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에서 드러난 가족의 단절, 이 영화가 던진 불편한 질문

작성일 08-2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넘버링 무비 490] 영화 &lt;내 말 좀 들어줘&gt;</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VCidoUSg7q">
          <p contents-hash="e8515dd2cefca45f06cb13ffbe13ffcb43c981696a197decba0e62670826100a" dmcf-pid="fhnJguva0z" dmcf-ptype="general">[조영준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8533b36ea5b80f36d0eefbd51320f5bddec867a2a5ebae10d1d505ca48b185cc" dmcf-pid="4lLia7TNF7"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2/ohmynews/20250822135104706dikx.jpg" data-org-width="1200" dmcf-mid="bnRxJFIi09"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2/ohmynews/20250822135104706dikx.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lt;내 말 좀 들어줘&gt;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티캐스트</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6959bc35ea3863a2f57421ccc7f4f0bf2380df0834ce8208b06fafe67731838" dmcf-pid="8SonNzyjpu" dmcf-ptype="general">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iv>
          <p contents-hash="e7ac60d064040a20ded7bffad1e567236492fea3e7a3e4890a61321421e7396a" dmcf-pid="6YANE9XD7U" dmcf-ptype="general">01.<br>"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몰라. 난 티를 안 내니까."</p>
          <p contents-hash="b063111d1312d67d0d5762d7c89f8d0d64d61f1f1ece1b325e259fb30d67472c" dmcf-pid="PGcjD2Zw0p" dmcf-ptype="general">마이크 리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사건'이 아니라 '상태'에서 출발했다. 인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거나 충격적인 사건을 주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일상의 표면을 덮고 있는 정서를 서서히 증폭시킨다. &lt;내 말 좀 들어줘&gt; 역시 그 전형을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런던의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며칠의 시간을 따라가지만, 관객은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보다 그 시간이 어떤 질감을 띠고 흘러가는지를 먼저 감각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지점으로부터 포집된 감각이 하나의 서사가 되어 나타나게 되는 것은 더 많은 장면이 쌓이고 난 후다.</p>
          <p contents-hash="7ad3d34ca355c428d981c9c51099ab1ca25ce1206b9cab7231e84558b980456a" dmcf-pid="QHkAwV5rz0" dmcf-ptype="general">중년 여성 팬지(마리안 장밥티스트 분)는 매 순간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가구점에서, 주차장에서 그리고 치과 진료실에서까지. 일상의 모든 접점은 그녀에게 모욕이나 불신이 되어 다가온다. 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동류의 장면에서 감독은 극적인 사건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한 발작'이 누적되는 과정을 하나의 음악적 리듬처럼 배열하는 모습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마치 한 곡의 교향곡처럼 끊임없이 같은 패턴을 연주하는데, 이는 관객에게 곧 다가올 불협화음을 준비시키는 장치가 된다.</p>
          <p contents-hash="25e740ec83ae2677e21d57cc381143f6ea1f96475dc7344dbeea33ba458e980a" dmcf-pid="xXEcrf1m33" dmcf-ptype="general">02.<br>영화의 시간적 뼈대는 '마더스 데이(Mother's Day)'라는 데드라인이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자매가 무덤을 찾아가기까지 이 며칠의 시간은, 서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시간의 압력'을 형성하기 위한 구조다. 팬지는 무덤에 가길 주저하고, 동생 샨텔(미셸 오스틴 분)은 언니를 설득한다. 이 단순한 긴장의 반복은 결국 무덤 앞에서의 충돌로 이어진다. 팬지는 어머니가 동생 샨텔만을 사랑했다고 주장하고, 샨텔은 그럼에도 언니 팬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담담히 말하는 장면이다.</p>
          <p contents-hash="93b2f5a0de17edf160e850c97f179623a77e574cdf768252df83975f0be0fd5e" dmcf-pid="yJzubCLKzF" dmcf-ptype="general">하나가 더 있다. 이후 샨텔의 집에서 벌어지는 작은 파티와 그곳에 초대된 모든 가족들의 모습이 담긴 시퀀스다. 그중에서도 아들 모지스(투웨인 바렛 분)의 꽃다발은 서사의 전형적 클라이맥스로 기능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마이크 리 감독은 그 당연한 기대를 해체한다. 잠시의 해소가 찾아오는 순간, 곧 남편 커틀리(데이비드 웨버 분)의 무심한 행동, 그 꽃다발을 창밖으로 던지는 행위가 다시 균열을 불러온다.</p>
          <p contents-hash="bc70616d6f9b3ae5313b6ac8bca51920a9a5086572db7ab2ee24ba5ed21764ec" dmcf-pid="Wiq7Kho9zt" dmcf-ptype="general">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장면만 가져와 간략히 소개했다. 이 일련의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가 서사를 구축하고 있는 방식이다. 감독은 사건이 아니라 상태의 반복과 평행 구조의 대칭적 구조, 그리고 물리적 단절이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영화를 조율하고 있다.</p>
          <p contents-hash="c08bc3233a553615619f76a4f16a32355bd2c070900d269ade851a4e5744d2ea" dmcf-pid="YnBz9lg201" dmcf-ptype="general">03.<br>"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알지도 못하면서."</p>
          <p contents-hash="0fa89e3468c0d6a7e4b1ab6430d49a78b7388accc0ab627aa3ea899a3a28e749" dmcf-pid="GLbq2SaV05" dmcf-ptype="general">가장 먼저 들여다볼 부분은 상태의 반복이 완성해 내는 일련의 리듬이다. 팬지는 매번 누군가에게 요구받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인물로 그려진다. 가구점에서 점원이 말을 건네는 순간, 주차장에서 낯선 남자가 다가오는 순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순간 등 모든 장면에서 그렇다. 그는 그때마다 타인이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힌다. 마이크 리 감독은 이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여러 번 배치한다. 반복은 곧 '관객의 피로'를 불러오지만, 그 피로야말로 팬지가 일상에서 겪는 고립감과 불안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장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반복이 기계적인 건 아니다. 영화는 반복의 리듬 속에서 가끔 어긋나는 행동을 배치한다. 정원에 나타난 여우를 보고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장면, 무덤 앞에서 갑자기 침묵이 흐르는 순간, 샨텔의 집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어긋남은 반복 속에서 관객을 각성시키며, 그런 이질적인 행동은 인물의 진짜 내면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p>
          <p contents-hash="e4009d226e5ef7aa186e801af8787cc175ed3d11da04f0965abd9b1761b6d138" dmcf-pid="HUhIvezT7Z" dmcf-ptype="general">다음은 대칭이다. 영화는 아무런 분절적 행위도 없이 때때로 동생 샨텔의 가족들을 비춘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팬지의 집이 긴장과 침묵으로 채워져 있는 것과 달리, 샨텔의 집은 웃음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미용사로 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동생과 직장에서 겪는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배우며 성장하는 그의 두 딸을 통해서다. 카메라는 두 가정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며 관객이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같은 런던, 같은 세대, 같은 피부색, 심지어 같은 가정에서 태어난 자매임에도 왜 다른 삶의 결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이 대조는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팬지가 왜 세계를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지, 그 외로움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게 하는 장치가 된다.</p>
          <div contents-hash="c8e17882c9eea9366b23d5e72a1e6cc2eef31c297a46c8c242c8a735f5ee9d4b" dmcf-pid="XulCTdqyuX" dmcf-ptype="general">
           마지막은 물리적 단절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 가운데 하나는 아들 모지스의 꽃다발을 중심으로 한 시퀀스다. 아들 모지스가 건넨 꽃은 팬지에게 드물게 주어지는 애정의 물질적 증거와도 같다. 그녀는 웃음과 울음을 오가며 꽃을 받아 들고, 잠시나마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한다. 하지만 남편 커틀리가 그 꽃을 창밖으로 던지는 순간, 영화는 그 사이에 깊이 새겨져 있는 물리적 단절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안과 밖, 실내의 정서와 외부의 공기. 그 짧은 동작 하나가 그동안 암시적으로만 제시됐던 관계의 깊이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예된 해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작은 오브제 하나와 물리적 행위를 통한 서사의 파열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b8943666b1e6f9460ac92673b03921949222f7fbbef2aeddb3c59a8d17e577b6" dmcf-pid="Z7ShyJBWpH"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2/ohmynews/20250822135105950aqwa.jpg" data-org-width="1200" dmcf-mid="9paoABYcU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2/ohmynews/20250822135105950aqwa.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lt;내 말 좀 들어줘&gt;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티캐스트</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cc07eebecf24a03cb23af3339da8532bf0c1c7c3b951656f181cddafb088b392" dmcf-pid="5zvlWibYUG" dmcf-ptype="general">
           04.
           <br>다시 말하면, 팬지의 세계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장 깊은 고립을 경험하는 장면들로 채워진다. 남편 커틀리와 아들 모지스는 극 안에서 말을 아끼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러므로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가 팬지를 선명하게 그려내기 위해 두 인물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진 침묵의 무게는 전혀 다르게 드러난다.
          </div>
          <p contents-hash="228de7fbd50fc294e5bfac2fdb42a0d35c898be2a8456b721ebffd3cf0a486d0" dmcf-pid="1qTSYnKGzY" dmcf-ptype="general">남편인 커틀리는 철거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 급급한 인물이다. 그는 팬지의 불안과 분노에 맞서 싸우기보다 반응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표현되지 않는 애정은 무관심처럼 보이고, 감정의 결핍은 팬지를 더욱 고립시킨다. 그의 그런 무심함은 단순한 냉담함이 아니라,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여기는 자괴감과 체념의 그림자처럼도 보인다. 팬지가 모지스에게서 받은 꽃을 병에 꽂으려 할 때, 커틀리가 몰래 그 꽃을 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은 그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얼마나 뒤틀린 상태로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도 그는 일터에서 다친 뒤에 끝내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내내 감추고 있던 무력과 슬픔을 드러낸다.</p>
          <p contents-hash="e40a49b91b4ab977e1ec596e592864a6fe9a9bae4742edb7084720de92f1e891" dmcf-pid="tByvGL9HpW" dmcf-ptype="general">아들 모지스의 심리는 또 다르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집 안의 공기 속에서 스스로를 지워내듯 존재한다. 팬지가 불만과 꾸짖음을 쏟아낼 때도 그는 반박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무기력해 보이지만, 이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채 내면에 갇혀 있는 고독의 표현이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 달리, 결정적인 순간에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마더스 데이에 모지스가 엄마에게 건네는 작은 꽃다발은 그의 거의 유일한 선물이자 언어다. 팬지는 웃음을 터뜨리다 곧 울음을 흘리며 무너지고, 이 장면은 모지스의 제스처가 단순한 꽃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말 대신 행동으로 드러난 애정은, 관계의 끈을 잇고자 하는 희망의 불씨로 남는다. 그는 언어의 결핍 속에서도 여전히 감정을 전하려는 세대적 가능성을 체현하며, 무력 속에 잠긴 남편 커틀리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p>
          <div contents-hash="237ebd7caff1261019fd29de1d0878a8643791f2a916fd2a98399f6132456fe2" dmcf-pid="FbWTHo2X7y" dmcf-ptype="general">
           마이크 리는 이 두 인물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가족의 의미를 정면으로 묻는다. 사랑을 증명하지 못한 채 서로를 고립시키는 남편과 말 대신 행동으로 겨우 끈을 이어가는 아들 사이에서, 팬지는 결핍과 희망의 양극을 동시에 경험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가족이 반드시 위로되는 자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차갑게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가장 작은 제스처조차 절망을 가르는 희망의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 속 가족은 그저 한 여성의 일상적 초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영국 사회의 침묵과 감정의 언어가 어떻게 사라지고, 또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지려 하는지를 응축한 집약적 상징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cdb21bc732d8693a4ba414d1024f52b53589a52053b9e66c4c1ab3249afac9f" dmcf-pid="3KYyXgVZFT"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2/ohmynews/20250822135107189vemc.jpg" data-org-width="1200" dmcf-mid="2Bf26YkPU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2/ohmynews/20250822135107189vemc.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lt;내 말 좀 들어줘&gt;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티캐스트</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a0bbd37cdcdd53ee2f3255ec3ca87811ccba40e86eb831f83c851515fd7cebf4" dmcf-pid="0yNgcbGkFv" dmcf-ptype="general">
           05.
           <br>영화 &lt;내 말 좀 들어줘&gt;는 관객을 끊임없이 시험한다. 우리는 무덤 앞에서, 꽃다발 앞에서, 침실 문턱 앞에서, 팬지가 마침내 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변화는 오지 않는다. 마이크 리 감독이 카타르시스를 허락하지 않은 탓이다. 대신 주어지는 것들은 작은 순간들이다. 히스테릭한 웃음과 눈물, 남편의 무관심한 행동, 침실에서 서로 마주하지 못하고 끝내 갈라져 버리고 마는 부부의 시선과 같은 것들. 이 불완전한 순간들이야말로 감독의 영화가 지향하는 진실이다. 거창한 결론이 아니라, 작은 편린으로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바로 진실이라는 것. 영화는 바로 그 불완전함을 기록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말한다. '내 말 좀 들어줘'라는 제목의 진짜 의미는, 말보다 더 깊은 고통의 침묵을 들어주는 일이라고 말이다.
          </div>
          <p contents-hash="99058d57be758d905bf721eeb7456720bf89906d8db1773839b654e0b03dcdf3" dmcf-pid="pWjakKHE7S" dmcf-ptype="general">결국 이 영화가 남기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들, 끝내 정리되지 않는 관계와 감정들이야말로 삶을 이루는 실질적 질감이라는 사실이다. 팬지의 세계는 변하지 않은 채 계속 흘러가고, 커틀리와 모지스 역시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곁에 남는다. 바로 그런 변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삶은 이어지고, 인간은 그것을 버텨내며 살아간다. 다시 말해, 영화 &lt;내 말 좀 들어줘&gt;는 우리 역시 해소되지 않는 삶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또 그 불완전함 속에서 무엇을 붙들고 있는지에 대해 카타르시스를 대신하여 묻고 있는 것이다. 삶은 해소되지 않으며, 그럼에도 우리는 그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버텨내야 한다고.</p>
         </section>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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