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작성일 08-18 20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연극 <죄와 벌></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uLYRw0hLpK"> <p contents-hash="634a43f93053e106ecc3ed8916a559d847011d9013b91dd189aec376dc7a3c22" dmcf-pid="7oGerplo3b" dmcf-ptype="general">[박수진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7ee8d351d8fff02c47464826113574574b286d1535a594c9dc443f9681c313b" dmcf-pid="zgHdmUSg3B"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8/ohmynews/20250818132404523yifm.jpg" data-org-width="586" dmcf-mid="pV6SUnKGU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8/ohmynews/20250818132404523yifm.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연극 <죄와 벌> 포스터</strong> 연극 <죄와 벌>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극단시민</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48eac2c0ada7df51eefa7e7d830a75a29cfbd5647f4b0c490371fc069b35cf42" dmcf-pid="qaXJsuvazq" dmcf-ptype="general"> 사람이 가지는 신념은 한 사람을 얼마나 지배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 역사 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1883년 프랜시스 골턴이 제창한 '우생학'은 그의 잘못된 신념이 확장되며 나치 독일 사상의 핵심이 되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의 무고한 희생이 정당한 행위로 아무렇지 않게 발생했다. 신념은 사람의 행동을 결정한다. 사람 하나의 생각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예측해 볼 수 있다. </div> <p contents-hash="d8644e98f3b66dd7ba749fb88bbb2a2a7c8cb804d9b5e7afb2914d5535be9017" dmcf-pid="BNZiO7TNFz" dmcf-ptype="general">'특별한 사람은 평범한 도덕을 초월할 수 있다.'</p> <p contents-hash="b28f019f57e1d5958febcb757a325ed5d68d7e3badfb2ab4bf499ba5cd01ef01" dmcf-pid="bj5nIzyju7" dmcf-ptype="general">라스콜리니코프의 신념은 그랬다. 그에게 있어서 사람은 범인(凡人)과 비범인(非凡人)으로 나뉘었다. 범인은 일반적인 사람, 비범인은 특별한 사람. 그에 의하면 이 비범인은 법과 도덕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비범인에 해당하는 인물로 나폴레옹을 뽑으며 자신도 그러한 사람인지 확인하고자 했고, 그 방법으로 살인을 택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손에서 노파 알료나는 도끼로 살해당했다. 알료나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였기에, 그의 논리에 따르면 '이(벌레)'에 해당했다. 죽이는 게 마땅한 사람이다. 그러나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은 알료나에서 끝나지 않았다. 알료나를 살해한 현장을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타가 목격하자 그녀마저 살해했다.</p> <p contents-hash="61734015bbc97cdae2e08eb5667b37369435aaddc4ce16c7380386309b93e4a2" dmcf-pid="KnWMD3Cn0u" dmcf-ptype="general">그가 저지른 살인은 그에게 심리적 압박과 불안을 안겨줬다. 예심판사 포르피리는 라스콜리니코프가 과거에 기고한 글을 근거로 그를 의심하며 추적했고, 그가 잘못을 고백한 상대이자 사랑한 상대인 소냐는 자백을 요구했다. 긴 괴로움 끝에 라스콜리니코프는 자백을 했고 벌을 받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음과같이 말했다.</p> <p contents-hash="50e25d67cf70f5d70a53ba053b9e0c000f16f41b886ca162ffcd5eca2f3ec3a5" dmcf-pid="9LYRw0hLUU" dmcf-ptype="general">"사람은 이가 될 수 없어. 나는 내가 비범한 사람인 줄 알았어. 그런 나는 없어."</p> <p contents-hash="d5035288a61719db6dee34aae4090e13bf2685d0dd6641141b3bc41de16e46fc" dmcf-pid="2oGerploFp" dmcf-ptype="general">극단시민이 공연한 연극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의 동명의 소설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소설은 1866년 <러시아 통보>에 연재되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를 통해 신념의 위험성을 통찰하면서, 19세기 러시아의 현실을 주도면밀하게 담아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단순한 범죄 소설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맥락과 철학 등이 담겨 있어 긴 분량과 문학성을 자랑한다. 연극 또한 원작이 그러했듯 신념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물의 심리를 보다 깊이 고찰했다. 1866년은 지금으로부터 약 160년 전이지만, 그때 도스토옙스키가 전한 메시지는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p> <p contents-hash="d30153beb9e2fbe8a40c53cd8c4a52d6c27bc5a08efed6b6b63b365e0b56717c" dmcf-pid="VgHdmUSgz0" dmcf-ptype="general">연극의 연출가 장원은 "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과 불평등 속에서 '비범한 인간은 법과 도덕을 초월할 수 있다'는 위험한 논리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그의 선택이 초래하는 공포와 혼란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에 대한 경고로 다가온다"고 말했다.</p> <p contents-hash="01e52b5fbe1f94b351ed4f8df37c59fc9d21120bfe95ee0bcaa14c37748f531b" dmcf-pid="faXJsuvau3" dmcf-ptype="general">라스콜리니코프는 특별한 사람은 평범한 도덕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알료나를 죽였다. 단지 살인을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알료나가 '무가치한 존재(이)'라고 스스로 판단했고, 자신이 벌이는 살인은 '합당한 살인'이라 자기합리화 했다. 이는 사람의 신념이 사람 하나를 얼마나 지배하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p> <p contents-hash="ea691f9034a318883eff0b3e6647edc58557d22e45cfd414fb407c600d225d63" dmcf-pid="4NZiO7TN3F" dmcf-ptype="general">신념이 사람을 지배하고 행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위협적이고 문제적일 수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범죄 현장을 리자베타에게 들키자 그녀마저 살해했다. 계획에 없었을뿐더러, '이' 같은 사람이기에 죽였다는 변명과는 들어맞지 않는 살인이다. 행동의 시작은 신념의 주체에게 있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주체의 의지 밖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의 근거가 된다.</p> <p contents-hash="2a8e626b92eb201f0fdcf5745deec81755e977a1e9f75a5ab75bf0cdf844ef75" dmcf-pid="8j5nIzyjut" dmcf-ptype="general">두 건의 살인을 범한 후 라스콜리니코프는 깊은 고뇌에 빠진다. 리자베타까지 살인하며 영웅주의적 사고와 정당화는 무너졌고, 자신이 저지른 살인은 고통스러웠다. 라스콜리니코프는 평범한 범인이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하는 고뇌의 원인을 두고 '자신이 비범인이 아니었다'는 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른 죄책감' 때문이다 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은 '살인을 저지른 죄책감'에 더 힘을 실은 듯 보였다. 살인을 저지른 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이것이 자신은 비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끌어준 것이다.</p> <p contents-hash="38ff005a4d9b42c7b8b06550dfb3b098fdc2e73f630f6ca1164cb817016ed68a" dmcf-pid="6A1LCqWA71" dmcf-ptype="general">연극은 소설을 시각화한다는 게 특징인 것을 몸소 보여주듯 배우의 연기와 조명을 활용해 라스콜리니코프의 고뇌를 뛰어나게 연출했다. 라스콜리니코프 역의 문창주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감춘 채 좀처럼 그 안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뇌가 극에 달했을 때는 (자백을 요구하는) 소냐의 환상을 봤다. 조명을 수사망처럼 사용해 어둠 속에서 그를 지독하게 쫓기도 했다. 고조되는 내면의 충돌에 맞게 사용되는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이 그의 심리적 압박과 불안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했다. 작품의 예술 감독 김민호의 "파격적인 무대 연출과 몰입도 높은 연극적 상상력과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연극 문법으로 관객들에게 라스콜리니코프의 혼돈스러운 내면으로 초대할 것"이라는 말을 잘 드러내고 있는 연출 같았고, 내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p> <p contents-hash="8191a35e0be6ac08db41a2a4a12a09467a963b83b05afbc3337236a9e6e01ca3" dmcf-pid="PA1LCqWA35" dmcf-ptype="general"><strong>신념은 변화할 수 있는가?</strong></p> <p contents-hash="12f80199b7fb1c887716d2cdef0630332828f70c863c93d832bd3cd8c6097af0" dmcf-pid="QctohBYc3Z" dmcf-ptype="general">연극은 이 질문에 긍정했다. 신념의 위험성을 알린 뒤에 그것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구원에 이른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의 말을 따라 자백했고, 그에 대한 벌로 시베리아로 가게 됐다. 마지막 장면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다시 등장할 때 흰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공연 내내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한 것과는 상반되었다. 이는 라스콜리니코프가 잘못된 신념에서 벗어나 새로워졌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앞서 서술한 대사와 같이 이와 같은 사람은 없고, 자신은 비범한 사람이 아님을 인정하며 막을 내렸다.</p> <p contents-hash="6ed6854205c335857e2594e070387d77382a9c395ac8e90803e1dcb2fd803563" dmcf-pid="xkFglbGkzX" dmcf-ptype="general">원작 또한 정확한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변화를 암시하고 새 삶에 대한 희망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p> <blockquote class="talkquote_frm" contents-hash="ad332748e54f6200b7ea7e633d5ee114d2860946d3a0f63e6dc7606378ae042d" dmcf-pid="y7gF8re7pH" dmcf-ptype="blockquote2"> '게다가 과거의 이 모든, 모든 고뇌가 대체 무엇이랑 말인가! 모든 것이, 범죄도 판결도 유형도 모든 것이 최초의 격정에 사로잡힌 지금은 어떤 외적이고 이상한 사실처럼, 숫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그렇지만 그날 저녁 그는 뭔가를 오랫동안 꾸준히 생각할 수도, 뭔가에 생각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아니, 지금은 의식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그는 오직 느낄 따름이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생겨나야 했다.' -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중에서, 민음사 </blockquote> <div contents-hash="2b79ae1f811176d2d607af0192a979789e5e2d0b8c4a92f11d1ba62bdb502468" dmcf-pid="Wza36mdzuG" dmcf-ptype="general"> <br> </div> <blockquote class="talkquote_frm" contents-hash="25a878981b3572a6ddfd816cab819cf35b43e09d7f20a5b2963ff6ee9ea1891d" dmcf-pid="YqN0PsJqpY" dmcf-ptype="blockquote2"> '하지만 여기서 이미 새로운 이야기가, 한 인간이 점차 새로워지는 이야기이자 점차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점차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 여태껏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아 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될 수 있겠지만, - 우리의 지금 얘기는 끝났다.' -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중에서, 민음사 </blockquote> <div contents-hash="d934e7dd5156bdc3b6478d68cb4c18e1c173dbd6cbdadf60ca1032ee4050f596" dmcf-pid="GBjpQOiBuW" dmcf-ptype="general"> <br><strong>연극이 전하는 메시지</strong> </div> <p contents-hash="1fda741c1fc7a47e4bc03576d6e42bb1270429204cb3f356008955a260ccd8e4" dmcf-pid="HbAUxInb3y" dmcf-ptype="general">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과 연극 <죄와 벌>은 모두 사람의 (그릇된) 신념이 초래하는 폭력과 부조리를 보여주면서, 그가 속한 사회의 민낯까지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비도덕적인 행동 하기를 서슴지 않은 스비드가일로프, 자신의 권위만을 생각하는 루쥔, 악덕 고리대금업자 알료나 등의 인물부터 소냐가 하루아침 매춘부가 되어 버린 일 등은 당시 러시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어느 것 하나 대강 넘겨볼 수 없다.</p> <p contents-hash="5ad531426d567d302a718c250a2299e530ffd2d317c71b9e2b3627bbd45789d2" dmcf-pid="XA1LCqWA7T" dmcf-ptype="general">연극은 연극만의 문법을 사용해 라스콜리니코프의 깊은 심연까지 관객에게 전했다는 점에서 원작과는 또 다른 가치를 낳았다.</p> <div contents-hash="6156f53192d4bb9c39ba9bdef373b59b41f09711bf15763abd2f39085cebc52e" dmcf-pid="ZctohBYczv" dmcf-ptype="general"> 신념을 통해 야기되는 부조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돈을 주었으니 얼마든지 부려먹어도 된다는 생각, 나이가 어린 사람은 무조건 나이가 많은 사람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 약자의 권리 주장이 나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착각 등 모두 19세기와는 또 다른 현대의 잘못된 신념이자 부조리 아닐까. 그들의 신념은 누군가에게 '무기'의 형태로 다가간다. 김 예술 감독이 "자본주의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정의와 불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개인의 가치가 소외되는 지금, 라스콜리니코프의 번뇌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죄와 벌>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aa5e5c3ddf15e4c035a9b6559f9e049ffed3fe4b58ee9c5b4921d99e75c7c72" dmcf-pid="5kFglbGkFS"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8/ohmynews/20250818132405773tdea.jpg" data-org-width="1280" dmcf-mid="UMeGbj8t79"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8/ohmynews/20250818132405773tdea.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무대 인사</strong>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td> </tr> <tr> <td align="left">ⓒ 박수진</td> </tr> </tbody> </table> <p contents-hash="00e23dfaf76f705089ec045c30871d4207358be7da5574b20b41112f7cb271df" dmcf-pid="1E3aSKHE0l"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연극을 따랐습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3700억 ‘백설공주’ 폭망 이유, 갤 가돗 “이스라엘 비판 압력 때문” 발언 해명[해외이슈] 08-18 다음 싱어송라이터 아마, 다섯 번째 싱글 'Don't Stop' 20일 발매 08-1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