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우등생 한국이 놓치고 있는 전력 반도체"

작성일 08-3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재생에너지 혁신 기술로 앞서가는 제조업 강국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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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과학동아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46901weaq.jpg" data-org-width="680" dmcf-mid="tEWFH1Jqn7"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46901weaq.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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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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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스웨덴의 조선업은 세계 톱이었죠, 당신들이 치고 올라오기 전까진."
 한국인에게 칭찬인지 푸념인지 모를 말을 들으며 어쩐지 머쓱해졌다. 6월 스웨덴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런 말을 건네면서도 오히려 자부심이 비쳐 보였다. 볼보, 에릭슨, 아트라스콥코 등 굴지의 기업을 보유한 ‘북유럽의 제조업 강국'은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
 탄소중립이 세계의 트렌드가 된 이후에도 그렇다. 스웨덴은 이제 전기 선박을 만들어 대륙을 횡단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핵심이 될 초고압 직류 송전(HVDC)과 전력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강국으로 거듭났다. 현재진행형인 스웨덴의 혁신을 현지에서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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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스웨덴의 전기 배 기업 '칸델라'에서 개발한 전기 수중익선 P-12가 스톡홀름 군도를 누비고 있다. 선체를 물 위로 띄운 채 항해하는 '수중익 모드'를 통해 물과 마찰해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인다. 항해 시 발생하는 파도 크기가 일반 배보다 작은 것도 특징이다.Candela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48117remt.jpg" data-org-width="680" dmcf-mid="397gdLXDR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48117remt.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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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의 전기 배 기업 '칸델라'에서 개발한 전기 수중익선 P-12가 스톡홀름 군도를 누비고 있다. 선체를 물 위로 띄운 채 항해하는 '수중익 모드'를 통해 물과 마찰해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인다. 항해 시 발생하는 파도 크기가 일반 배보다 작은 것도 특징이다.Candel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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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먹는 첫 점심 식사는 스톡홀름 군도의 작은 섬에 있는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스톡홀름 군도에는 약 2만 4000개가 넘는 섬과 암초가 있다. 이 많은 섬을 모두 다리로 연결하기란 무리다. 그래서 배를 탄다. 스톡홀름에서 배는 한국의 버스나 지하철처럼 일상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오늘은 P-12를 타고 섬 4개로 이뤄진 피에데르홀마르나 군도의 한 섬에 갈 겁니다. 저희 회사와 관련된 프레젠테이션은 배 위에서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피에데르홀마르나에서 점심을 드시죠.”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악셀 브랑겐펠트 칸델라 테크놀로지 AB 비즈니스 개발 및 중동 책임자의 말에 멈칫 했다. 이날 점심식사는 스웨덴 전기 배 개발 업체인 칸델라의 취재를 겸한 것이다. 피에데르홀마르나 군도를 오갈 때 전기배인 P-12를 타 보기로 했다.
 칸델라의 칸델라에 대한 소개는 출발 전이나 후에 따로 할 줄 알았는데 배 위에서 설명이 진행된다면 낭패라고 생각했다. 이날 탑승하기로 한 P-12는 최대 30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 버스만한 배다. 작은 배라 내부가 무척 소란스러울 게 뻔했다. 가뜩이나 영어로 취재해야 하는데 녹음이 잘 안되면 취재 내용을 기록하기 어렵다. 게다가 기자는 뱃멀미가 심하다.
 ● 스톡홀름 군도 누비는 전기 배 서울에도 뜰까
 선착장에 가자 P-12가 정박해 있었다. 걱정하며 선착장 옆에는 칸델라의 전기배를 고속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과 연동되는 이동식 태양 전지판이 전시돼 있었다. P-12에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6개 들어간다. 한번 충전하는 데 45분 걸리며 이렇게 충전하면 최대 70~80km 정도 운항이 가능하다.
 브리짓 융커 칸델라 테크놀로지 AB 국제 정책 및 홍보 책임자는 “우리가 피에데르홀마르나로 갈 때 옆에서 C-8 모델이 묘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P-12를 비롯한 프로페셔널 라인 전기배는 승객을 싣는 상업 운항을 위해 개발됐다. 수송용으로 설계돼 1년에 3000시간 이상 되는 장기간 운행에도 잘 견디는 강건함이 특징이다. C-8을 비롯한 커스터머 라인 전기배는 개인이 레저 목적으로 구매해 속도감 있는 곡예 운전을 해볼 수 있다.
 칸델라는 201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창립자인 구스타브 하셀스코그의 집이 스톡홀름 군도에 있었어요. 어느 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려다가 옆 섬으로 건너가 아이스크림을 사려면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 배를 타야만 한다는 점을 떠올리게 됐대요.
 그래서 직접 전기배를 만든 게 칸델라의 시작이 됐습니다.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거든요.” 융커 책임자가 귀띔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배는 엔진을 가동할 때 기름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P-12에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아 쾌적했다. 브랑겐펠트 책임자와 융커 책임자가 발표를 준비하는 사이 배가 출발했다. 우려와는 다르게 출발한 줄 몰랐을 정도로 조용했다. 
 브랑겐펠트 책임자는 “오늘 차세대 해운 운송의 미래를 보여주겠다” “해양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해상 운송수단의 전기화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그런데 배를 전기화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성능이다”라고 했다.
 같은 무게의 배터리와 화석연료를 비교하면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화석연료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양보다 적다. 다른 말로 '에너지 밀도'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전기배나 전기차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전체적인 주행 과정에서의 에너지를 손실을 줄이느냐다.
 칸델라는 그 해결책으로 배를 공중에 띄웠다. 배 아래 판에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수중익'을 설치해 배가 빠르게 주행하면 비행기가 떠오르듯 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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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6월 1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악셀 브랑켄펠트 칸델라 테크놀로지 AB 비즈니스 개발 및 중동 책임자(오른쪽)와 브리짓 융커 국제 정책 및 홍보 책임자가 P-12 선내에서 칸델라를 소개하고 있다. 과학동아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49344gxfz.jpg" data-org-width="680" dmcf-mid="UZ6skrzTM3"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49344gxfz.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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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악셀 브랑켄펠트 칸델라 테크놀로지 AB 비즈니스 개발 및 중동 책임자(오른쪽)와 브리짓 융커 국제 정책 및 홍보 책임자가 P-12 선내에서 칸델라를 소개하고 있다. 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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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중익선은 1906년 처음 시험 운항한 오래된 기술이다. 그런데 이 기술이 전기배에 적용된 건 P-12가 처음이다. 오래된 기술이 탄소중립이라는 흐름에 맞춰 적재적소에 사용된 좋은 사례다. 실제로 식사를 하고 다시 돌아올 때는 배가 떠오르는 ‘수중익 모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비행기 이착륙이랑 비슷해요. 수중익 모드로 항해를 시작하거나 다시 배를 수면 위로 내려놓을 때만 앉아 있으면 됩니다.” 융커 책임자의 말대로 수중익 모드로 항해를 시작하자 몸이 살짝 들어 올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수중익의 장점은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덜 받는다는 데 있다. 물의 저항을 이겨내지 않아도 되니 더 적은 에너지로도 항해할 수 있다. 수중익 모드로 전환하자 선체의 흔들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브랑켄펠트 책임자가 건너편 여객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일반 여객선이 오면서 파도를 만들어내고 있죠? 원래라면 저 파도가 우리 배와 만날 때 배가 크게 흔들려야 합니다. 가만 지켜보세요. 움직임이 없을 겁니다.” 과연 P-12는 매끄럽게 운항을 이어갔다.
 수중익 모드 덕에 멀미를 겪지 않고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 식사 내내 칸델라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특히 관심이 쏠린 부문은 상용화였다. 칸델라는 5월 C-8로 스페인 소토그란데 지역에서 북아프리카 해안의 세우타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오가는 데 성공했다. 
 전기배로는 세계 최초의 대륙 간 항해 기록이다. 여기에 더해 P-12는 2024년 10월부터 스톡홀름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정식 도입되기도 했다. 현재 한 대의 배가 운항중이며 스톡홀름 시청에서 에케뢰 섬까지 차로 50분가량 걸리는 구간을 P-12로는 30분 내외에 갈 수 있다.
 브랑켄펠트 책임자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에 한강의 환경을 한번 살펴봤다”며 말했다. “칸델라의 P-12를 서울 대중교통 시스템에 도입한다면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18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너지 비용을 계산해보면 승객 1명당 282원 정도가 나옵니다. 
 서울 외에도 보령, 목포, 여수, 부산 등 섬이 많은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강은 다리도 많고 도로도 많아 기존 대중교통 시스템과 연결하기 용이합니다. 탄소 배출량이 '0'인 친환경 운송수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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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질화갈륨(GaN)으로 만든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기존 실리콘(Si)으로 만든 소재와 달리 투명하다. Shanghai Famous Trade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50643ddep.jpg" data-org-width="680" dmcf-mid="7DTVq9wMn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50643ddep.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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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화갈륨(GaN)으로 만든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기존 실리콘(Si)으로 만든 소재와 달리 투명하다. Shanghai Famous Trad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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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우등생 한국이 놓치고 있는 '전력 반도체'
 같은 날 오전 스웨덴 국립연구원(RISE)에선 임장권 RISE WBG 전략 기술 연구책임자 및 수석연구원이 취재진을 맞았다. RISE는 스웨덴 정부가 산하의 모든 연구시설을 통합해 융합 연구를 꾀하겠다는 목적으로 34개의 연구기관을 합병해 만든 곳이다. 여기서 임 수석연구원은 '전력 반도체'를 연구한다.
 반도체는 쉽게 말해서 전류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도록 조절하는 스위치다. 그중에서도 전력 반도체는 견딜 수 있는 전압이 높고 많은 양의 전류도 무리 없이 제어할 수 있는 반도체다. 전력 반도체는 최근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을 타고 주목받고 있다.
 전기배부터 전기차, 태양광 발전기, 풍력 발전기, 장거리 송전 케이블 등 재생에너지 전환의 주요 요소에 모두 전력 반도체가 필수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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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전력 반도체의 원리. Toshiba America Electric Components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51915mhcz.jpg" data-org-width="680" dmcf-mid="q3mhrIKGJ5"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51915mhcz.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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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 반도체의 원리. Toshiba America Electric Component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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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배와 전기차 등 전기 모빌리티에는 전력 반도체가 필수다. 모터와 배터리를 드나드는 전력량이 많아 컴퓨터나 휴대폰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로는 그 전압과 전류를 감당할 수 없다.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에선 생산되는 전력량이 불안정하게 계속 바뀐다. 
 불안정한 전력 공급은 전체 전력 송전망에 부담이 되므로 이를 다듬어 안정적으로 바꿔줘야 한다. 이 경우 반도체를 이용해 전류의 흐름을 빠르게 조절해 가며 전체적인 전력량이 균일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만 일반적인 반도체로 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류를 감당하기는 무리다. 
 그래서 전력 반도체를 쓴다. 전압이 높고 전류량이 많은 전기가 흐르는 장거리 송전 케이블에 전력 반도체가 사용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화합물 반도체는 밴드갭이 넓어서 투명해요. 그래서 공정이 어렵죠. 잘 안 보이잖아요. 한국에는 이런 화합물 반도체를 다룰 수 있는 장비가 드물고요.”
 임 수석연구원이 복도에 전시된 화합물 반도체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의 손끝에 있는 화합물 반도체는 초록색 스테인드글라스처럼 투명했다. 화합물 반도체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꼽힌다. 실리콘(규소·Si)이란 순물질을 원료로 만들던 기존 반도체와 달리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이 원료다.
 반도체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원자에서 전자 떼기’다. 가전자대에 위치해 있어 원자에 얽매인 상태이던 전자에 강한 에너지를 주면 전자가 원자를 벗어나 전도대로 이동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전도대로 이동한 전자는 자유롭게 흐르며 전류를 만든다. 이때 가전자대와 전도대 사이의 거리를 '밴드 갭'이라고 부른다.
 밴드 갭이 크면 클수록 전류를 흐르게 만들기 위해 전자에 줘야 하는 에너지양이 크다. 바꿔 말하면 밴드 갭이 큰 반도체는 큰 에너지를 흘리지 않고서는 쉽게 작동하지 않아 안정적이다. 따라서 큰 전력을 견뎌야 하는 전력 반도체의 경우 밴드 갭이 큰 원료를 이용할 때 더 유리하다. SiC나 GaN이 그 예다. 
 “밴드 갭이 크면 물체가 투명해 보여요. 물체를 볼 수 있는 이유는 빛이 물체 속 전자와 만나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전자가 흡수할 수 있는 빛 에너지는 밴드 갭에 따라 달라져요. 밴드 갭이 너무 크면 빛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투과합니다. 화합물 반도체가 투명해지는 이유예요.” 임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임 수석연구원의 안내를 따라 RISE의 반도체 연구 시설을 한 바퀴 둘러봤다. 긴 복도를 따라 반도체 공정이 이뤄지는 '클린 룸'이 연달아 있다. 클린 룸 안에서는 흰색 방진복을 입은 연구자들이 제각기 웨이퍼를 자르고 웨이퍼에 패턴을 그려 넣는 등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 연구시설에서는 스웨덴의 대학 연구소나 현대 모비스 등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임 수석연구원처럼 해외에서 온 연구자도 많다.
 RISE는 세계에서도 전력 반도체 연구를 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5월 16일 서울에서 만난 허준석 아주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 교수는 “RISE의 경우 전력 반도체를 연구하고 소자를 만들고 신뢰성 테스트를 하는 등 전력 반도체와 관련된 연구 시설이 붙어있어 융합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라면서 “그 덕에 쉽게 보기 어려운 시너지가 나온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전력 반도체 특히 화합물 반도체라고 본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관련 연구를 이어왔다. 이는 중국, 미국, 일본 등 제조업 강국과 경쟁해야 하는 스웨덴이 찾은 미래 먹거리다. 산업체와 연계된 원천 기술을 개발해야 뒤처지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에선 강세를 보이지만 SiC나 GaN을 원료로 한 반도체에선 후발주자다. 임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력 반도체 부문에선 한국 기업이 세계 10위권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며 “최근에서야 한국에너지공과대를 만들며 5대 융합 전공 중 차세대 그리드 부문에서 전력 반도체를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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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북해의 풍력 발전소 왼쪽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내륙에 전달하는 초고압 직류 송전(HVDC) 변전소의 모습이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53144kvsf.jpg" data-org-width="680" dmcf-mid="WvtU10o9R9"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53144kvsf.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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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해의 풍력 발전소 왼쪽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내륙에 전달하는 초고압 직류 송전(HVDC) 변전소의 모습이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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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 역사와 새로운 혁신이 교차하는 스웨덴
 스웨덴은 오랜 기술을 귀하게 여기는 한편 새로운 전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스웨덴이 가진 오랜 기술 중 최근 초고압 직류 송전(HVDC)이 주목받고 있다.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핵심 키워드로 꼽은 '에너지 고속도로'에도 HVDC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한국에선 재생에너지는 한반도 서남쪽에서 생산되는 한편 이 에너지의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걸 기존 송전 방식인 교류(AC) 방식을 이용해 송전하게 되면 전력 손실량이 약 10%로 많다. 교류는 전류의 방향이 1초에도 수십 번씩 바뀌고 이때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직류를 이용하는 HVDC의 경우 전력 손실은 고작 1%다. 그런데 HVDC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송전 거리가 100km 이상인 장거리 송전에서야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강조된다.
 6월 13일 히타치 에너지 본사에서 만난 니콜라스 페르손 부사장은 “한국의 경우 탄소중립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높일 계획이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 경우 남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송전할 기술적 솔루션인 HVDC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은 '서해안 HVDC 송전 백본(backbone. 척추)”이라고 했다. HVDC 송전선로를 서해안 바닷속에 설치하면 주민의 반대가 적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페르손 부사장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경험에 있다. 스웨덴은 1954년 처음으로 HVDC 기술을 개발한 종주국이다. 당시 스웨덴 본토와 고틀란드라는 섬을 잇는 송전선로를 개발한 것이 시작이다.
 페르손 부사장은 “이때 개발한 기술을 70여 년 간 고급화해 온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제주도와 한반도 본토를 잇는 송전선로로 히타치 에너지의 HVDC가 쓰인다.
 한편 스웨덴의 새로운 전환을 보려면 자동차 기업 '볼보'가 탄생한 예테보리를 바라보면 된다. 스웨덴 서쪽 해안에 접해 있어 북해와 바로 연결되는 예테보리는 스웨덴 최대의 항구도시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조선 산업이 스웨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지던 이곳에 1980년대부터 위기가 다가왔다. 그 위기의 이름은 '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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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다니엘 나포스 예테보리 배터리 센터 운영 매니저가 기자에게 배터리 제조 공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질문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어느 새 배터리 제조 공정을 모두 체험해볼 수 있었다.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취재단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54381vpkl.jpg" data-org-width="680" dmcf-mid="GpnNig5ri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0/dongascience/20250830080154381vpkl.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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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 나포스 예테보리 배터리 센터 운영 매니저가 기자에게 배터리 제조 공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질문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어느 새 배터리 제조 공정을 모두 체험해볼 수 있었다.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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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린드홀만 혁신지구는 과거엔 조선소가 있던 곳이에요. 한국과 같은 경쟁국들이 우리보다 더 싼 가격으로 배를 만들어서 (산업을) 다 뺏겼죠.”
 6월 16일 켄트 옐문드 예테보리 비즈니스 지구 투자 고문의 농담에 기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린드홀만 혁신지구를 가로질러 갔다. 패권을 빼앗긴 예테보리는 혁신을 시작했다. 옐문드 고문과 함께 향한 예테보리 배터리 센터가 좋은 예시다. 
 예테보리 시는 현재 전기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볼보와 함께 지역의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중 예테보리 배터리 센터는 배터리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다니엘 나포스 예테보리 배터리 센터 운영 매니저가 활발한 목소리로 기자단을 맞이했다. 
 “예테보리 배터리 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예테보리 지역과 주민을 위한 맞춤 센터입니다. 예테보리는 아주 긴 제조업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관련한 역사는 아주 짧아요. 지역의 배터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실습을 통한 배터리 산업 인력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테보리에는 예테보리 배터리 센터 외에 스웨덴 전기 운송 연구소 AB(SEEL)이라는 RISE 산하 연구소가 볼보 등 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예테보리 배터리 센터에서는 볼보의 직원 교육을 맡고 SEEL에서는 전기차와 배터리 등 관련 기업이 제품 테스트를 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생태계를 통해 변화하는 산업 추세에 도시가 맞춰 진화할 수 있다.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스웨덴이 탄소중립이라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북유럽의 제조업 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8월호, 재생에너지 혁신 기술로 앞서가는 제조업 강국에 비춰보다
 [스웨덴= 김소연 기자 lec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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