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손가락 여전히 느껴져" 했던 절단환자의 말 근거 있었다

작성일 08-24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사이언스 PICK] 英 케임브리지·美 피츠버그대 공동 연구…fMRI로 5년간 환자 뇌 변화 추적 기존 '뇌 재구성' 정설 뒤집어…신체 일부 사라져도 뇌 속 신체지도 그대로 "대뇌 피질 회복력 간과"…환상통 치료·보철기기 기술 등 새 패러다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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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츠버그=AP/뉴시스]피츠버그의 한 뇌 스캔 MRI 기계의 모습. 20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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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팔이나 다리 같은 신체 일부를 잃는 끔찍한 사고를 당해도 우리의 뇌는 변함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가 신체 일부를 잃었을 때 스스로 뇌 속 신체 지도를 '재구성'한다는 신경과학계의 정설이 뒤집힌 셈이다.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의 뇌 속 신체 지도가 기존의 믿음과는 달리 사라지거나 재편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이 최첨단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학계에서는 그간 교과서를 통해 배워왔던 뇌 과학의 근본 지식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24일 학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연구진은 팔 절단 수술을 앞둔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팔 절단 전과 후의 뇌 변화를 추적하는 전례 없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됐다. 
 연구진은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뇌의 특정 부위가 어떤 신체 감각을 담당하는지 보여주는 '피질 지도(Cortical Map)'를 작성하고, 이를 수술 후 최대 5년까지 반복적으로 측정했다. 절단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이같은 추적 연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해당 연구는 기존 신경과학계의 정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특정 신체 부위를 잃으면 '일차 체성감각 피질'에 있는 뉴런이 이웃한 다른 신체 부위의 감각 영역으로 확장돼 역할을 대신한다고 믿어왔다. 
 즉 뇌가 환경 변화에 맞춰 스스로 지도를 재편성한다는 가설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팔을 담당하던 뇌 영역은 절단 후 5년이 지난 시점에도 사라지지 않고 제자리에 남아 있었다. 이웃한 신체 부위인 입술 영역의 뉴런이 팔 영역으로 침범해 들어온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뇌의 신체 지도가 사지 손실 후에도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을 이끈 케임브리지대의 신경과학자 타마르 마킨은 "거의 모든 신경과학자는 뇌의 재구성 능력을 교과서를 통해 배워왔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는 교과서에 실린 지식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연구 제1저자인 피츠버그대의 헌터 쇼네 연구원은 이 같은 의문을 품게 된 계기에 대해 "일부 절단 환자들이 '수십 년 전에 잃어버린 손가락을 여전히 움직이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모순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들 환자의 증언이 뇌의 지도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단서였다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단순한 학술적 의미를 넘어 환자 치료와 보철기기 기술 발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전망이다. 
 특히 절단된 사지가 마치 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상 사지 통증(환상통)'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뇌의 지도가 신체가 없는 상황에서도 팔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환상통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환상통의 치료 방향을 '뇌 재구성'에서 '뇌의 안정적 특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통해 제어되는 첨단 의수족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에는 뇌의 재구성된 부분을 활용하려 했지만, 이제는 안정적으로 남아있는 뇌 영역을 직접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구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연구진은 "그동안 연구자들은 대뇌 피질의 심오한 회복력을 간과해 온 것 같다"며 이번 연구가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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