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닮은 로봇 세계 최초 개발…15년 기초연구 결실

작성일 08-2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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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공개되는 사이언스 표지. 과기정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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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 과정 시절부터 15년간 꾸준히 소금쟁이의 물 위 움직임을 연구해 온 국내 연구자가 소금쟁이를 모사한 초소형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채택될 정도로 혁신적인 연구다. 가시적 성과 측정이 어렵고 결과가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해 기초연구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고제성 아주대 교수, 김동진 아주대 박사후연구원이 수면 위를 자유자재로 기동하는 곤충 '라고벨리아(부채다리 소금쟁이)'를 모사한 초소형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소금쟁이과의 하나인 라고벨리아는 다리 끝에 있는 부채꼴 구조를 순간적으로 펼쳐 빠른 물살에서도 민첩하게 기동할 수 있는 추진력을 생성한다. 지금까지 이러한 구조가 어떤 원리로 초단시간에 작동하는지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은 자연의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구조를 가진 로봇을 실제로 제작해 같은 방식으로 동작하는지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기존 연구는 단순한 다리 구조나 근육 기반 메커니즘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곤충과 같은 속도 조절·회전·제동 등 복잡한 기동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생물학을 연구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미국 조지아텍 연구팀과 협력해 수면 위에서 라고벨리아와 동일한 방식으로 동작하는 초소형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21개의 끈 형태의 인공 털로 부채꼴 구조를 제작해 곤충 크기의 로봇에 적용했다. 적용 결과 이러한 구조가 물속에서 강한 추진력은 물론 민첩한 방향 전환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이 라고벨리아의 다리 끝 부채꼴 구조가 근육의 힘으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부채꼴 구조와 수중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리가 물속에 들어가면 0.01초 이내에 스스로 펼쳐지고 물 밖에서는 즉시 접히는 초고속 자가 변형 구조를 갖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말하는 수중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탄성-모세관 현상이다. 얇고 유연한 구조가 물의 표면장력과 탄성으로 인해 빠르게 변형되는 현상이다. 다리가 물속에서는 탄성력에 의해 펴지고 물 밖으로 나올 때는 표면장력이 다리를 오므라들게 만든다. 
 고 교수는 "라고벨리아는 일반 소금쟁이보다 크기가 작아 표면장력만으로는 충분한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며 "다리를 오므렸다 펴는 구조로 면적을 순간적으로 넓혀 항력을 활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진화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항력은 공기나 물 같은 유체 속을 물체가 움직일 때 그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다. 
 라고벨리아의 이동 전략은 모터나 전기 없이도 단순히 물과 구조의 상호작용으로 자동 동작하는 기술이다. 전략을 작은 로봇에 적용하면 물속에서 펼쳐지고 나오면 오므라드는 자율 동작이 가능하다. 원하는 때에 가속, 정지, 회전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며 모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초소형 로봇이나 웨어러블, 바이오 디바이스 등 소형 시스템 설계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성과는 고 교수가 박사과정 시절부터 15년간 꾸준히 이어온 소금쟁이의 수면 거동 연구의 축적된 노하우가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고 교수는 “자연계 곤충이 가진 구조적 지능을 규명하고 향후 환경 모니터링, 구조 활동, 생물 모방 로봇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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