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AI 강자된 중국…한국 '데이터 질'로 승부해야 [평화 오디세이-中 AI굴기 현장리포트⑫]

작성일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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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개막식이 열린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달리기 경주를 펼치고 있다. 넘어진 로봇도 있었지만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화=연합뉴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1/joongang/20250821050141890guoh.jpg" data-org-width="559" dmcf-mid="tJVnNj8ty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1/joongang/20250821050141890guoh.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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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개막식이 열린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달리기 경주를 펼치고 있다. 넘어진 로봇도 있었지만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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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평화만들기의 ‘평화 오디세이 2025’에 참가하면서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에 주목하고자 했다. 첫째, 중국 인공지능(AI) 굴기의 현장을 보면서 AI가 주도하는 미래산업을 더 잘 이해한다. 둘째,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의 현재를 보면서 이것이 중국 경제와 미·중 패권 경쟁에 미치는 함의를 평가한다. 셋째, AI를 중심으로 한국 제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생각한다. 
 예상한 대로 AI의 산업 활용도는 무궁무진해 보였다. 수많은 의료 영상자료를 학습한 AI가 질병의 진단에 있어 웬만한 의사를 능가하는 성과를 보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AI가 맞춤형 교육에 효과적인 사실도 이미 소개되었다. 그러나 중국이 이런 AI 통상적인 영역에서도 타국과 차이를 보이는 점은 AI가 실제 활용되는 정도가 훨씬 앞서 있고 이로부터 데이터가 급속도로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중앙정부의 의지에 따라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하기 쉬운 중국은 활용도 면에서 타국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이었다. 이러한 ‘실전’ 데이터가 다시 AI의 학습에 활용되는 ‘스피드’는 어떤 나라도 따라가기 힘들 것처럼 보였다. 
 중국, AI 통해 장애 치료하는 기술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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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1/joongang/20250821050143306cndk.jpg" data-org-width="205" dmcf-mid="F03fQxUlC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1/joongang/20250821050143306cndk.jpg" width="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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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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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확장성이 커 보이는 분야에서도 중국 AI 굴기의 성과는 대단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 기술을 소개한다면, 첫째는 AI를 통해 장애를 치료하는 기술이었다. 브레인코(BrainCo)는 뇌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 AI 전문업체로서 뇌가 손과 발을 제어하는 비식립(非植立) AI 기술의 첨단에 서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손발뿐 아니라 뇌졸중, 치매, 수면 장애, 실명 치료에까지 사용될 미래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둘째는 4족 보행 전문 휴머노이드 업체였던 딥로보틱스였다. 휴머노이드 분야의 중국 기술은 향후 가장 빨리 성장할 산업 중 하나로 판단되었다. 중국의 기존 제조업 생태계에다 급속히 발전하는 AI 기술이 접목한다면 휴머노이드 분야는 중국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보유할 분야로 보였다. 현재 소방과 치안 분야에도 휴머노이드가 투입되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Al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중국의 강점은 타국이 쉽게 모방할 수 없어 보인다. 첫째는 제조업의 산업 생태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각하지 않았던 시절, 미·중 간 분업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의 설계 기업이 설계도를 온라인으로 중국 선전에 있는 기업에 보내면 그 기업은 하루 만에 그 설계에 따라 만든 시제품을 보낸다.” 미국이 최고의 두뇌를 갖고 있었다면, 중국은 제조업 생태계라는, 두뇌를 제외한 몸 전체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제 중국은 두뇌까지 만들고 있다. 아직 AI의 최고 성능은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잠재력은 크다. 최근 발간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경제안보 클러스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AI 연구는 이전 미국의 연구 성과를 주로 인용하는 데서 벗어나 자국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독자적인 생태계 확보에 성공했다. 동시에 2016년부터는 인용 수 상위 1% 논문 수에서도 미국을 앞섰다. 
 둘째는 빅 데이터다. AI 시대는 데이터가 많은 큰 나라에 유리하다. 게다가 중국은 데이터 보호에 관대하므로 데이터를 통한 학습이 필요한 AI 기업에 정부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세계에서 이런 규모의 빅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나라가 있다면 중국과 미국뿐이다. 
 정부·국영기업 먼저 나서 AI제품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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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평화 오디세이’ 참가자들이 상하이 모쑤공간에서 AI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1/joongang/20250821050144550uegf.jpg" data-org-width="559" dmcf-mid="3qgjDwRuy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1/joongang/20250821050144550uegf.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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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 오디세이’ 참가자들이 상하이 모쑤공간에서 AI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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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는 정부의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AI를 중국의 경제성장뿐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중국 정부는 성장률 반등을 위해 내수와 과학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진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국 및 세계 경제와 지정학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가계가 소비를 늘리고 기업이 투자를 증가시키기 힘들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그중에서도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은 AI 기업 제품의 가장 중요한 구매처다. 따라서 중국의 AI 기업은 시장의 수요가 충분하지 못하더라도 정부와 국영기업이라는 든든한 구매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투자하려 한다. 
 넷째는 젊고 자신감 있고 기업가 정신이 강한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번 방문에서 자신의 기업을 소개한 거의 모든 사람이 20~30대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겸손했고 많은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하면서도 핵심을 잘 짚었다. 중국의 이공계 대학 인력 배출은 미국의 4배 이상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다 합친 숫자보다 많다. 그중 많은 인력이 창업이나 신생 기업에 취업한다. 20~30대에 취업하여 40대는 퇴사하는 것이 AI 기업의 패턴이라고 말했다. 인구 자체가 많을 뿐 아니라 젊은 이공계 인력이 풍부한 점은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중국 고유의 장점이다. 
 이렇게 볼 때 AI는 중국에 매우 유리한 기술혁명의 변곡점이다. 만약 AI가 더욱 발전해 제조업 전반에 적용된다면 중국의 경제성장률 면에서 반등은 어렵더라도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그렇다면 중국의 AI 굴기가 미·중 패권 경쟁에 어떤 함의를 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측면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먼저 “AI의 원천 기술을 누가 선도할 것이냐”라는 기술적 측면이다. 이 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가장 뛰어난 기술은 미국이 주도할 것이지만, 중국은 더 경제적이며 가성비 높은 AI 기술로 미국의 선도적 지위를 위협하리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두 번째 측면은 AI의 산업 적용이다. 이 면에서는 제조업 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중국이 미국보다 크게 유리하다. 
 중국 AI 발전 걸림돌은 취약한 금융 세 번째는 “어느 나라가 더 잘 버티는가”라는 경제와 지정학적 측면이다. 이 점에서는 미국의 취약성도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은 더 취약해 보인다. 먼저 중국의 AI 기술을 판매하거나 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전 세계 시장 중 미국과 그 동맹국, 유럽연합(EU) 시장이 중국 제품의 구매를 꺼린다면 60% 정도의 시장이 중국 AI 기술과 제품에 문을 닫는 셈이다. 나머지 40%의 시장만으로는 AI의 지속적 발전에 불충분하다, 또 금융이 발전한 미국은 금융 생태계가 AI를 지원하지만, 중국은 그런 금융의 기능이 제한돼 있다. 결국 정부가 개입해 투자와 구매를 도와주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길이 없다. 미국 금융의 선별 기능은 중국 정부보다 뛰어날 것이다. 중국의 정부 부채는 이미 심각하다. 결국 AI 주도 성장 전략이 잘못하면 부채 주도 성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화웨이 롄추후 R&amp;D 센터의 견학과 대담도 흥미로웠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를 예상하지 못했으며 현재도 고통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미국의 제재, 특히 첨단 장비와 첨단 칩의 수출 제한에 대응하여 많은 엔지니어링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수율 면에서 불리함을 인정하는 말 같이 들리기도 했다. 다만 우회로를 찾아 수많은 엔지니어링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습득된 노하우는 또 다른 기술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은 AI의 광범한 활용 가능성을 화웨이가 파악해 AI의 범용 기술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송전망의 손실을 실시간 감시하고, 항만의 화물 하적과 선적을 원격으로 조종하며, 스마트 팩토리에서의 화물차 자율주행, 그리고 금융 거래에서 위험 거래를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데 AI가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 제재 고통 여전, 기술 발전엔 기회 그렇다면 한국의 AI 개발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 한국은 앞에서 언급한 중국과 초기 조건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한국 고유의 강점도 있다. 그중 질 높은 산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대의 장점 중 하나다. 첨단 제조업이 넓게 분포돼 있고 그 기술의 깊이도 골고루 깊은 나라는 한국 외에 찾기 어렵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숙련공의 암묵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숙련공의 암묵지를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로 만들어 사용한다면, 중국 AI가 데이터의 양으로 앞서 나갈 때, 우리는 데이터의 질로 도약할 수 있다. 그래야 새로운 산업혁명이 될 AI 시대를 선도할 국가 그룹에 한국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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