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따라 달라지는 남녀 관계, 짓다만 아파트에 들어간 속사정 작성일 09-04 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159] <부재></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70no2NtsUJ"> <p contents-hash="76a73543cf8505c5b322153712d5a0845d355ba4db2d3476c127e64dd5b9cedf" dmcf-pid="zpLgVjFOpd"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c36fa1bead70a1f4fe76bdf8b7754c817f66c57eb2b5f9e512eb751b98ca7ca7" dmcf-pid="qUoafA3Ipe" dmcf-ptype="general"><strong>(*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strong></p> <p contents-hash="3fdd3629d7122ac5e33e70b39866bf44f3e71cad63de26c188a13b66e4570cad" dmcf-pid="BugN4c0C0R" dmcf-ptype="general">헝다그룹(에버그란데)이 이달 끝내 상장 폐지됐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헝다사태'로 불릴 만큼 부동산 경기 붕괴에 치명적 영향을 준 이 업체가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증권이 거래 정지된 지 1년 반만의 일이다.</p> <p contents-hash="17341be5d7387a46efe5f7dcee055254b362f00eef66181f795dd13a4c29d27e" dmcf-pid="b7aj8kph3M" dmcf-ptype="general">한때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한화 약 69조 원 규모)에 이르렀던 초대형 기업이다. 한국으로 치면 탑5 기업에 들 만큼 큰 몸집을 자랑했던 헝다그룹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대도시 아파트와 상업지구 건설에 가리지 않고 참여해 그 영향력을 넓혀왔다. 부동산 경기가 정점이었던 2017년, 창업자인 쉬자인 회장이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 인더스트리 회장에 이어 아시아 부호 2위에 올랐을 정도.</p> <div contents-hash="7098a55f192abdc899c7f3b81a97ecbabefbedb4de208178ec4097e3a9681aa3" dmcf-pid="KzNA6EUl3x" dmcf-ptype="general">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헝다그룹은 불명예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과잉개발과 경기악화,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조치가 겹치며 무리한 투자가 독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능력을 넘겨 진행한 투자로 부채만 400조 원이 넘어섰고 빚은 감당할 수 없게 불어났다. 대대적 채무불이행이 일어난 건 필연이었다. 쉬자인 회장은 회계 비리 등의 혐의를 받아 구속됐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 영향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수십 퍼센트씩 급등락을 반복하는 중국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신뢰를 상실한 게 근본적 이유란 분석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8675fe229487b26999de04c7a04b0dd66e1ae92a7d8b88441bedb48a90b1f129" dmcf-pid="9ZMeziGk0Q"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4/ohmynews/20250904103001929npyh.jpg" data-org-width="1280" dmcf-mid="5rUzybEQU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4/ohmynews/20250904103001929npyh.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부재</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필름다빈</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401015a3da583bf6d8f6ebb3a23c776122c671bb34a42b35700376dd0e4f7b4d" dmcf-pid="25RdqnHE7P" dmcf-ptype="general"> <strong>이 못난 사내가 매일 미용실을 찾는 까닭</strong> </div> <p contents-hash="c1e3134aef963cf020c6e7a05c05d93b8ec20324809dc6c1bf9ff52b55ef1d1e" dmcf-pid="V1eJBLXD76" dmcf-ptype="general">언제나 그러하듯, 경제 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감내한다. 업체가 줄도산하고 부동산 금융이 막히며 지어지기로 했던 아파트는 공사가 멈춘 채 폐허가 된 사례가 속출했다. 비용 상당부분을 납입한 사람들이 몇 년이 지나도 집을 양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업체가 도산하고 책임자는 사라져 남은 건 시멘트인 상황을 국가는 모르쇠로 일관한다.</p> <p contents-hash="6635b8027c663c6ac7ff966fd2d5f07cc9c21c4d0f46e3ff67ede05bc0c22493" dmcf-pid="ftdiboZwF8" dmcf-ptype="general">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실패를 경험한 금융과 투자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미 과잉된 부동산 개발의 여파로, 빈집 또한 넘쳐난다. 두려워 매입하려는 이는 나타나지 않는데, 돈이 필요해 팔겠다는 이들만 가득하다. 약간의 정책 변경에도 수십 퍼센트씩 집값이 요동치는 상황이 중국의 오늘이다.</p> <div contents-hash="da72804b006ab22a6809b914a7cef17df494baca5dc89557617ac6c796168998" dmcf-pid="4FJnKg5rp4" dmcf-ptype="general"> 랑 우의 영화 <부재>는 중국의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중국 광동성 하이난섬, 한국에선 해남도라고도 불리는 이 땅에 한 남자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그의 이름은 유(이강생 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해 1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인맥을 살려 부동산 개발업체에 취업한 그는 매일 미용실 한 곳으로 걸음을 한다. 그곳은 예쁘장한 미용사 홍(이몽 분)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녀는 아직 어린 딸을 홀로 키우고 있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ef7ef7eb343ad594f040eb6194b7eca4d22a6717cbe2f6f7552ca0fb8af94fc0" dmcf-pid="83iL9a1muf"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4/ohmynews/20250904103003304wawd.jpg" data-org-width="1280" dmcf-mid="pN9V58Iiu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4/ohmynews/20250904103003304wawd.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부재</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필름다빈</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c30acce131ce2fd74a3c0bd3ec55119bacf3c423ec75cfb279b77d49dc6fea8d" dmcf-pid="60no2NtsFV" dmcf-ptype="general"> <strong>보기 힘든 보법으로, 그러나 꾸준히 나아간다</strong> </div> <p contents-hash="771bee75723fe022a4cde57d8dbf0c26dc5862b510ca83338fdf27f2619fe699" dmcf-pid="PpLgVjFOz2" dmcf-ptype="general">그리 풍성치도 않은 머리를 매일 같이 미용사에게 맡길 필요는 없을 테다. 딱히 의지도 없이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그가 내미는 돈은 탁자에나 두라며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홍의 모습은 둘 사이에 무언가 일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유가 거듭 가게를 찾는 동안 홍은 아이가 유의 자식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니, 둘은 한때나마 깊이 사귀었던 사이가 분명하다.</p> <p contents-hash="47f1b46a4ffad14f7707221282a475038f60311a300d17e34ba5d360ec5d8056" dmcf-pid="QfrsJC9HF9" dmcf-ptype="general"><부재>는 근래 한국에선 찾아보기 드문 보법으로 나아간다. 매일 같이 찾아와 머리를 하면서도, 속 시원히 '이 아이가 내 아이냐', '너는 나와 만날 생각이 있느냐', '왜 그렇게 화가 났느냐'고 물어보지 못하는 이의 답답한 상황을 곁에서 가만히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한때 불붙었던 사이는 분명 다시 연소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유와 홍 또한 차츰 다가서다 다시 붙기에 이르는 것이다. 천진한 듯 보이지만 아빠 없이 사는 현재가 어딘지 마땅치 않은 아이가 둘 사이에 역할을 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p> <div contents-hash="34ced39fdabbd92a47e50006b6381e6fb2f1b220aaad6e7f0da2fbda8f43d31d" dmcf-pid="x4mOih2XFK" dmcf-ptype="general"> 영화는 조금씩 가까워져 가족으로 연결될 듯 말 듯 보이던 두 사람이 다시 위기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건 앞서 길게 적은 중국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것이다.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하이난도 부동산 과잉 개발과 붕괴의 충격타를 그대로 맞았다. 유가 속한 업체 또한 그런 곳인지, 그가 소개한 아파트를 매입해 깔끔한 현대식 집에서 딸에게 방 한 칸도 내주려던 꿈을 꾸었던 홍이 제 돈을 잔뜩 물리게 된 것이다. 끝도 없이 미용실을 찾은 끝에 이제야 홍을 아내로 맞을 수 있을까 싶었던 유가 좌불안석이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09202f2469f7aa3800ed83ad891cc574441e87be5320df8107d39b287ea3b6a" dmcf-pid="yhK2Z4OJub"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4/ohmynews/20250904103004604hiaa.jpg" data-org-width="1280" dmcf-mid="UZ6QpRTNF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4/ohmynews/20250904103004604hiaa.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부재</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필름다빈</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ad15c01b2332f74d008c6fda5bf8564c82a38f2b9657062a197430eae8c8e6bc" dmcf-pid="Wl9V58IiFB" dmcf-ptype="general"> <strong>붕괴된 시장, 사라진 삶</strong> </div> <p contents-hash="b0faafe8115a49a738a1bb0518d259b6243c52c3384bafff63893ee3b6f406cc" dmcf-pid="YS2f16Cn3q" dmcf-ptype="general"><부재>는 중국의 부동산 붕괴, 부동산 업체들의 욕망과 불법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자연스레 내보인다. 그러나 그 방식은 우리가 통상 이러한 주제의 작품에서 흔히 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영화 속 개발업체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조연으로, 그들이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고 불법을 자행하는지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유의 동료이고 상사이며 지인으로서, 또 홍과 같은 이들의 항의에 면피하는 모습으로만 그려낼 뿐이다.</p> <p contents-hash="705301c07e650b15941221b688c7fd6a319a63f9054ca0f9189de984adbcac7a" dmcf-pid="GvV4tPhLuz" dmcf-ptype="general">오히려 영화는 건설이 중단되고 흉물처럼 남은 시멘트 구조물을 배경으로, 그곳에 들어가 살기로 선택하는 유와 홍, 그리고 그 딸의 모습을 잡아낸다. 자본의 실패가 폐허로 남겨둔 그 자리를 스스로 들어가 삶의 터전으로 구축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영화 <부재>의 후반을 이룬다. 영화의 제목인 '부재'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처음엔 영화 속 유가 감옥에서 보낸 10년여의 시간이 홍에게 남긴 부재가 제목으로 이어진 듯 보이지만, 또 유의 곁에 보이지 않는 가족이며 의지처의 존재가 역시 부재를 상기하게 하지만, 그보다 중하고 적확한 의미가 차츰 제 모습을 드러낸다.</p> <p contents-hash="0ad64b8dcffb862efd52ceff4f7cdb46023cbd45576b515afec22d81c766ea59" dmcf-pid="HTf8FQlou7" dmcf-ptype="general">지어지다 만 아파트는 시멘트 구조물로 남아서 도시를 더욱 폐허처럼 보이게 한다. 인부들은 돈을 받지 못해 일을 하지 않고, 사업자는 돈을 융통하는 대신 책임을 회피하고 떠나간 지 오래. 버려진 아파트는 주민이 되기를 꿈꾸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배신한 상징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그건 그대로 자본과 권력, 정치와 시장의 실패다. 그러나 이 영화 어디서도 그에 대한 책임이, 그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유나 홍과 같은 작은 사람들이 기댈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들은 직접 시멘트 구조물 안에 들어가 커튼을 달고 장판을 깔아 삶을 꾸려가기로 하는 것이다. 마치 석기시대 인간들이 동굴에 터를 잡았듯.</p> <div contents-hash="484555ce3601af37e5a8e61403e9f5c2ab8fbd55d3bdc2e9937fcbc298faa827" dmcf-pid="Xy463xSgFu" dmcf-ptype="general"> <부재>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음을 드러낸다. 두 사람의 결핍으로부터 '부재'를 부각하는 듯 보이는 이 영화가 진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다 사회적 주제, 국가적 책임이란 게 서서히, 또 은근하게 드러나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기술적, 군사적, 또 자본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오늘이 여전히 척박하게 느껴지는 건 랑 우 감독과 같은 이의 물음이 이처럼 은은한 방식으로 말고는 제기될 수 없는 현실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그가 자의든 타의든 멈추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원한다. 그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아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528090605ca0388196457fd1103fc89c3d23c16c0bb88594d562eb0bf2f2ed0f" dmcf-pid="ZW8P0MvapU"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4/ohmynews/20250904103005869oihl.jpg" data-org-width="400" dmcf-mid="uvGXw1JqU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4/ohmynews/20250904103005869oihl.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부재</strong>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필름다빈</td> </tr> </tbody> </table> <p contents-hash="832bea4b5019222130df67962adcf961a1ce4a260b30015bcb746a00d190a531" dmcf-pid="5S2f16Cnzp"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단독] 곽도원, 연극 복귀 무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하차 09-04 다음 "전 세계 5400만명 이용자 청소년 계정 자동 전환"⋯메타, 온라인 안전 논의 09-0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