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파도 탄 ‘K서핑’… “무모한 도전은 없다” 작성일 08-20 23 목록 <b>국제 대회 첫 우승 이끈<br>카노아 희재와 송민 감독</b><br> 한국이 아시아 파도를 넘어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1일 인도 마하발리푸람에서 열린 아시아 서핑 챔피언십(ASC)에서 한국 대표팀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남자부 종합 2위에 올랐다. 한국 서핑이 국제 무대에서 입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20/0003924046_001_20250820003911611.jpg" alt="" /><em class="img_desc">카노아 희재가 지난 11일 아시아 서핑 챔피언십 2관왕에 오른 뒤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대표팀 동료 목하진(왼쪽)과 김비주(오른쪽)가 팔로 가마를 태워주며 함께 기뻐하고 있다./양양군</em></span><br> 역대 최고 성적을 이끈 주역은 카노아 희재 팔미아노(18). 그는 남자 개인전인 오픈 부문과 주니어 부문(18세 이하)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 ASC 사상 첫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를 주름잡는 스타급 선수들이 일부 빠지긴 했지만, 아시아 서핑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필리핀 선수들을 제친 값진 성과였다.<br><br>카노아 희재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다. 필리핀계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네 살 무렵 처음으로 아버지 보드에 올라 안목 해변 파도에 몸을 실었다. 여덟 살 때는 국내 서핑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이뤘다. ‘카노아’란 이름은 ‘서퍼(surfer)들의 성지’로 꼽히는 하와이 현지어로 ‘자유’란 뜻이다. 어머니 한유정씨는 “서핑을 사랑한 남편이 아이 이름을 하와이어로 지어주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가라시 카노아(일본) 덕분에 서핑계에선 유명한 이름이기도 하다.<br><br>카노아 희재는 서핑뿐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에도 소질을 보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건너간 그는 2년간 거의 매일 바다와 호흡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진로를 고민한 그는 결국 파도에 인생을 걸기로 했다. 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대한서핑협회의 제안으로 15세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차근차근 국제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체력과 기술, 경기 운영 능력을 끌어올렸다. 카노아 희재는 “내년 아시안게임에선 파도 위로 뛰어올라 360도 회전하는 ‘에어리얼(Aerial)’ 기술을 선보여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현재 캐나다 복수 국적인 그는 “앞으로 한국 국적을 선택하고, 군 복무도 할 것”이라고 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20/0003924046_002_20250820003913249.jpg" alt="" /><em class="img_desc">서핑 국가대표팀 ‘에이스’ 카노아 희재 팔미아노가 지난 11일 인도 마하발리푸람에서 열린 아시아 서핑 챔피언십(ASC) 남자 오픈부 결선에서 날렵하게 파도를 타고 있다. 15.17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그는 남자 주니어부 결선에서도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올랐다./아시아서핑연맹</em></span><br>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카노아 희재 외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자 주니어부에 출전한 신주빈이 첫 국가대표 무대에서 4위를 차지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br><br>한국 서핑의 약진 뒤에는 2017년 대표팀 창설 이래 8년째 팀을 지휘해 온 송민(46) 감독이 있다. 호주 유학 시절 본격적으로 서핑을 시작해 국내에선 ‘서핑 1세대’로 꼽힌다. 그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사비를 들여 국제 대회 참가와 해외 전지훈련을 이어 왔다. 지난 14일 만난 그는 “대회에 나갈 때마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고, 돌이켜보면 무모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서핑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고 했다. 송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도 국제 대회서 첫 성과를 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 서핑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br><br>2008년 출범한 대한서핑협회가 처음으로 대표팀을 꾸려 참가한 대회는 2017년 프랑스 비아리츠 세계선수권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개인 티셔츠에 태극기를 붙여 경기에 나설 만큼 열악했다. 송 감독과 코치들이 직접 장을 봐 음식을 만들어 선수들의 끼니를 챙겼다. 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대한체육회 준회원 단체 자격으로 예산을 받았지만, 연간 2400만원에 불과하다. 국내 수영복 브랜드 ‘배럴’이 올해부터 대표팀을 후원하지만, 연간 3~4차례 열리는 국제 대회를 치르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br><br>송 감독은 “국제 대회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8년간 대표팀이라는 틀을 만들고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엔 스스로 서핑을 하겠다고 나선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시스템이 갖춰지고 그 안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지금의 대표팀”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핑 대표팀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br><br>한국 서핑의 다음 목표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메달이다. 이어 국제서핑연맹(ISA) 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2028년 LA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는 것도 당면 과제다. 송 감독은 “2032년엔 내가 파도를 사랑하게 된 호주에서 올림픽(브리즈번)이 열리는데, 그곳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따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br><br> 관련자료 이전 [스코어 보드] 2025년 8월 19일자 08-20 다음 좋은 파도 예측하고 기다리는 것도 실력 08-2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