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익스플로라토리움 AI 展 기행-②

작성일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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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AI, 나와 함께 쓴 한 장의 그림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라토리움에서 'Adventures in AI' 전시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필자는 나 자신이 아닌, 마치 '우리'가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묻는 실험실에 들어선 듯한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필자가 가장 긴 시간 머물렀던 곳은 관람객과 인공지능(AI)이 협업해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었다. 
 'batman fights sup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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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마이크에 이야기를 하면 글과 그림을 그려주는 AI [이은준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2/yonhap/20250822170417784oker.jpg" data-org-width="601" dmcf-mid="WOALxgVZY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2/yonhap/20250822170417784oker.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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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에 이야기를 하면 글과 그림을 그려주는 AI [이은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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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입력한 문장은 곧 AI 작가의 짧고 생생한 서사로, AI 화가의 빛깔과 톤이 살아 있는 한 장의 이미지로 태어났다. 출력된 결과물을 손에 쥐었을 때 짧은 뿌듯함과 동시에, 복잡한 물음 하나가 밀려왔다.
 정말, 이건 '내'가 창조한 작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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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에 이야기를 하면 글과 그림을 그려주는 AI [이은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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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시는 AI가 아직 최신 기술의 최전선은 아니지만, 오히려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열린 실험장이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예술·기술 담론에서 가장 뜨거운 질문, '생성형 AI의 창작 주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관람객이 아이디어(텍스트)를 내면 AI가 즉시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이 협업의 구조 안에서 인간은 영감을, AI는 구현을 맡는다. 즉, 예술의 '발단'을 인간이 정하고, '결실'은 기계가 함께 완성한다.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익숙하다. 예술사회학자 하워드 베커의 말처럼 창작은 '개별적 천재의 손끝에서 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기술·동료·관객이 얽힌 네트워크의 산물'인 것이다. 
 그럼, AI는 단순한 도구인가, 아니면 공동체적 창작 시스템의 새 파트너(co-creator)인가?
 기술의 발전은 오랜 창작의 신화를 흔든다. 천재적 직관과 개별 예술가의 고통 대신, 알고리즘과 데이터, 코드가 창의의 역할을 쪼개고 다시 엮는다. AI의 '자율성'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정의한 규칙·데이터·경험에 기반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심지어 인간조차 상상하지 않은) 결과물을 도출하기도 한다.
 전시장 또 다른 한편에는 카메라 앞에 손이나 사물을 들이밀면 실시간으로 '고양이' 혹은 원하는 키워드의 이미지를 곧바로 만들어내는 체험도 있었다. 
 내가 한 작은 제스처가 즉각 모습으로, 형상으로, 색채로 변환된다. 
 이 과정은 알고리즘이 대규모 데이터 세트에서 추출한 특징을 토대로, 텍스트와 형상, 이미지의 경계를 흩트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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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카메라에 비친 형상을 각 키워드에 맞춰 그림을 생성해주는 AI [이은준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2/yonhap/20250822170418074vjtv.jpg" data-org-width="739" dmcf-mid="G35WIGEQ5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2/yonhap/20250822170418074vjtv.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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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에 비친 형상을 각 키워드에 맞춰 그림을 생성해주는 AI [이은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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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뮬라크르의 예술, 그리고 창작의 의도 
 이 경험 속에 나는 또 다른 불편함도 느꼈다. 출력된 그림은 확실히 내 요청에서 출발했지만, 선 하나, 색 하나에 담긴 의미는 알고 보니 거대한 데이터, 타인의 경험이 쌓인 곳에서 일어난 '코드의 재조합'일 뿐이다. 내가 '창조자'임을 증명할 만한 내밀한 흔적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이 경험은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말했던 '시뮬라크르'―즉, 실재(현실)라기보다 실재를 흉내 낸 복제, 또는 복제의 복제가 더 근원적인 의미를 획득하는 현대의 예술―를 떠올리게 한다.
 AI 생성 예술의 세계에서는 실제 경험과 감정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그럴듯한(혹은 더 감동적인) 의미가 출력된다. 
 이제 '의도' 없이 만들어진 시뮬라크르, 즉 '의미의 시뮬라시옹'이 넘치는 시대에, 관객은 주저 없이 이 결과물과 '진짜 예술'의 감정적 관계를 맺는다. 나에게 감동을 준 그 그림은, 과연 창작의 본질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창작의 근원적 질문, 곧 '예술이란 무엇인가?', '창조의 주체는 누구인가?', '기술은 도구인가, 협업자(co-creator)인가?'라는 화두에 이르게 된다.
 현대의 AI 기술, 특별히 '텍스트-투-이미지' 생성기는 GAN이나 디퓨전 같은 최첨단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사람이 쓴 문장이나 키워드를 입력받으면, AI는 데이터에서 패턴과 의미, 그리고 스타일을 추출해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창발'한다. 
 하지만 이 창조의 '의도'는 오롯이 AI 것으로 볼 수 없다. 여기엔 프롬프트를 선정하는 인간의 상상력, 훈련데이터를 구축한 사회·역사적 맥락, 그리고 결국 결과물에 감동하는 관객의 해석이 덧붙는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예전에는 인간 개별 주체의 고유한 내면, 감정·체험·의지의 산물로 여겼다. 하지만 AI와 함께하는 예술은, 창작이 애초부터 '산출자' 한 명에게 귀속되는 게 아니라 예술가-기술-관객의 상호작용, 다양하게 분산된 네트워크 과정임을 보여준다. 어느 때보다 이 논점은 날카롭고 절실하다.
 AI 이미지와 예술의 '진정성' 
 흔히 AI 예술에 비판이 쏟아진다. 
 "진짜 창작자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 
 "AI는 감정도, 기억도, 고통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와 이론가는 AI가 만들어내는 작품은 감정적 진정성이 없으며, 결국 인간의 모방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로 보는 입장도 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가 관객에게 감정을 일으키고, 새로운 미적 체험을 제공한다면, 그 경험 자체가 예술이 아닌가? 
 예술의 '진정성'이란 창작 과정에 내재한 의도와 열정에서만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수용자의 해석과 감정에서도 비롯되는 것인가?
 실제로 익스플로라토리움 전시처럼, AI와 인간이 서로 '영감―실행'을 주고받는 구조에서는, 예술의 진정성 역시 독점적 개념이 아닌 '관계적 개념'이 된다. 내가 프롬프트를 고르고 결과를 감상하는 경험에서, 그리고 각 관람객이 AI에 새로운 기대를 투영하는 과정에서, 창작의 본질은 '단일 주체의 의도'보다는 '집단적 상상력의 실천'에 가까워진다.
 'Adventures in AI'는 명확한 답 대신, 경험을 통해 스스로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가?'는 질문을 직접 다루기보다는, 관람객이 자신의 직관·감정을 AI의 결과와 평행 비교할 수 있도록 꾸민다. 
 즉, 전시장은 기술 진보의 쇼룸이 아닌, 인간과 기계의 차이와 공존 가능성을 묻는 미디어적이며 철학적 거울로 기능했다.
 이런 실험 공간은 예술과 기술이 새롭게 뒤섞이는 창작의 미래, 미학적 감응과 진정성, 저작권과 공동체적 창작 시스템,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 구축 등 복잡한 논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AI라는 동료와 새로운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 때, 우리는 다시 한번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선다.
 "나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이 세상을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어쩌면, 이 질문 자체가 바로 '진짜 창작'이 시작되는 지점일지 모른다. 그리고 AI는 그 새로운 창작의 풍경에서, 우리 안의 상상력과 질문을 더 강렬하게 비추어 주는 또 하나의 거울일 것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lt;정리 : 이세영 기자&gt;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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