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또 폭행...대한민국 체육계의 끔찍한 8월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작성일 08-21 24 목록 <strong>삽 폭행, 경기중 폭력, 스포츠판 엄석대 등<br>조재범 사건과 최숙현의 죽음은?<br>보고 배울 것이 없는 어른들과 시스템의 문제</strong><br><br><iframe width="544" height="316" src="https://tv.naver.com/embed/82609733" frameborder="0" allow="autoplay" allowfullscreen=""></iframe><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21/20251733175569218800_20250821000118881.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하는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 진 의원은 8월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씨름부 코치가 선수 머리를 삽으로 가격했는데 이건 특수 폭행"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지도자 교육과 인권 관련 체계적인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 뉴시스</em></span><br><br># 스포츠 현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언론에 많이 보도됐는데, 경북 상주 시의 한 중학교 씨름부에서 감독이 지난 6월 5일 학생선수 15세 A군의 머리를 삽으로 내리쳐 피부가 찢어지는 큰 상해를 입힌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흔히 뒤따르는 은폐 시도도 있었습니다. 학교는 몰랐고, 신고접수를 받은 해당 교육청은 경미한 사안으로 취급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견디다 못한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다가 아버지가 극적으로 발견해 구조하면서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지난 8월 11일 한 인터넷매체의 보도가 시발점이었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21/20258643175569218810_20250821000118889.jpg" alt="" /><em class="img_desc">문제의 장면. 삼일중 선수가 골밑에서 용산고 선수의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있다. / 한국중고농구연맹 중계화면 캡처</em></span><br><br># 지난 8월 12일에는 강원도 양주에서 열린 2025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한 중학생선수가 경기 중 상대선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역시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고, 소속팀 코치가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등 경기가 과열됐죠. 이런 상황에서 가해선수는 마치 격투기처럼 상대선수의 안면을 강타한 겁니다. 피해선수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눈 위를 5바늘 꿰맸으며 안와골절이 의심돼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br><br># 8월 18일에는 ‘한겨레21’이 ‘전학, 침묵,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고교 에이스’라는 제하의 기사를 표지이야기로 전했습니다. 천안북일고의 에이스로 ‘애들 사이에서 왕’으로 불린 학생선수의 이야기입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얘기가 나올 정도로 걸출한 실력을 갖춘 이 선수는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처럼 동료들을 지배했습니다.<br><br>각종 심부름에 샤워하는 알몸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가 반기를 들면 욕설은 물론, 집단따돌림이 가해졌습니다. 피해자는 전학을 가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걸출한 실력에 아버지도 유명 야구선수였기에 사건은 지금까지 묻혀왔습니다. 우리네 삶을 황금만능주의가 강제하듯, 체육계에서는 실력지상주의가 범죄를 가릴 정도로 만연한 것입니다. 이 ‘소설 같은 현실’이 한 명의 일탈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인 것 같아 더 공포스럽습니다. 우리 학생선수들이 이렇게 운동을 하고 있다니 말입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21/20253949175569218820_20250821000118897.jpg" alt="" /><em class="img_desc">최근 발간된 <한겨례21>의 표지. 표지이야기로 '한국 야구의 엄석대는 누가 만드나'라며 고질적인 학원스포츠의 폭력문제를 다뤘다. / 한겨레21 홈페이지</em></span><br><br># 앞서 8월 1일에는 용인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시청 공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날 저녁 프로축구단 창단을 논의하는 식사 및 술자리에서 의견차가 발생했고,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전무이사가 시청 체육진흥과 공무원을 폭행했습니다.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했고, 현재 경찰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br><br># 아직 언론을 타지 않았지만, 지난해 경기도의 한 중학교 운동부에서는 합숙 때 남자선수가 여자선수를 성폭행하고, 친구를 시켜 이를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 영상이 퍼지면서 사건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죠. 그러자 익숙하게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사건축소 시도가 이뤄졌고, 지금까지도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시민단체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8월 내로 체육계에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21/20259603175569218830_20250821000118913.jpg" alt="" /><em class="img_desc">폭행과 가혹행위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당시 22세)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가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뉴시스</em></span><br><br># 이상은 8월 한 달(겨우 한달) 동안, 우리네 체육계에서 불거진 폭력사건입니다. 지도자의 끔찍한 선수폭행, 경기 중 선수의 격투기 폭행, 일상화된 학생선수들의 폭력문화, 체육계 고위임원의 공무원 폭행, 합숙 시 선수들의 성범죄... 폭력을 휘두른 체육인은 지도자, 선수, 임원 등 다양합니다. 장소도 훈련장, 경기장, 식사자리, 합숙소로 가리지 않습니다.<br><br>그리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8월을 벗어나면 올해만 해도 체육계 폭력은 스포츠윤리센터에 수십 건이 접수돼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지난 3월에는 한 태권도 코치가 대회 기간 중 숙소에서 학생선수에게 폭력 및 성폭력을 행사했습니다. 6월에는 아산경찰서가 아동학대, 금품수수 혐의로 지역 초등학교 스포츠부 감독을 입건했습니다. 이 코치는 선수들에게 야구방망이를 상습적으로 휘둘렀다고 전해집니다. 코치에게 폭언 및 폭행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 사건도 올해 벌어진 일입니다.<br><br># 2019년 선수폭행에 이어 미성년자 강간으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조재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6월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최숙현은 팀내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가해자 처벌’을 유서에 남기며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두 사건은 체육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br><br>엘리트 및 학원스포츠가 곪을 대로로 곪았다는 인식이 퍼졌고, 체육개혁을 위해 스포츠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했습니다.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는 엄벌주의를 천명하고, 각종 제도화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5년이 넘게 흘렀는데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한 달 사이에 알려진 것이 이 정도이니 더 심해진 느낌이 듭니다. 지금도 상주 삽폭행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무관용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마치 끔직한 호러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 같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21/20257021175569218840_20250821000118921.jpg" alt="" /><em class="img_desc">2018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체육계 성폭력 문제의 원인분석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용철 서강대 교수. 정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체육시민연대는 상주 삽폭행 사건에 대해 규탄성명을 발표하는 등 최근 스포츠인권 이슈와 관련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 뉴시스</em></span><br><br># 제대로 된 대책이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암담합니다. 스포츠인권 전문가인 서강대의 정용철 교수(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고,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 등 많은 정책 제안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한 10년 동안 엘리트 체육을 아예 하지 말자는 과격한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뿐입니다. 엘리트 체육을 주도하는 기득권 세력이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과 시스템이 문제이니, 어른들이 달라져야 하고, 시스템을 손봐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최저학력제 철폐, 합숙소 부활 등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과도한 경쟁과 폐쇄적인 위계질서 속에서는 선수 등 체육인의 인권은 뒷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트 체육을 죽이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자는 건데 이걸 못하게 합니다."<br><br>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스포츠의 잔인한 8월은 마치 곰팡이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21/20252635175569218850_20250821000118927.jpg" alt="" /></span><br><br><b>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b><br>▶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br>▶이메일: jebo@tf.co.kr<br>▶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br><br> 관련자료 이전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나 자신” 무릎 부상의 우려는 말끔히 지운 ‘셔틀콕 여제’, 세계개인선수권 우승 향한 당찬 포부 08-21 다음 27기 옥순・상철, 최종선택 의미 두고 삐그덕…"연애 1일" vs "썸 시작"('나는 솔로') 08-2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