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겨냥한 자율주행 슈퍼 트랙터…‘익산 어벤져스’가 만든다

작성일 09-0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산업 메가프로그램 북미 시장 공략할 프리미엄 트랙터 개발 추진 전북분원·익산시·현지기업 27억 공동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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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본부의 소음테스트장./한국생산기술연구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2/chosunbiz/20250902111950262cgaz.jpg" data-org-width="5000" dmcf-mid="q8AP8uNfk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2/chosunbiz/20250902111950262cgaz.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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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본부의 소음테스트장./한국생산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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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전북 김제시 산업단지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전북기술실용화본부는 첨단 흡음 장비로 한 기계장치의 소음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시험 대상은 산업 기계도, 군수 장비도 아니었다. 바로 트랙터였다. 정부 연구기관이 시간이 남아 돌아 농기계나 시험하는 것이 아니었다. 200조원이 넘는 세계 농기계 시장을 겨냥한 기술 혁신의 현장이었다.
 농업 인구가 줄고 경작지 규모가 늘면서 트랙터는 현대 농업의 필수품이 됐다. 각종 농업기계를 장착해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트랙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라북도에서 정부 연구소와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잡았다. 지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트랙터 어벤져스가 결성된 것이다.
 생기원은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다. 생기원은 지난해부터 한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메가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생기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산업전략과 지역 제조업을 분석해 지역마다 하나씩 핵심 기술의 생태계를 만드는 사업이다.
 생기원 전북본부는 전략산업으로 ‘농기계’를 선택했다. 전북이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전북본부는 어떤 기술이 있는지 분석한 결과다. 익산, 완주 등 전북 곳곳에는 국내 주요 농기계 기업과 협력사들이 있다. 실제로 농기계는 지역의 대표 수출 품목이다. 2024년 기준 전북 지역의 농기계 관련 수출액은 3억 4290만달러(약 4770억 원)이다. 미국 수출만 놓고 보면 농기계 비중이 단연 1위다.
 메가프로그램은 혁신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지방은 상대적으로 혁신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제조업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파급 효과를 지닌 핵심 기반 산업이지만, 정작 지역에는 연구 인력과 기술 인프라가 부족하다.
 생기원은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10개 지역본부를 거점으로 지역 맞춤형 메가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출연연 가운데 지역본부가 가장 많은 기관이라는 장점을 살려 각 본부가 지자체와 선도기업, 지역 대학, 협력업체를 하나의 팀처럼 묶어 공동 연구개발(R&amp;D)과 인재 양성을 추진했다. 목표는 지역 특화 산업과 인재·기술·일자리를 선순환으로 엮어 지역이 다시 뛰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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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추진 중인 '메가 프로젝트' 현황./한국생산기술연구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2/chosunbiz/20250902111951821lijf.jpg" data-org-width="546" dmcf-mid="9B1GWrzTj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2/chosunbiz/20250902111951821lijf.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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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추진 중인 '메가 프로젝트' 현황./한국생산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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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본부의 연구 역량도 탄탄하다. 박사급 연구원만 15명이고, 농기계와 시스템 전공 연구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상대 생기원 전북본부장은 “출연연 가운데 농기계를 연구하는 곳은 생기원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본부 신설 직후부터 내부 사업과 과제를 통해 지역 기업과 협업했다”고 말했다. 전북본부는 중소업체가 갖추기 어려운 대형 공정·실증 인프라와 시험·인증 장비도 구축했다.
 전북본부는 메가프로그램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전북 소재의 여러 농기계 대기업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오랜 기간 다른 회사 상표를 붙여 납품하는 OEM에 의존해 온 탓에 브랜드 인지도에서 한계가 있었다. 국내 기업들은 OEM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수출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북미 시장에서 통할 프리미엄 제품이 절실한 상황이다.
 메가프로그램은 그동안 주로 수출하던 소형 농기계 대신 북미·유럽에서 통할 ‘프리미엄 트랙터’를 자체 브랜드로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주력 제품인 70~100마력대를 넘어 현지에서 트랙터의 표준으로 불리는 130마력 이상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상대 본부장은 “농기계라고 하면 단순한 기계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첨단 기술이 집약돼야 한다”며 “전북 익산에 공장과 연구소를 둔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인 TYM과 손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트랙터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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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김제에 위치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기술실용화본부 농기계기술지원센터 전경./한국생산기술연구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2/chosunbiz/20250902111953202fjfv.jpg" data-org-width="5000" dmcf-mid="VdvIsg5rc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2/chosunbiz/20250902111953202fjfv.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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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에 위치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기술실용화본부 농기계기술지원센터 전경./한국생산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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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본부는 북미 실증 시험을 목표로 기업이 상시 보유하기 어려운 기반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자동변속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알고리즘, 용접 최적화, 도장 불량 개선 등이다. TYM은 기술 개발과 더불어 완성차 조립과 국가별 파생모델 기획 등을 맡았다. 파생모델 매출이 생기면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의 매출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라, 본부와 TYM, 협력사의 동반성장 사다리가 놓인다.
 이경훈 익산시청 경제산업과 주무관은 “익산의 선도기업인 TYM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기업만 최소 20곳 이상”이라며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R&amp;D를 시도하지 못했던 영세 기업들에게도 메가프로그램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와 산업 인공지능(AI)도 협력의 핵심 축이다. TYM의 주력 제품은 20~130마력대다. 조립 라인은 하나인데 국가별 파생제품도 많아 생산성 편차가 크다. 전북본부는 공정 데이터 분석과 일정 최적화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돕고 있다.
 정삼석 TYM 중앙기술연구소 중대형 트랙터팀 팀장은 “이전부터 생기원과 여러 기술 협력을 했지만, 메가프로그램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기업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연구원과 함께 정리해 일정과 역할을 조율한다”며 “필요할 때마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바로 투입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했다.
 이상대 본부장은 “본부 연구원이 30~40분 거리인 TYM 공장을 수시로 오가며 불량 원인을 공정 데이터에서 추적하고, 최적화 알고리즘을 반영해 라인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연구원은 개발과 시제품, 양산, 판매에 이르는 전 주기를 경험하며 현장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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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지난 21일 만난 (왼쪽부터) 이상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본부장과 정삼석 TYM 중앙기술연구소 중대형 트랙터팀 팀장./한국생산기술연구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2/chosunbiz/20250902111954537eljw.jpg" data-org-width="5000" dmcf-mid="6lDLifsdj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2/chosunbiz/20250902111954537eljw.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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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만난 (왼쪽부터) 이상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본부장과 정삼석 TYM 중앙기술연구소 중대형 트랙터팀 팀장./한국생산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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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프로그램은 제품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27년 1차 양산 목표에 맞춰 양산과 품질 검증 단계까지 동행하고, 북미 외에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시장 개척도 병행한다. 이상목 생기원 원장이 직접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찾는 등 해외 협력도 넓히는 한편, 해외 우수 인재를 지역에 유치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 대학과 협력해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고, 청년이 지역 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운영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생기원과 지자체, 기업이 재원을 공동 부담하고 공공 회계 시스템을 토대로 투명하게 집행한다. 1단계(2025년까지)는 생기원 10억원, TYM 15억원, 익산시 2억 원을 합친 총 27억원으로 진행된다. 재원이 한 곳으로 모이는 만큼 ‘각자 따로’가 아닌 ‘함께 논의하고 함께 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메가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례화된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논문·특허·정량지표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기업의 양산과 판매라는 결과에 맞춰 돈과 시간을 탄력적으로 쓰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상대 본부장은 “정례화된 제도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본다”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자동화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지속적인 협업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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