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된 소년, 첫사랑의 순간을 영화로 만들다 작성일 08-20 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145] 제12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관객상 <봄의 언어></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QA1VAXwMu0"> <p contents-hash="76a73543cf8505c5b322153712d5a0845d355ba4db2d3476c127e64dd5b9cedf" dmcf-pid="xctfcZrRU3"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4979fbca1ed29504a9a015b9eb34719dc227188ade10563f1029848b5352f466" dmcf-pid="yuoCuibY3F" dmcf-ptype="general">첫사랑이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같은 반 아이가 교실 앞에 나가 수어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아이는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고. 화려한 손짓이 하나하나 제각각의 의미를 담아 펼치는 수어 공연은 그와 그녀 사이 단 몇 미터의 공간을 특별한 감정으로 채워냈다. 그는 성인이 되었지만 그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하였다. 그 순간을 촬영한 영상은 그대로 그가 사랑에 빠진 순간으로 남았다.</p> <p contents-hash="fd7f6969e0f816355d20718c81cad447ac1e517faacad776bb076a053de75a30" dmcf-pid="W8mZ8DMUzt" dmcf-ptype="general">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소년, 그러니까 정성준은 자라 영화감독이 되었다. 그는 첫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을 명확히 알고 있고, 나아가 그를 영상으로 간직하고 있기까지 했다. 이를 가다듬어 한 편의 이야기로 새로이 재구성하는 것, 그는 그대로 감독 정성준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영화 <봄의 언어>가 태어난 배경이다.</p> <div contents-hash="59ed4354f72c1cdad207dc846011cc694d676fe26e1421ae1101cb87ed616d52" dmcf-pid="Y6s56wRuu1" dmcf-ptype="general"> 정성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봄의 언어>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 성준을 주인공으로 한다. 태권도장에 다니지만 아직은 주먹을 뻗는 게 어색한 삐약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데도 아직 애를 먹는 소년 성준이다. 잘 하는 것 하나 없는 성준이지만 같은 반 아이들보다 조숙하기는 한 모양으로, 그의 시선이 내내 동급생 소녀 봄이에게 머문다. 그렇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봄'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e241e7b35461b441c7b72f71a2633499e03ac50ea405d9eb260de143c6da1805" dmcf-pid="GPO1Pre775"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0/ohmynews/20250820172101614jlos.jpg" data-org-width="1280" dmcf-mid="4PtfcZrRp7"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0/ohmynews/20250820172101614jlos.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봄의 언어</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3f2b4ea61cff961587228540cda3b0c159cd4c8fe51b03a068d9664ddacfbc93" dmcf-pid="HQItQmdz0Z" dmcf-ptype="general"> <strong>감독의 첫사랑이 태어나던 순간</strong> </div> <p contents-hash="8b9aaf5a58056dd771522c3fa644f0f8ecb44948629a91aaf9a363e5a4786716" dmcf-pid="XxCFxsJquX" dmcf-ptype="general">봄이는 청각장애인이다. 수어로 말하고 이해해야 하니 같은 반 아이들보다 적응이 더딜 밖에 없는 아이다. 교사는 모든 과정을 봄이를 배려해 진행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겐 이는 차별이고 불편일 밖에 없다. 아직은 남 때문에 제가 무엇을 잃어야 하는 게 부당하고 거추장스러운 나이니까. 그를 배우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기도 하니까 말이다.</p> <p contents-hash="d9eb23279b231255cb6111deacdbfac916b7913c57050ddde86cc512094384d9" dmcf-pid="ZMh3MOiB0H" dmcf-ptype="general">그러나 성준은 좀 다르다. 봄이에겐 너무나 관대해지는 게 성준의 마음이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답답하고 짜증나는 존재가 성준의 눈에는 특별하고 어여쁘게만 보인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1'의 너무나 유명한 문장을 떠올려 보자.</p> <blockquote class="talkquote_frm" contents-hash="a7752307b6fac2d5c49b36f6f84e2afc00ccda134ae94017a9dc2d8822357c7c" dmcf-pid="5Rl0RInb3G" dmcf-ptype="blockquote2">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blockquote> <div contents-hash="33a186316f9344d2547d352e96dcf55ec8b3c53439fa98d18b60d21dbd3ffb4f" dmcf-pid="1eSpeCLKUY" dmcf-ptype="general"> <br>사실이 시와 같다. 어떤 사물이며 사람은 오래, 또 자세히 보아야 진면목이 드러난다. 마음이 피어난다. 짧게, 또 대충 보아서는 오해만 쌓이고 귀한 마음이 깃들지를 못한다. 봄이도 길 가에 핀 꽃과 같아서 대충 보자면 불편한 존재지만 오래 바라보면 남달리 정답고 세심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 무엇도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듯, 봄이의 그 같은 모습에 그녀를 둘러싼 가정과 환경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a50e485bc622abad168822f6d231d904878e4290f835f33832ef0fdfa2ed42dd" dmcf-pid="tPO1Pre7zW"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0/ohmynews/20250820172102874tacu.jpg" data-org-width="1280" dmcf-mid="8dVoTKHEp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0/ohmynews/20250820172102874tacu.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봄의 언어</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83efdcf8fa5f885de7645f931fb29f25c267b80acdf4075f77759bd8e6ee3f34" dmcf-pid="FQItQmdzUy" dmcf-ptype="general"> <strong>제 마음에 충실한 아이들의 사랑에 '흐뭇'</strong> </div> <p contents-hash="edc51d9298984dcf48ba0c9c0462de004709433617b2e5f8f4e058ef516bc8e8" dmcf-pid="3xCFxsJq0T" dmcf-ptype="general">제12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높이뛰기' 섹션 상영작 <봄의 언어>는 23분의 러닝타임 동안 성준이 봄이에게 품는 풋풋한 애정과 그를 지키기 위한 수고로움을 그려낸다. 어린아이 특유의 부끄러움이며 제 감정을 감당치 못해 저지르는 실수 따윈 없이 너무도 성숙하게 제 마음을 봄이에게 그대로 표현하는 태도가 대견하다.</p> <p contents-hash="1f7c0e506bf02484418208cb4dfaf430424f9e70bf1c7947a51826b7f0a64e4e" dmcf-pid="0Mh3MOiBzv" dmcf-ptype="general">같은 반엔 봄이를 영 못마땅해 하는 아이들도 없지 않지만, 또 그런 아이들이 육체적으로 성준보단 거칠고 드세 보이기도 하지만, 성준은 주눅 들지 않고 그들 앞에서도 제 마음을 지켜나간다. 다른 무엇보다 제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제 마음의 명령을 좇아 현실의 어려움과 맞서는 것, 그 어려운 일을 고작 열하나 어린 애가 해내는 것이 놀랍고 기특하다.</p> <p contents-hash="29d6a0bae7bb9756060a8a9111421712001876bfe574e604ce8329f20035de60" dmcf-pid="pRl0RInb7S" dmcf-ptype="general">정성준, 박동진 감독의 영화는 정성준이 직접 겪었다는 첫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을 하이라이트로 배치한다. 봄이 덕분에 마련된 수어 수업에서 앞에 나선 봄이가 유려한 동작으로 수어를 풀어내는 모습이 일종의 행위예술이 아닌가 싶은 감상마저 일으키는 것이다. 그 동작에 푹 빠진 성준이 이제껏 키워온 마음을 담아 쪽지를 쓰고, 그 쪽지를 전하려 하는 것은 그대로 영화의 주요한 서사를 형성한다.</p> <div contents-hash="c1bf8909528526ea63acc50160294e35d853d51052818cd993d158ce2e606d50" dmcf-pid="UeSpeCLKul" dmcf-ptype="general"> 돌아보면 결국 이 장면 하나로부터 출발한 23분이다. 감독은 소년이 소녀에게 빠지는 한순간, 그 아름답고 매혹적인 영상으로부터 그 저변에 깔린 이야기를 재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제 이름을 딴 성준과 그가 사랑한 봄이, 또 극적 효과를 위해 그들의 관계에 훼방꾼이 되는 몇몇 아이들을 설정한 뒤 전형적이지만 확실히 제가 알고 있는 지향점을 향하여 차근히 나아간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190ad52d1c158eb84a1a05dccb616d41cbac0aef199603ff35c01bd4773f0b7d" dmcf-pid="udvUdho90h"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0/ohmynews/20250820172104173kqos.jpg" data-org-width="400" dmcf-mid="PrjvBgVZp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0/ohmynews/20250820172104173kqos.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strong>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0c193903468c16e9e860de1188ff6bb89c53687ca32219f656d87c8f1325f1e6" dmcf-pid="7JTuJlg20C" dmcf-ptype="general"> <strong>관객상 수상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strong> </div> <p contents-hash="5b74aa4fe63120b710975a2048bcf1fdb44bb741a6144914c20767895f1fab53" dmcf-pid="ziy7iSaV7I" dmcf-ptype="general">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제작된 지역영화를 따로 모아 상영하는 높이뛰기 섹션에 속한 작품으로, 경상남도 거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그답게 영화 속엔 바다라는 공간이 낭만적으로 등장해 활용된다. 봄이의 아버지가 체구답게 넉넉한 애정을 주는 어부로, 또 매일 봄이가 찾는 항구를 봄이와 성준이 마음을 나누는 공간으로 배치해 그 낭만을 극대화하는 것이다.</p> <p contents-hash="c485b046cef545c37c5a488736e810107ff41dc22c7c28b23628ba02342d3351" dmcf-pid="qVDGVcP33O" dmcf-ptype="general">여러모로 첫사랑과 장애를 넘어서는 관계, 또 제 마음에 책임을 다하는 아이의 대견한 모습까지가 보는 이의 공감을 자아낸 덕분일까. <봄의 언어>는 이번 영화제 특별상인 관객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p> <p contents-hash="75a5769b21cf8cc31c3d9f498f77e397ee6cbe4a246be445cd90d493c34eb4e6" dmcf-pid="BfwHfkQ0ps" dmcf-ptype="general">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청각장애인인 봄이의 역할을 비장애인 배우에게 맡겼다는 점일 테다. 배우가 그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한 건 사실이지만 장애인의 역할을 실제 장애를 가진 배우를 찾아 맡기는 선택을 하지 않은 이유가 독립영화란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편한 선택이란 점을 제한다면, 장애를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배제하는 때문이다. 영화 외적으로 보자면 영화와 연기란 장에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실재하는 가운데, 장애를 주요한 소재로 채택한 작품마저 그를 외면한다면 장애인 배우가 설 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이유가 또한 있다.</p> <p contents-hash="1c909160012c3b8b66c16813d3f4abc630a485c6b618195b040f2fcc0d768ed0" dmcf-pid="b4rX4Expzm" dmcf-ptype="general">장애인 역할을 장애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논의는 장애계를 넘어 영화계 전반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BBC 제작 영국 드라마 <이어즈&이어즈>에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야 하는 로지 라이언스 역을 맡은 배우 루스 매들리와 같은 이가 여러 매체에 나서 장애인 역할을 장애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은 유럽 전역에 상당한 파급을 일으키기도 했다. 디즈니 영화 <백설공주>도 관련한 논란을 겪고 비장애인을 캐스팅한 난쟁이 역할을 요정으로 변경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평단에선 장애인 배역을 장애인에게 맡기는 일을 장애인의 표현권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p> <p contents-hash="67bbb21fb39ec9aa46c6ced09ad1cf18218fec9a11ae08d9bb20facc9912fe4f" dmcf-pid="K8mZ8DMU3r" dmcf-ptype="general">흑인이 아닌 배우가 흑인을 흉내내는 연기를 하는 것을 영화계에선 인종차별적 행위로 제재하는 것이 이제는 상식이다. 세계 영화계는 점차 장애 또한 같은 견지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한국영화는, 심지어 독립영화에서조차 실제 장애인을 장애를 가진 역할에 쓰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단 점이 못내 민망하다. 심지어 이를 지적하는 평조차 찾아보기 어렵단 사실은 유명한 작품에 대해선 그 해석이며 비평이론을 앞다퉈 베끼듯 가져오길 일삼는 평단이 얼마나 선택적으로 게으른가를 보여주는 증거처럼 보인다.</p> <p contents-hash="92372fc50ecddf106fc882ffac6a158d3a2f49d2c77248ed84a8ec3a7dadff60" dmcf-pid="96s56wRu7w"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30억 자산가' 이정진 이상형, '천명훈의 그녀'였나…"오래 알던 사이" ('신랑수업') 08-20 다음 ‘강재준♥’ 이은형 “42살 때 자연임신 비결, 골때녀 축구하다가…” 08-2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