다."</p> <p contents-hash="685447d1dc7deac07139371242315ff51020b5097e89fd37a1e80cc3f7eaca5c" dmcf-pid="0tqCjGxpik" dmcf-ptype="general"><strong>Q. 음, 어렵다.</strong></p> <p contents-hash="79b18d969123dfd8151287db341a428d7f6421ec4390eed8578efa9bfa0e1326" dmcf-pid="pFBhAHMUec" dmcf-ptype="general"> "하하. 이것도 비교적 큰 질문이지만. 이렇게 구체적이고 작은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이다. 아주 작은 질문을 선호한다. 수학에서 흔히 말하는 '큰 질문'은 대수기하학의 주요 주제나 앞으로 어떤 코호몰로지가 중요해질까와 같은 문제들이다. 이런 큰 질문은 같은 분야에 있지 않은 수학자에게도 설명할 수 있지만 좋은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p> <p contents-hash="725f24ab0aa6474205c04345c9f6284a9e153bcfcd0b8252c3148b26b3160ec7" dmcf-pid="U3blcXRuiA" dmcf-ptype="general">예를 들어 ‘어떤 인생이 가치 있는가’와 같은 거대한 질문은 제한된 시간 안에 내놓는 답은 대부분 불충분하거나 나쁜 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은 오랜 시간 긴 대화를 통해서만 조금씩 공유할 수 있다. 반대로 질문이 작아질수록 좋은 대답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아주 작은 질문들은 그만큼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만 그렇기에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상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p> <p contents-hash="8af1694508c01a84cc5eb195e94067a8149ba834bb99d242435df2bbdab01cad" dmcf-pid="u0KSkZe7nj" dmcf-ptype="general"><strong>Q. 최근 트럼프 정부가 기초과학 예산을 크게 삭감하며 미국 연구환경이 어려워졌다. </strong></p> <p contents-hash="3d301e8f7f79a846fcb4c47abcf9c0d59ba0480ddf61477b0451790124e5b7ba" dmcf-pid="7U2TD1JqnN" dmcf-ptype="general"> "수학 자체가 애초에 돈이 많이 필요한 분야는 아니다. 다만 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동료들을 보면 변화를 체감한다. 일부는 대학 내에서 인력 감축을 겪기도 한다. 대학원생들을 내년에 뽑기로 해서 그들에게 합격 통지를 모두 보냈지만 학과 재정이 부족해져 합격을 취소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내년에 뽑을 예정이던 박사후 연구원을 예전에는 여러 명 지원할 수 있었지만 재정 문제로 더 이상 뽑지 않기로 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p> <p contents-hash="83162a802c369c299f962d759eb5ec143bc8044ee6060fe5768025acdb4c37a9" dmcf-pid="zuVywtiBLa" dmcf-ptype="general"><strong>Q.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건물이 고등과학원에 세워질 것이라는 계획을 들었다.</strong></p> <p contents-hash="a1a7bbf35ed522023b4803c04fef1a01e86a6561eefa3bd3da47bb3c7132a464" dmcf-pid="q7fWrFnbng" dmcf-ptype="general">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가 한국 수학의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 공간이 주는 힘이 있다. 예컨대 전 세계 많은 수학자들이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 어느 시점에서 한두 번은 와서 시간을 보냈다.</p> <p contents-hash="8920e5244e3114eee0b9145c42aca2cfeed519c23f45b24beee4b8a5b81e55e3" dmcf-pid="Bz4Ym3LKio" dmcf-ptype="general">공간이 주는 헤리티지라나 나름의 문화를 공유하게 된다. 시대마다 수학의 구심점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있다. 70년대 파리라든지 이후에 프린스턴, 하버드 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2차대전 전의 괴팅겐 같은 곳들이 수학 문화를 보존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 이러한 공간이 문화를 유지하고 수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공간에서 수학이 크게 발전하는 변곡점이 나온다. </p> <p contents-hash="3aba737302c788e45e4615f7b33aee69495f1e38fbcb26ae120e1a35fe573f9d" dmcf-pid="bq8Gs0o9dL" dmcf-ptype="general"> 나는 대부분의 커리어를 프린스턴대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보냈다. 그러면서 어떤 문화에 소속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꼈고 굉장히 좋았다. 내가 수학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라는 사실이 감각으로 이어져서다. 그 감각을 뚜렷하게 느낄 때가 있다. 그 감각을 유지하며 연구에 더 몰입할 수 있다. 그런 비슷한 종류의 일이 서울에서도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p> <p contents-hash="14b4949a2f79e9073cf3e18f1a0397586c493364a73c7f27c116d5746225f2f9" dmcf-pid="KB6HOpg2Jn" dmcf-ptype="general">[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유재석표 '소방차' 탄생하나…"욕심이 확 나는데?" 즉흥 춤까지 (놀뭐) 09-05 다음 생성AI 콘텐츠 노출 비법...어떻게 써야 챗GPT가 찾을까? 09-0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