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언제 하죠?"…강의·행정에 짓눌린 신임 교수의 '생존기'

작성일 09-0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우수 신진 지원 2.5억→1.5억으로 줄어<br>수백시간 강의하느라 연구 시간 없어</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HGf1L8IiSS">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62adf61c0959e2718e67cbbd8bd8825e6289fc45ccf297d7e568424defa0cb2b" dmcf-pid="XH4to6CnS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게티이미지뱅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2/ked/20250902114151401gtsm.jpg" data-org-width="1200" dmcf-mid="fNhwaQloT0"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2/ked/20250902114151401gtsm.jpg" width="6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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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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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contents-hash="e2a69892266a638ee4326d9c8da4e63ba32532786c39fa770d0029df5ebeb06a" dmcf-pid="ZX8FgPhLvh" dmcf-ptype="general">지난해 수도권의 국립대에 부임한 A 교수는 연구실 간판을 달기도 전에 벽에 부딪혔다. 신규 과제 지원에서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됐다. 기본적인 장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연간 300시간 강의까지 떠맡아야했다. A 교수는 “학기 중에는 강의와 행정에 매달리느라 연구할 시간을 찾기 어렵다”며 “방학에만 겨우 논문과 과제 기획서를 쓸 시간이 난다”고 토로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은 재정난을 이유로 교수 정원의 70%만 채용한 터라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겸임교수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활용되는 일은 거의 없다.</p>
          <p contents-hash="ddfeaec0139bc352054113a37842f67ab64ffafc6a75a5047f5c37d98aebdb81" dmcf-pid="5Z63aQloyC" dmcf-ptype="general">연구비와 시간, 인력 모두 부족한 신임 교수의 연구실은 개설 첫해부터 생존의 시험대에 오른다. 연구비는 줄고, 강의는 늘었는데 연구실 장비 등 인프라조차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지난 1일 정부는 내년도 연구개발(R&amp;D) 예산을 발표하며 신진연구자 과제를 확대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연구자 1인에게 돌아가는 예산은 1억5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20%가량 줄었다. 전체 예산이 늘긴 했지만, 과제수를 더 많이 늘린 탓이다. 기존에 연 2억5000만원을 지원하던 우수 신진연구 예산은 1억5000만원으로 삭감됐다. 연구 장비와 공간을 꾸리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국내 대학의 한 교수는 “신임 교수가 연구실을 마련하고 자기 분야를 개척하는데 5년 이상이 걸린다”며 “지원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p>
          <p contents-hash="cd109bb9ab5e45c078efc9a6000cb3494de70e691a0f45a3a2f7c3e7f6182161" dmcf-pid="15P0NxSgvI" dmcf-ptype="general">연구자 개인이 신청할 수 있는 과제 수를 제한해 버린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현재 ‘3책5공’으로 불리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연구자가 동시에 맡을 수 있는 과제를 연구책임자 기준 3개, 참여 기준 5개로 제한한 것이다. 과제 경쟁률이 치솟는 현상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안인데, 실제로는 수주 개수를 줄여 관리의 편의성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A 교수는 “다 같이 가난해지는 제도”라며 “선진국 중 개인 과제 수를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p>
          <p contents-hash="8d8044d0416745d6aa702c734699b3fd9992481ccb19671dba06d2cdab521c1c" dmcf-pid="t1QpjMvavO" dmcf-ptype="general">정부가 과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기초연구 지원을 확대하긴 했지만, 기초연구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초대형 과제 쏠림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가령 올해 출범한 ‘국가연구실(NRL) 2.0’은 한 팀이 연간 100억원씩 10년간 지원받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김형규 충북대 연구처장은 “100명의 신진연구자를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을 한 프로젝트에 몰아주고 있다”며 “실질적인 연구 생태계 확충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첨단 테크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데다 돈을 주는 정부 관료, 초대형 과제를 운영하는 특정 교수의 입김만 강해질 뿐이라는 것이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주장이다.</p>
          <p contents-hash="f04c50a99cf34cbc347aeb73a89484949e04fcc25bfe5d9b81c3091aed8840f7" dmcf-pid="FtxUARTNSs" dmcf-ptype="general">국내 신진연구자들의 처지는 미국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다. 한국 교수들은 연간 수백시간이 넘는 강의를 소화해야 한다. 그나마 처우가 좋은 KAIST 등 과학기술원의 경우에도 100시간대 수준이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강의가 많기로 유명한 주립대 교수조차 100시간 미만이다. 강의만 전담하는 교수들이 많은 덕분이다. 이에 비해 국내에선 교육과 연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연구 성과를 쌓을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p>
          <p contents-hash="e2fd6cc723960949fdd4a39d13142cbe515a24ed54afa6940626550e3ff20246" dmcf-pid="3gWcuGxplm" dmcf-ptype="general">학교 차원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2010년 이후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법으로 제한되면서 국내 대학 재정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평균 연간 대학 학비는 682만원 수준으로 미국(약 5339만원)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8월 기초연구 진흥방안 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국내 대학은 연구역량을 유지하는게 불가능하다”라며 “영어유치원보다 낮은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라는 것은 기초연구 기반이라는 미래 성장 동력을 희생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p>
          <p contents-hash="13787c6690c91a568e4af0f053b6f6b361b104b3bf4a30ce3c9b076fbaa38bb2" dmcf-pid="0aYk7HMUTr" dmcf-ptype="general">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p>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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